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서민금융정책, 수요자 중심 변화 가속화

머니투데이 한재준 인하대학교 글로벌금융학과 교수 2024.02.20 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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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재준 인하대학교 글로벌금융학과 교수한재준 인하대학교 글로벌금융학과 교수


서민금융정책이 취약계층의 경제적 자활 기능을 강화했다. 정책서민금융이나 채무조정 신청자라면 누구나 고용지원제도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채무조정을 신청하는 취약차주나 정책서민금융 대출 이용자들에게 궁극적으로 필요한 것은 일자리다. 이 때문에 금융위원회와 고용노동부는 '금융·고용 복합지원 방안'을 1월말에 발표했다. 정책서민금융 이용자에게 맞춤형으로 고용지원제도를 연계하는 방안이다.

또 '서민금융종합플랫폼'도 상반기 중 가동될 예정이다. 이 플랫폼은 서민금융 이용자가 민간과 정책기관의 모든 서민금융상품을 하나의 화면에서 비교한 뒤에 선택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고, 대출실행까지 원스톱으로 지원한다. 생업에 쫓기는 서민이 여러 기관을 돌아다니며 대출을 상담하기 어려운 점을 해결하기 위한 것이다. 그간 대면으로만 제공되던 복합상담 서비스를 온라인으로도 제공함으로써 오프라인 방문이 어려웠던 취약계층도 이용이 가능해진다. 복합상담 서비스란 서민금융 이용자에게 일자리.복지 프로그램을 함께 안내해 경제적 재기를 돕는 프로그램이다.



당국이 이런 방안을 준비하게 된 계기는 지난해 출시된 100만원 이하 소액생계비대출이다. 일용직 아르바이트로는 소득이 불안정해 소액생계비대출을 신청한 지원자에게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 직원이 고용부의 국민취업지원제도를 안내해줬고, 그 결과 취업하는 사례들이 나타난 데서 비롯됐다. 이것이 시발점이 돼 금융위와 고용부는 협업을 통해 취약계층의 경제적 자활 지원방안을 마련하게 된 것이다.

그간 서민금융진흥원이 금융과 고용을 연계하고 있었지만 이용은 저조했다. 또 일회성이어서 신청자의 상황 변화시 실질적인 효과도 적었다. 이에 금융위와 고용부는 채무조정을 포함한 정책서민금융 이용자 중 소득이 불안정한 비정규소득자나 무소득자에게 고용지원제도를 의무적으로 안내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양 부처와 산하기관간 업무공조체계를 구축했다. 현재 3000명에 불과하던 고용지원제도 연계 대상자는 향후에는 26만명(연간)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관련 상담창구도 확대하고 고용지원제도도 다양화한다. 기존에는 구직을 희망하는 정책서민금융 이용자 중 소액생계비대출 이용자 중심으로 취업활동비와 취업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민취업지원제도를 연계하는 것이 전부였다면, 향후에는 최대 500만원까지 훈련비를 지원하는 내일배움카드 사업을 추가하고, 취업 성공 시 신용평가상 우대와 보증료 인하 같은 인센티브도 부여하기로 했다.



그간 서민금융 연구자들은 단순히 정책서민금융을 지원하는 것만으로는 취약차주의 경제적 재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채무조정과 신용교육뿐만 아니라 일자리 마련까지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해왔다. 그러나 금융당국 입장에서는 일자리까지 지원하기에는 무리가 있고, 마찬가지로 고용당국도 구직자에게 금융상 편의를 제공하는 것은 무리였다. 물론 부처별 영역이 분리된 탓도 있다. 그러나 이번 방안에서는 취약계층에 긴요한 금전과 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해 양 부처가 협업에 나섰다는 것이 주목할 점이다. 앞으로 이러한 공조 사례가 확산되면서, 또 다른 모범사례들이 만들어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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