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 미국 가난한 유럽…갈수록 격차 커질 수밖에 없는 이유

머니투데이 박광범 기자 2024.01.27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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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부자 미국 가난한 유럽

부자 미국 가난한 유럽…갈수록 격차 커질 수밖에 없는 이유


25조4645억달러 vs 16조6426억달러

IMF(국제통화기금)가 집계한 2022년 기준 미국과 EU(유럽연합)의 GDP(국내총생산)다. EU 27개 회원국 GDP를 몽땅 합쳐도 미국 GDP의 65.4%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숫자다.

만약 EU 회원국이 미국의 한 개 주라면 어떤 수준일까.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싱크탱크인 유럽국제정치경제센터(ECIPE)가 지난해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내 GDP 1위주인 캘리포니아(3조5981억달러)보다 GDP 규모가 큰 EU 회원국은 독일(4조754억달러)뿐이다. EU를 탈퇴한 국가로서 미국의 식민 모국인 영국(3조706억달러)보다 캘리포니아의 GDP가 더 크다.



이런 차이는 어디서부터 만들어졌을까가 '부자 미국 가난한 유럽'의 시작점이다. 이 책은 조선일보 글로벌 경제·산업 섹션 위클리비즈 손진석 편집장과 조선일보 글로벌 경영·산업 섹션 위클리비즈팀 홍준기 기자가 유럽과 미국에서 특파원 생활을 하며 수년의 거주와 현장 취재 경험을 살려 미국과 유럽의 속살을 다각도로 분석한 결과물이다.

이 책은 세계를 호령하던 유럽이 왜 점차 길을 헤매고 서서히 힘을 잃어가고 있는지, 300년 역사도 채 안 되는 미국이 어떻게 세계 최강 대국이 됐는지 경제체질뿐 아니라 △산업 △자본시장 △교육 △지정학 △복지 등 요인으로 다각도로 분석하고 있다.



책 곳곳에는 한국 사회도 직면한 문제인 근로시간, 무상교육, 복지 확대 등의 주제도 담겨 있다.

대표적으로 프랑스의 주35시간 근무제 사례는 한국에도 많은 고민을 던져준다. 저자가 만난 한 프랑스 중소기업 경영자는 "주 35시간 근무제는 2차대전 이후 프랑스가 만든 법률 중 가장 바보 같은 법"이라고 말한다. 다른 프랑스 스타트업 대표는 저자와 인터뷰를 하면서 자신이 범법을 저지르고 있으니 실명을 공개하지 말아달라고도 한다. 프랑스 대다수 스타트업 직원들이 주 35시간 이상 근무하는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1990년대 후반 프랑스 노동부 국장으로 일하며 주 35시간제 도입 실무책임자로 근무해 아직도 '미스터 35시간'으로 불리는 이브 바루씨 조차 주 35시간제 수정을 주장하고 있다. 사업장별로 근로시간을 유연하게 가져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금의 주 35시간제가 '프랑스병(病)'의 근원으로 기업 생산성과 경쟁력을 갉아먹고 있다는 것이다.


한 나라의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 또한 미국과 유럽의 격차를 벌리는 요인으로 지적한다. 내놓으라 하는 브레인들이 무상교육의 유럽이 아닌 한 해 억 단위의 교육비가 드는 미국을 택하는지에 대한 분석도 담겼다. 이는 곧 그 국가의 미래 경쟁력 차이로 이어진다.

실제 코로나19(COVID-19) 이후 제약계 유명인사가 된 스테판 방셀 미국 모더나 최고경영자(프랑스), 앨버트 불라 화이자 최고경영자(그리스)는 유럽을 떠나 미국행을 택했다.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도 수많은 유럽 인재들이 '아메리칸 드림'을 쫓거나 종교·정치적 탄압을 피해 대서양을 건넜다. 존 데이비드 록펠러, 워런 버핏, 알베르트 아인슈타인뿐이 대표적이다. 최근 세계적으로 명성 높은 기업 중 유럽인이 미국으로 건너와 만든 회사도 여럿이다. △AT&T △왓츠앱 △이베이 △듀폰 △P&G △리바이스 △듀폰 등의 창립자는 모두 유럽 출신이다.

그렇다고 이 책이 유럽을 폄하하고 미국을 찬양하는 것만은 아니다. 마약과 빈부격차, 총기 사고가 끊이지 않는 미국 사회의 어두운 면도 충분히 다루고 있다. 미국이 세계 최강대국으로 지위를 확고히하고 있다고 해서 과연 미국인들이 행복한지에 대해선 의문부호를 던진다. 미국의 길도 아니고 유럽의 길도 아닌 우리에게 적합한 길을 찾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 이 책의 핵심이다.

◇부자 미국 가난한 유럽 / 손진석, 홍준기 / planb / 1만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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