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판 깔린 K반도체, 이제는 달릴 때

머니투데이 한지연 기자 2024.02.02 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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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산업 활성화가 곧 민생을 살리는 길"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15일 직접 주재한 반도체 산업 민생토론회에서 한 발언이다. 윤 대통령은 집권 후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 의지를 거듭 드러내 왔다. 정치권도 반도체 지원엔 여야가 같은 목소리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우리의 우선순위는 반도체"라고 말했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역시 같은 달 22일 반도체 등 첨단산업 보호 및 육성을 위한 한국판 IRA(인플레이션감축법)도입을 시사했다.

반도체는 무한경쟁의 장이다. 주요 기업과 국가가 한팀이 되어 플레이를 하고 있다. 미중 갈등과 같은 지정학적 요인 등이 반영되며 반도체가 국가전략산업화됐고 각국 정부는 일제히 지원책을 쏟아 내며 자국기업에 혜택을 주고 있다. 미국 정부는 반도체과학법에 따라 반도체 투자 기업에 생산 보조금 등 5년간 총 527억 달러를 지원키로 했다. 중국 정부는 2015~2025년 반도체 분야에 1조 위안을 투자하는 내용의 '중국 제조 2025'를 바탕으로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보조금도 경쟁적으로 주고 있는 셈이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에 따르면 지난해 국가별 반도체 공장 투자 규모는 한국이 228억달러, 대만이 265억달러, 중국이 470억달러였다. 아시아 반도체 공급망 핵심 국가 가운데 한국이 가장 적다. 이는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경쟁국가 만큼의 정책적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

김정회 한국반도체산업협회 부회장은 지난달 31일 반도체산업현장간담회에서 "일본은 대만 TSMC의 공장 설립 투자액의 40% 가까운 금액을 현금으로 줬다"며 "우리도 보조금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분초를 다투는 반도체 기술 개발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적기 진입이 필수다. 제때 신속한 투자가 뒷받침돼야 한단 의미다. 기업들은 이미 투자 보따리를 풀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이 622조원을 투입해 경기 남부에 세계 최대 규모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를 조성하기로 했다. 정부의 화답이 남았다.



반도체 업황은 긴 겨울의 끝을 지나 봄으로 향하고 있다. 지난달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 가격은 전달 대비 9% 가량 뛰었다. 상황이 좋아졌을 때 투자를 시작하면 늦다. 이제는 지원 속도를 올려 잘 달릴 수 있게 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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