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우크라 전쟁 합의' 발언에 백악관 "생각도 없으면서" 발끈

머니투데이 김종훈 기자 2024.02.10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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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전문가 "푸틴, 소련 시절 평화공세 전략 펼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7일 (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화상으로 열린 각료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로이터=뉴스1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7일 (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화상으로 열린 각료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로이터=뉴스1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미국 언론인과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정권 교체를 약속한다면 (우크라이나 전쟁) 협상 테이블에 나갈 수 있다"고 발언한 데 대해 미국 백악관은 "푸틴 대통령은 전쟁을 끝낼 생각이 없다"는 반응을 냈다.

9일 뉴욕타임즈(NYT) 보도에 따르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고위 관계자는 성명을 통해 "미국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 전쟁이 협상을 통해 종료될 것이라고 수차례 밝힌 바 있다"며 "푸틴 대통령은 전쟁을 끝낼 생각이 없다. 그럴 생각이 있다면 군대를 물리고 우크라이나 침공을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9일 공개된 폭스뉴스 출신 터커 칼슨과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에서의 이 끝없는 동원과 히스테리, 국내 문제들은 조만간 합의로 귀결될 것"이라며 우크라이나 정권 교체를 약속한다면 협상에 나설 의사가 있다고 발언했다.

그러나 NYT 보도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오는 11월 미국 대선이 끝나기 전까지 휴전 협상 테이블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미국 정보당국은 판단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에게 호의적이었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다면 지금보다 협상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렸다는 것.



존스홉킨스 국제관계대학 소속 역사학자 세르게이 라드센코는 푸틴 대통령 발언은 국제사회 평판을 개선하기 위한 기만전술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라드센코는 "구 소련 시절부터 사용한 평화공세 전략"이라며 "합리적인 듯한 면모를 내보이려는 것"이라고 했다. 평화공세는 제2차 세계대전 후 공산진영이 자유진영을 분열시키려는 목적으로 내놓은 각종 평화 제안을 가리킨다.

NYT는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 국내 여론을 의식했을 수 있다는 의견도 전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피로감을 호소하는 여론을 달래기 위한 발언이었다는 것. 푸틴 대통령에게 평화 협상까지 나갈 뜻이 있다 하더라도 우크라이나 정권 교체나 추가 군사행동을 준비하기 위한 미끼에 불과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었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푸틴 대통령 발언에 "우스꽝스럽다"는 반응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푸틴이 우스꽝스러운 인터뷰를 했다. 이번 침공에 대해 거짓말을 했다"며 "푸틴이 원하는 것은 이웃 국가 영토를 차지하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10월 가자 지구 전쟁 발발과 미국 공화·민주당 정치갈등으로 2024년도 예산안 처리가 미뤄지면서 미국의 우크라이나 지원은 사실상 멈춘 상태다. 군사 전문가들은 미국 지원이 없다면 반격, 점령지 탈환은커녕 현재 전선을 유지하는 게 우크라이나 입장에서 최선일 것이라고 보고 있다.

우크라이나 내부 상황도 여의치 않다. 젤렌스키 대통령과 불화설이 돌았던 발레리 잘루즈니 우크라이나 군 총사령관은 최근 경질된 것으로 전해졌다. 잘루즈니는 젤린스키 대통령과 달리 우크라이나 반격이 지지부진하다는 의견을 드러내 불화설에 휩싸였다. 잘루즈니는 2013년부터 우크라이나 군 현대화를 주도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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