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취자 방치했다고 벌금 받은 경찰관…"경찰이 혼자 어떻게 감당하나"

머니투데이 이강준 기자 2024.01.2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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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윤희근 경찰청장이 최근 60대 주취자가 집 앞에 방치돼 있다가 한파에 사망하게 돼 그를 데려다줬던 경찰관이 벌금형을 선고받은 것에 대해 "주취자 문제를 경찰만 감당하는 게 한계가 있다"고 22일 밝혔다.

윤 청장은 이날 오전 10시30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정례기자간담회에서 "내부 회의에서 청장으로서 안타깝다고 생각하고 현장 동료에게 미안한 마음도 있다고 말씀드렸다"며 "현장 경찰관이 적법하게 모든걸 판단하기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서울북부지법은 업무상과실치사혐의로 기소된 서울 강북경찰서 미아지구대 소속 A경사와 B경장에게 최근 각각 벌금 500만원과 400만원의 약식명령을 선고했다.

이들은 지난해 11월30일 새벽 112 신고를 받고 술에 취해 길가에 누워있던 60대 남성 A씨를 서울 강북구 수유동 다세대주택 야외 계단에 앉혀놓고 돌아가 A씨가 저체온증으로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해당 선고가 알려지자 경찰 내부에선 '경찰이 주취자 이불도 덮어줘야 하냐'는 등의 지적이 쏟아졌다. 현장 상황을 전혀 판단하지 않고 법령을 기계적으로 해석했다는 비판이다.

윤 청장은 "현장 경찰관이 주취자 집 앞까지 데려다 줬는데 문이 잠겨있었고, A씨가 문을 열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며 "강제 개방을 해야하는 건지 등에 관한 판단을 경찰이 하기가 어렵다. '경찰이 어디까지 해야하느냐'의 문제도 있다"고 했다.

윤 청장은 이번 사건을 포함해 주취자 문제는 지방자치단체·의료기관 등을 비롯해 범정부 차원의 협업이 필요한 문제라고 봤다. 그는 "현장 경찰관에게 가장 부담되는 업무가 주취자·정신질환자 업무"라며 "정신질환자 업무는 획기적인 국가적 대책이 발표됐지만 주취자 문제는 여기까지 가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단일 사건에 대한 책임문제를 떠나서 주취자 문제에 대한 법적·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경찰뿐만 아니라 지자체·의료기관 협업도 있어야 한다. 국회에 관련법 4건이 발의됐는데 계류돼있어 속도가 별로 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국가적 차원 대안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 이전 단계에서 경찰이 해야될 것들은 충실히 하겠다"면서도 "(경찰만 주취자 문제를 대응하기엔) 한계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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