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쿠션 특허 전쟁이 남긴 교훈

머니투데이 조한송 기자 2024.01.23 05:10
글자크기
해외에서 가장 주목받는 K-뷰티 카테고리 중 하나는 선크림 등 자외선차단 제품이다. 저렴한 가격에 스킨케어 효능까지 갖춘 국내산 자외선 차단제 제품은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 등에서 회자되며 인기를 끌고 있다. 조선미녀, 닥터자르트 등이 대표적이다. K-뷰티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메이드인 코리아(Made in Korea)' 자외선 차단제로 미국 시장을 공략하는 국내 화장품기업도 는다. 코스맥스, 한국콜마 등 국내 제조업체가 자외선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전담 조직을 꾸리고 제형 및 효능 연구를 지속해왔기에 가능한 결과다.

하지만 이러한 화장품 제조회사들의 기술력 보호는 취약한 상황에 놓여 있다. 이탈리아에 본사를 둔 화장품 기업 인터코스에 선케어 핵심기술을 뺏긴 한국콜마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한국콜마에서 선케어 화장품 연구개발을 총괄하던 연구소 직원이 인터코스의 한국 법인으로 이직하면서 기술 정보를 빼돌린 사건이다. 2017년까지 선케어 제품군을 제조하지 않던 인터코스코리아가 기술 확보 후 2018년 한 해에 올린 썬케어 매출만 460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인터코스코리아가 형사와 민사소송을 통해 내놓은 돈은 고작 2억원 뿐이다. 기술 탈취 결과는 달콤했고 그 처벌의 수위는 씁쓸했다.



공들여 개발한 기술을 뺏기지 않기 위해 특허 제도를 이용할 수 있지만 이 역시 허점은 존재한다. 특허를 등록하는 과정에서 그 기술 내용의 일부가 공개돼 경쟁 기업에 오히려 노하우를 전수해주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어서다. 기업으로선 내용을 일부 공개함으로써 20년간 동안만 유지되는 원천 기술을 보호받을 것인지 아니면 다른 기업의 기술 선점 위험을 무릅쓰고서라도 기술 유출을 막을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이 때문에 화장품의 경우 특허 출원을 일부러 하지 않거나 출원을 보류하고 있는 기업이 적지 않다.

기술 유출로 얻는 이득이 적발됐을 때 발생하는 손실보다 큰 상황이 계속되는 한 언제든 기술 유출이 발생할 수 있다. 한때 '쿠션 강국'이었던 K-뷰티가 기술을 보호하지 못하면서 글로벌 화장품 브랜드에게 자리를 내어준 사례는 또다시 되풀이될 수 있다. 아시아를 넘어 미국, 아프리카까지 퍼진 한국산 화장품의 열기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기술 유출을 근본적으로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무엇일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기자수첩] 쿠션 특허 전쟁이 남긴 교훈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