AI 파티, 외면하자니 고통 vs 지금이라도 뛰어 들자니 두려움[오미주]

머니투데이 권성희 기자 2024.02.23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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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주목되는 주식시장]

AI 파티, 외면하자니 고통 vs 지금이라도 뛰어 들자니 두려움[오미주]


미국 나스닥지수가 지난 16일(현지시간)부터 21일까지 3거래일 연속 2.0% 하락했을 때 대부분은 기다리던 조정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것으로 생각했다.

미국 증시는 지난주 5주 연속 랠리의 막을 내리고 하락했다. 지난 1월 인플레이션 지표가 예상보다 높게 나옴에 따라 금리 인하 시기가 당초 기대보다 늦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쉴새 없이 달려온 미국 증시가 숨고르기에 들어간 것으로 판단됐다.



하지만 미국 증시는 22일 엔비디아의 몬스터급 어닝 서프라이즈에 AI(인공지능) 수혜주를 중심으로 급반등하면서 조정 기대감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이날 다우존스지수는 1.2%, S&P500지수는 2.1%, 나스닥지수는 3.0% 뛰어올랐다.

이런 상황에서 주식이 없는 투자자들은 AI 랠리에서 소외된 고통과 지금 증시에 뛰어들었다간 주가가 너무 올라 손실만 보고 나올 수 있다는 두려움 사이에서 갈등이 심해지고 있다.



지금 증시를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시선도 마찬가지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AI가 주도하는 실적 성장은 이제 막 시작됐을 뿐이라며 잔 조정이 있을지언정 장기적으로는 강세장이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소수이긴 해도 현재의 거침없는 증시 랠리에 조심스러운 입장도 있다. 2022년 침체장이 바닥을 치기 직전부터 비관론자로 돌아선 JP모간의 수석 시장 전략가인 마르코 콜라노빅이 대표적이다.

그는 지난 21일 보고서에서 "현재 시장의 낙관론은 상당히 고조된 상태로 일각에서는 현재 체제를 '포물선 모양의 주식시장' 또는 (골디락스보다 더 바람직한 상태인) '백금장세'라고 부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현재 증시의 전개 상황은 이상하다"며 유럽과 일본 증시는 영국과 독일, 일본 경제가 부진한 상태에서도 사상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콜라노빅은 "AI가 대대적으로 확산될 것"이란 기대감이 이미 주가에 상당 부분 반영된 미국 증시 상황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특히 인플레이션을 낮추려는 연방준비제도(연준)의 노력이 정부의 대규모 재정지출과 증시 상승으로 인해 지속적으로 훼손되고 있다는 점을 가장 우려했다.

콜라노빅은 "주식과 암호화폐 시장에서 수조달러의 부가 형성되고 있고 정부의 국채 발행이 늘면서 양적긴축으로 인한 자금 흡수 효과가 무력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인플레이션이 통제될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또 "최근 단 한 개 기술기업의 주가 상승으로 S&P500지수 내 시가총액 하위 100개 기업의 시총에 해당하는 부가 형성되고 암호화폐 시장 규모는 지난해 가을 이후 2배로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백금장 시나리오에 균열이 생기면 실망감이 커지며 최근 주가 상승폭이 컸던 만큼 고통도 커질 수 있다며 "(오르는 종목에 올라타는) 모멘텀 전략은 대부분 수익을 창출하지만 시장이 하락세로 돌아서면 수년간의 성과도 단시간에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동에서 진행되고 있는 무력 충돌 등 여러 지정학적 리스크도 밸류에이션이 높아진 현재 증시를 무너뜨릴 수 있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비관론자인 로젠버그 리서치의 설립자 데이비드 로젠버그는 22일 보고서에서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 이후 증시 급등에 대해 "AI 광풍은 계속될 것"이라며 "밸류에이션이 펀더멘털을 앞지르는 멀티플 확대가 이미 진행되고 있어 밸류에이션이 더 극단으로 올라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멀티플 확대란 주가수익비율(PER)의 상승을 의미하는데 이는 기업들의 순이익 증가보다 주가 상승이 더 빠르게 진행될 때 나타난다.

이 같은 멀티플 확대에 따른 증시 상승은 지속 가능하지 않고 반드시 기업들의 순이익이 높아진 주가를 따라잡는 과정이 필요하다.

로젠버그는 엔비디아의 실적에 대해선 반박할 것이 없지만 S&P500지수 내 나머지 기업들은 실적 전망이 대체로 실망스러웠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S&P500 기업들의 올해 주당순이익(EPS) 전망치는 지난해 말 243.33달러에서 최근 241.75달러로 소폭 낮아졌다. 하지만 강세론자들은 S&P500기업들의 EPS가 235달러만 돼도 코로나 팬데믹 때에 비해 거의 50% 가까이 늘어난 것이라며 증시 밸류에이션이 과도하게 높은 것은 아니라고 반박한다.

AI 기대로 AI 수혜주 상당수는 PER이 과거 평균에 비해 높아졌다. 그럼에도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계속 유입되는 이유는 급격한 실적 성장세가 높은 PER을 정당화시켜줄 것이란 믿음 때문이다.

엔비디아처럼 지난 1년간 이 믿음을 져버리지 않고 기대를 웃도는 실적을 발표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모든 기업이 그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서버 냉각장치 등을 제조하는 버티브 홀딩스만 해도 지난 21일 개장 전 실적 발표 때 애널리스트들의 기대치를 밑도는 실적 가이던스를 제시했다.

AI 모멘텀이 증시를 끌어올리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모멘텀이 얼마나 갈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게다가 산업의 성장과 주가 상승이 꼭 일치하는 것도 아니다. 대개는 주가 상승이 산업 성장을 크게 앞지르는 경향이 있다. 증시는 기대를 먹고 살기 때문이다.

결국 지금부터 장세는 개인의 선택에 따라 투자 판단을 내릴 수 밖에 없다. 주식이 없다면 AI 파티에 참여하지 않고 구경만 하는 고통을 견딜 것인가, 높은 밸류에이션에 따른 손실 리스크를 감수하고 지금이라도 증시에 뛰어들 것인가.

주식 보유자라면 AI 파티가 이제 막 시작됐다고 생각하고 조금 더 즐길 것인가, 이미 파티 분위기가 무르익어 취기가 많이 올랐다고 생각하고 적당히 차익 실현하고 빠질 것인가.

주가가 하락하는 약세장도 고통이지만 주가가 상승하는 강세장에서도 선택의 고통과 갈등은 수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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