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서울 소재 의과대학의 모습/사진=뉴시스
정부가 현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지원하는 의과대학 모집정원을 대폭 늘리기로 결정하면서 입시업계 안팎이 들썩이고 있다. 이미 지난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응시생 중 3분의 1이 'N수생(재수 이상 졸업생)'으로 확인된 가운데 의대 증원이 현실화되면서 입시에 재도전하는 수험생이 급증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의대 합격선이 최상위 이공계열로 낮아지면서 연쇄적인 이동에 따른 의대 쏠림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19년만에 늘어난 의대 정원은 전국 치대와 한의대, 서울 주요 약대를 합친 규모와 맞먹는다. 2024학년도 기준 서울대 자연계(이공계 포함) 정원(1775명)보다는 많다.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KAIST)과 광주과학기술원(지스트·GIST) 등 5개 이공계 특수대 정원 내 모집인원(1600명)도 뛰어넘는다. 이공계 최상위권 학생들이 대거 의학 계열로 빠져나가면 이들 대학(학과)도 양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종로학원이 서울대·연세대·고려대 등 이른바 '스카이(SKY)' 자연계 합격생의 의대 합격 가능권 변화를 추정한 결과 이들 대학의 의대 합격 가능권 비율은 45.4%에서 78.5%로 크게 치솟았다.
여기에 대학 재학 중 재도전 하는 반수생이나 대학 입학 후 자퇴하는 중도탈락생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만기 유웨이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주요 최상위권 대학들의 반도체 관련 학과 등 인기가 있는 채용 조건형 계약학과들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학업을 중단하고 수능을 준비하는 중도 이탈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지방권 학생들의 의대 입시가 수도권에 비해 더욱 유리해질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이 비수도권 의대 집중 배정을 공언한 만큼 '지방 국립대 의대'의 증원 규모가 늘어날 수 있어서다. 의대는 '지방대학 및 지역균형인재 육성에 관한 법률(지방대육성법)'에 따라 신입생의 40%(강원·제주 20%)를 지역인재로 충원해야 한다. 지역인재 전형은 비수도권 지역 해당 대학이 소재한 고등학교를 졸업해야 지원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경쟁률이 전국단위 선발전형에 비해 낮은 편이다. 종로학원에 따르면 2024학년도 입시에서 지방권 27개 의대의 수시전형 중 지역인재전형의 경쟁률은 10.5대 1로 전국단위 선발전형(29.5 대 1)보다 3분의 1가량 낮게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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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안이 확정되면 각 대학은 늘어난 정원을 반영해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승인을 거쳐 2025학년도 대입전형 시행계획을 변경하게 된다. 올해 고3에게 적용될 2025학년도 대입 모집정원은 지난해 4월 발표됐지만, '교육부 장관이 인정하는 부득이한 사유가 있는 경우' 대학이 대교협 승인 등을 거쳐 해당 사항을 바꿀 수 있도록 돼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이번 조치는 특정학과(의대) 모집정원 증가 규모로는 사상 최대"라며 "의대 모집정원 확대, 지역인재 의무 선발 등으로 지역·학교간 합격점수 격차도 커질 수 있고 합격선도 현재보다 매우 떨어지는 이례적 상황도 발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