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펀드 미소진 자금만 12조원…벤처캐피탈 투자시계 빨라지나

머니투데이 김태현 기자 2024.01.28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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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이지혜 디자인기자/그래픽=이지혜 디자인기자


벤처투자 혹한기로 위축됐던 벤처캐피탈(VC)들이 올해 본격적으로 지갑을 열 것으로 보인다. 현재 쌓여있는 드라이파우더(미소진 투자금) 규모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드라이파우더의 상당 부분이 2019~2022년 신규 결성된 벤처펀드인 만큼 펀드 소진 압박이 점차 커지고 있다.

28일 벤처스타트업 업계에 따르면 2023년 상반기 기준 국내 주요 VC들의 드라이파우더는 약 11조8000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18% 급증했다. 여기에 지난해 9월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이 8000억원 규모의 메가 벤처펀드 결성을 완료한데다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까지 올해 1분기 3000억원 규모의 대형 벤처펀드 결성을 눈앞에 두고 있어 드라이파우더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드라이파우더가 크게 늘어난 이유는 팬데믹 기간 신규 벤처펀드 결성이 몰렸기 때문이다. 팬데믹 당시 각국 중앙은행의 확장재정으로 신규 벤처펀드 수가 크게 늘었다. 중기부에 따르면 2019년 554개였던 신규 벤처펀드는 2020년 650개, 2021년 1198개, 2022년 902개로 급증했다.

결성금액도 늘었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VC협회)에 따르면 2019년 7조8698억원이었던 신규 벤처펀드 결성금액은 2020년 9조9912억원에서 2021년 17조8035억원, 2022년 17조6614억원이다. 불과 1년 사이 결성금액이 8조원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이같은 흐름은 2023년 들어 크게 꺾였다. 2022년 하반기 각국 중앙은행이 긴축재정으로 돌아서면서 신규 벤처펀드 결성을 위한 자금이 메말랐다. 2023년 1~3분기 기준 신규 벤처펀드 결성액과 결성건수는 8조4482억원, 609건으로 전년동기 대비 각각 33.6%, 14.1% 줄었다.

해당 시기 VC들의 벤처투자도 급감했다. 2021년 16조875억원이었던 벤처투자 규모는 2022년 12조6105억원로 줄었다. 2023년 1~3분기 벤처투자 규모는 7조6874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24.7% 급감했다. 벤처투자 혹한기로 스타트업들의 기업가치가 반토막나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됐다.

이렇게 신규 벤처펀드는 늘었지만, 투자가 위축되면서 드라이파우더가 크게 늘었다. 펀드 소진 압박도 점차 커지고 있다. 모태펀드 관리보수 규정에 따르면 위탁운용사(GP)는 펀드 결성일로부터 3년간 펀드 약정총액 기준으로 관리보수를 지급 받는다. 그러나 이후부터는 투자잔액 기준으로 바뀐다. 투자를 하지 않으면 관리보수를 챙길 수 없는 구조다.


한 VC 관계자는 "최근 투자 대상 선별을 위한 투자심의회 건수도 크게 줄어든 상황"이라며 "관리보수를 위해서라도 올해 상반기부터 본격적으로 투자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주요 투자처로는 바이오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기업공개(IPO) 시장이 경색되면서 기업가치가 크게 손상된 업종이다. △쓰리메디비젼 △레보메드 △메디컬아이피 △한국의약연구소 △글라세움 등 지난해 IPO를 철회한 바이오 기업만 8곳에 달한다.

그러나 최근 IPO 시장이 반등하면서 바이오 훈풍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한 VC 바이오 전문 투자 담당자는 "지난해 말부터 바이오 업종이 바닥을 치고 올라오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며 "기업가치에 대한 눈높이가 낮아진 만큼 향후 반등의 폭도 크게 나타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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