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관계 파탄" 판사 말에 고개 푹…박수홍 친형 1심 징역 2년

머니투데이 김미루 기자, 김지은 기자 2024.02.15 0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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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인 박수홍 친형 박모씨(왼쪽)와 배우자 이모씨(오른쪽). /사진=뉴시스방송인 박수홍 친형 박모씨(왼쪽)와 배우자 이모씨(오른쪽). /사진=뉴시스


"박씨에 대해선 징역 2년을, 이씨에 대해선 무죄를 선고합니다."

14일 오후 2시35분쯤 서울서부지법 법정 안. 판사가 방송인 박수홍씨의 친형 박모씨와 그의 아내 이모씨에게 선고를 내리자 두 사람은 눈을 질끈 감았다. 검은색 티에, 회색 정장 차림으로 등장한 두 사람은 흰색 마스크로 얼굴을 가렸다. 하지만 30분 넘게 이어지는 선고 과정에서 미간을 찌푸리고 손을 꽉 쥐는 등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재판부는 이날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로 기소된 박씨에게 징역 2년, 이씨에게는 무죄를 선고했다. 두 사람은 2011년부터 2021년까지 연예기획사 라엘, 메디아붐을 운영하면서 출연료 등 62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는다. 재판부는 박씨가 도주나 증거 인멸 우려는 없다며 법정 구속은 하지 않았다.



박씨 부부는 묵묵부답으로 법정을 빠져나갔다. 박수홍씨는 이날 선고 공판엔 참석하지 않았다. 박수홍씨 측 법률 대리인 노종언 변호사는 아쉬운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형량이 너무 낮다"며 "검찰과 적극적으로 상의해 항소 의견을 개진할 것"이라고도 했다.

검찰은 삼형제 중 큰형인 박씨와 부인 이씨가 2011년부터 2021년까지 △부동산 매입 목적으로 11억7000만원 △기타 자금 무단 사용으로 9000만원 △기획사 법인카드 사적 사용으로 9000만원 △개인 계좌 무단 인출 29억원 △박씨 아버지 등 허위 직원을 등록해 급여를 송금하는 수법으로 약 19억원 등을 빼돌린 것으로 봤다.



재판부는 62억원 중 21억원에 대해 횡령액을 인정했다. 횡령죄는 회사 자금을 설립 목적이나 업무 용도에 맞게 사용하지 않으면 성립한다고 했다.

재판부는 박씨가 라엘 법인카드를 이용해 회사 자금을 횡령한 사실을 유죄로 봤다. 판사는 "법인카드로 구입한 상품권으로 개인적 소비와 부모 생활비까지 지출하는 건 허용되지 않는다"며 "피고인 박씨는 회사 직원의 복리후생비로 지출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사내에는 복리후생비 지출 규정이 따로 없었다"고 말했다.

라엘에 허위직원을 두고 급여를 횡령한 점도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회사의 법인세와 박수홍을 위해 절세를 했다고 주장하지만 박수홍에게 얼마의 금액이 지급됐는지 확인할 수 없다"며 "허위 급여는 박수홍이 아닌 피고인과 가족을 위해 지급된 것으로 보인다. 절세 내지 탈세를 위해 외형적으로도 탈법적인 방식을 썼다"고 했다.


재판부는 박씨가 박수홍씨 개인계좌 4개를 관리하면서 16억원 상당을 사적 유용한 것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판사는 "박수홍은 피고인에게 자산관리를 맡기면서 부모를 잘 돌봐달라는 말을 했으므로 일정 금액이 지출되는 것에 어느 정도 양해한 것으로 보인다"며 "여러 증거에 의하면 피고인이 박수홍과 가족 전체에 대해 총체적 관리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박씨가 서울 강서구의 상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중도금이 부족하자 법인 자금 10억원을 사용한 것에 대해서도 무죄를 봤다. 추후 상가가 연예기획사로 소유권이 이전됐다는 취지다. 법인자금 1억원을 빼돌려 부동산 등기 비용에 쓴 점도 무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이씨에 대해서는 "박진홍의 부모, 동생 등 가족들 전부가 이사나 감사 등으로 등기된 상황에서 이씨가 이사로 등기됐다는 이유만으로 회사 세무를 실질적으로 관리했다고 보긴 어렵다"며 "범행에 공모했다는 부분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노 변호사는 선고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번 판결은 형량이 많이 낮다고 생각한다"며 "재판부는 가족 간의 재산을 횡령한 게 아니라 탈세 목적으로 운영한 책임을 주로 물었으나 이는 명백히 개인의 재산을 횡령한 범죄"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선고 말미에 박씨에게 이런 말을 남겼다. "피고인은 박수홍과의 신뢰관계에 기초해 피해회사들의 자금을 관리하게 됐음에도 그 취지에 반해 회사자금을 주먹구구식으로 방만하게 사용해 이 사건을 촉발했다. 이로 인해 박수홍과 고령의 부모를 포함 가족관계 전부가 파탄에 이른 것에 대해 피고인은 어떤 면죄부도 받지 못한다." 피고인석에 서 있던 박씨는 고개를 푹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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