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허박탈은 정면도전" 오만한 의사들…집단파업 20년 학습효과

머니투데이 박정렬 기자 2024.02.19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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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지혜 기자 = 정부의 의대증원에 반발한 전공의(인턴·레지던트)·의대생들이 증원 정책을 저지하기 위한 논의에 착수한 가운데 13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 의대 증원 반대 포스터가 붙어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오는 15일 전국 곳곳에서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2000명 확대 추진을 반대하는 궐기대회를 열 계획이다. 2024.2.13/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서울=뉴스1) 박지혜 기자 = 정부의 의대증원에 반발한 전공의(인턴·레지던트)·의대생들이 증원 정책을 저지하기 위한 논의에 착수한 가운데 13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 의대 증원 반대 포스터가 붙어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오는 15일 전국 곳곳에서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2000명 확대 추진을 반대하는 궐기대회를 열 계획이다. 2024.2.13/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의대 정원 확대를 둘러싼 정부와 의사 간 '강대강 대치'로 진료 지연·취소로 인한 환자 피해가 예상되는 가운데 일부 의사들의 오만한 태도가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환자 생명을 볼모로 파업한다는 비난에도 불구하고 정부·국민에게 책임을 돌리거나 오히려 비난하는 행태를 반복해 공분이 일고 있다.

19일 의료계에 따르면 김택우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의협 비대위) 위원장은 지난 17일 열린 제1차 비대위 회의 후 "단 한 명의 의사라도 면허와 관련, 불이익이 가해진다면 의사에 대한 '정면 도전'으로 간주하고 감당하기 어려운 행동에 돌입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그러면서 "정부만이 아니고 우리(의사)도 스스로 의료 정책을 만드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마치 의사가 정부의 위에 군림하는 듯한 발언은 이전에도 있었다. 노환규 전 의협 회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정부는 의사들을 이길 수 없다"며 "의료대란이 현실화하면 여론의 화살은 방향을 바꾸어 정부를 향하게 될 것"이라고 적었다. 의사 집단 파업으로 인한 환자 피해를 전재하는 내용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그는 2014년 원격의료 도입과 영리병원 추진에 대항해 전국의사총파업을 주도한 바 있다. 노 전 회장은 대중의 비난을 의식한 듯 "의사가 정부 위에 올라서려 한다는 비판이 일었는데 아니다"며 "의사가 정부를 이기려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의학의 본질을 꺾을 수 없다는 뜻"이라고 자신의 발언을 합리화했다.

/사진=블라인드 캡쳐/사진=블라인드 캡쳐
작성자의 실명을 쓰지 않는 '블라인드'를 포함해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익명성 뒤에 숨은 의사들이 "강하게 나가서 사람 좀 죽어봐야지" "비(非) 의사들 설득하지 말아라" 와 같이 더욱 과격한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이 중에는 "보건복지부에서 모든 대책을 강구했다고 하니 (의사 파업해도) 진료 차질이 없을 것이다. 환자 치유 명령을 내리면 낫는다니 걱정하지 말라" 등 정부를 조롱하는 내용이 상당하다.



의사들의 이런 '오만한 태도'는 과거 경험에 비롯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의사들은 단체행동 시 단 한 번도 정부에게 진 적이 없다. 의협 등 의사들은 처방은 의사가, 조제·판매는 약사가 담당하는 의약분업 제도에 반발해 2000년 처음으로 조직적 파업에 나섰다. 의약분업은 가까스로 통과됐지만 '의대 정원 10% 감축'과 더 엄격해진 의사면허 취소 조건과 같은 '전리품'을 챙겼다. 2014년 원격의료, 2020년 의대 정원 확대는 전공의 등 의사의 집단행동에 가로막혀 각각 무산 또는 연기됐었다. 일본·독일 등 의대증원에 나선 국가는 많지만 이를 이유로 의사가 집단 파업한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

"면허박탈은 정면도전" 오만한 의사들…집단파업 20년 학습효과
의사들의 '불편한 자신감'은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내년도 의과대학 정원을 2000명 확대하기로 발표한 뒤 환자 피해를 막기 위해 의사들의 집단행동을 막기 위한 각종 명령을 발동했다.

하지만 이런 대책이 무색하게 전국 1만5000여명의 전공의 단체인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지난 16일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대병원, 서울성모병원, 세브란스병원 등 '빅5 병원'의 집단 사직서 제출을 알리며 '의료 대란'을 촉발했다. 심지어 '빅 5개 병원'이 "19일 전원 사직서 제출, 20일 오전 6시부터 근무를 중단할 것"이란 대전협의 발표는 "절대 집단행동이 없게 하겠다"는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의 발언 바로 다음 날 이뤄졌다.


(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 서울시의사회 회원들이 15일 오후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열린 의대 정원 증원 저지를 위한 궐기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2024.2.15/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 서울시의사회 회원들이 15일 오후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열린 의대 정원 증원 저지를 위한 궐기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2024.2.15/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물론 의사 모두가 의대 정원 확대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추무진 전 의협 회장이 상임대표로 소속된 더좋은보건의료연대는 "의협이 의대 증원에 대한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회원 등을) 배척하려 한다면 이를 지켜보고 있는 국민에게 지탄받을 것"이라며 "국민의 모든 관심이 집중된 이때 의사의 소명과 사회적 책임을 보여줘야 신뢰를 통한 더 나은 사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의대 정원 증원은 응급실을 비롯한 필수 의료 인력의 부족으로 거리에서 생명을 잃는 현실을 극복하는 시작"이라고 찬성하면서 "안정적 필수 의료 공급, 지역 불균형 해소라는 정책의 목적 달성을 위해 내실 있는 교육과 지역의사제 도입, 공공의대 설립 등의 대책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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