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촉구 전국 중소기업인 결의대회에서 참가자들이 법안 유예를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2024.1.31/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중대재해법 확대 시행과 2년 유예 중 어떤 것이 옳고 그른지 딱 잘라 말할 수 없다. '안전'과 '생계'. 양보하기 어려운 가치 두 개를 놓고 저울질해야 한다. 예정대로 법을 시행하자는 쪽은 퇴근이 보장된 안전한 현장을 만들어야한는 주장일 테고 2년 미루자는 쪽은 지속가능한 생계를 위해 조금 더 준비하자는 입장이다.
야당이 산안청 설치 요구를 지난해 유예 논의를 시작할 때부터 했는지, 올해 법 시행 직전에야 했는지도 주장이 갈린다. 안전과 생계 중 뭐가 중요하느냐는 더 이상 중요치 않다. 산안청을 수용하느냐 마느냐, 어느 쪽이 정치적으로 '이겼느냐'가 1번 쟁점이었을 뿐이다.
이들 모두 정부 조직 하나 새로 만든다고 영세사업장의 중대재해가 줄어들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별도 조직의 유무보다는 운용이 더 중요하다는 건 정부나 현장을 한 번이라도 거쳐갔다면 알 수 있는 내용이다.
지난달 27일 중대재해법이 예정대로 확대 시행되고 나서야 당정은 '2년 뒤 산안청 설치'로 한발 물러선다. 여야 원내대표 간 합의가 이뤄지면서 지난 1일 국회 본회의에서 중대재해법 유예를 결정할 것이란 기대감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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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민주당 의원총회에선 지도부 간 합의에도 중대재해법 유예에 반대의견으로 결론났다. 그러고 나서야 "현장에서의 노동자 생명 안전을 더 우선해야 한다는 기본 가치에 충실하기로 했다"며 뒷전으로 미뤄뒀던 '안전' 명분을 꺼내들었다. 한발씩 늦게 나온 당정의 산안청 수용과 야당의 기본가치를 순수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중대재해법 확대 시행 후 열흘이 채 안 돼 50인 미만 영세사업장에서 수사 사례가 3건이 발생했다. 1·2호 사건은 불과 30분차이로 부산과 강원에서 일어났다. '수사대란' 우려가 이제 현실이 됐음을 보여준다.
'안전'과 '생계'라는 본질적인 가치를 외면하고 정치적 겨루기로 확대 시행 한 중대재해법. 현장의 혼란 앞에서 여야가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장면은 불보듯 재현될 것이다. 근로자에게 안전한 퇴근을 보장하겠다는 법의 원래 취지는 어디로 갔는가.
양경수 위원장을 비롯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중대재해처벌법 개악 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국민의힘이 더불어민주당에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2년 유예와 산업안전보건지원청의 2년 후 개청을 골자로 한 중재안을 제시했다. 민주당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입장을 결정할 예정인데 긍정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라 수용 가능성도 제기되며 중재안을 받으면 이날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될 가능성도 있다. 2024.2.1/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