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용 SOS 비상벨은 위급 상황에 기기 케이스를 뽑으면 앱에 저장된 지인 5명에게 구조 요청 문자가 간다. 20초가 지나면 인근 경찰서에 자동으로 신고된다. /영상=김지은 기자
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에 홀로 사는 시각장애인 조모씨가 검은색 기기 고리를 잡아당기자 주변 사람들이 얼굴을 잔뜩 찌푸렸다. 120데시벨(dB) 경고음이 사정없이 방 안에 울려 퍼졌다. 근처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두 손으로 귀를 막았다. 이 검은색 기기는 지난해 서울시와 서울경찰청이 합동 제작한 '안심 경보기'로 범죄 위급 상황에서 도움을 요청할 때 사용된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홀로 사는 시각장애인 조모씨가 안심경보기 고리를 만지고 있는 모습. /사진=김지은 기자
지키미 세트에는 안심 경보기와 휴대용 SOS 비상벨이 담겨 있다. 안심 경보기는 강력한 경고음이 발생하는 기기로, 위험 상황에 노출되거나 주변 도움이 필요할 때 이용할 수 있다.
휴대용 SOS 비상벨은 스마트폰 앱(애플리케이션)과 연동해 사용하는 휴대용 구조요청기다. 이용자가 기기 케이스를 뽑으면 앱에 저장된 지인 5명에게 구조 요청 문자가 발송된다. 20초가 지나면 인근 경찰서에 자동으로 신고된다. 해당 기기는 자동 녹음 기능과 사이렌 울림 기능도 있다. 기기 커버를 분리하면 3분 동안 외부 상황이 녹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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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키미 세트 모습. 휴대용 SOS 비상벨과 안심경보기가 담겨있다. /사진=서울시
서울 강서구에서 거주하는 20대 대학생 박모씨 역시 "스토킹 피해나 범죄 피해는 없었지만 예방 차원에서 신청했다"며 "평소에도 후추 스프레이를 몸에 지니고 다녔는데 지키미 세트까지 갖고 다니면 훨씬 든든할 것 같다"고 말했다.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 비상벨을 실수로 잘못 누르면 경찰력이 낭비돼 또 다른 범죄 대응이 어려울 수 있다. 휴대용 SOS 비상벨은 20초 이후 경찰 신고가 바로 이뤄지기 때문에 구조 요청이 아닐 경우엔 그 전에 빠르게 재결합해야 한다. 경찰 관계자는 "장난으로 케이스를 뽑거나 허위 신고가 반복되면 기기를 회수할 예정"이라며 "아직은 오작동 사례는 없었다"고 말했다.
휴대용 SOS 비상벨은 블루투스 기반 제품으로 휴대폰과의 거리도 중요하다. 휴대폰과 10m 이상 떨어지면 긴급 신고가 안 될 수 있다. 경찰 관계자는 "교제 폭력, 스토킹 피해자들은 휴대폰을 뺏겨도 10m 공간 안에 있으면 작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스마트폰을 이용하지 않는 노인들도 이용에 어려움을 겪는다. 서울 영등포구에 홀로 거주하는 80대 노인 조모씨 역시 지인에게 '지키미 세트'를 선물 받았지만 2G 폰을 이용해 앱을 설치할 수 없었다. 휴대용 비상벨을 이용하려면 위치정보시스템(GPS) 기능이 필요한데 이 경우 별도의 통신비를 추가해야 한다. 경찰 관계자는 "일반 공기계 휴대폰에도 해당 기능을 적용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현재 시범 운영 중인 지키미 사업을 확대할지 검토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추후 설문 조사를 진행해 효용성 등을 검토할 것"이라며 "현재 기기를 받은 사람은 기간 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 영등포구에 거주하는 80대 노인 조모씨는 지키미 세트를 선물 받았지만 2G폰을 이용해 앱을 설치할 수 없었다. /사진=김지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