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소주 CEO' 박재범은 왜 농업법인을 만들었을까

머니투데이 지영호 기자 2024.01.21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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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좌막우]'막상막하'의 순위 다툼을 하고 있는 소비기업들의 '막전막후'를 좌우 살펴가며 들여다 보겠습니다.

'원소주 CEO' 박재범은 왜 농업법인을 만들었을까


지난 한달간 온라인 모바일을 통해 소비자 입에 많이 오르내린 전통주는 어떤 제품일까 궁금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안동소주, 맵시막걸리, 화요, 동해소주, 해창막걸리' 순으로 나오더군요. 식품산업통계정보의 분기별 식품산업의 이슈를 분석하는 '품목트랜드'를 통해 최근 한달간(2023년12월10일~2024년1월13일) 전통주에 관한 이슈를 찾아본 결과입니다. 물론 전통주, 막걸리, 와인 등 특정제품이 아닌 보통명사는 제외했습니다.

품목트랜드는 인스타그램을 비롯해 카카오스토리, 지식인, 카페, 블로그, 뉴스 등 5000여개 채널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토대로 검색순위를 나열해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특정기간동안 관련 분야의 언급량을 통해 트랜드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화요가 전통주가 아님에도 전통주 관련 리스트에 포함됐다는 점입니다. '전통주 등의 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전통주산업법)에 따라 전통주로 인정받으려면 △무형문화재 보유자가 제조하거나 △식품명인이 만들거나 △농업경영체나 생산자단체가 직접 생산하거나 해당 지역 농산물로 만든 지역특산주로 인정받아야 합니다.

화요는 광주요그룹이 2005년 출시한 증류식 소주로 여주 이천 쌀을 원료로 전통방식의 제조법에 따라 생산합니다. 때문에 소비자 상당수가 전통주로 인식할만합니다. 하지만 화요는 법이 정한 요건을 만족하지 않습니다. 다른지역에서 생산된 부재료가 일부 포함돼 있어섭니다. 흔히 전통주라고 인식하는 30년 전통의 백세주나 양조 경력이 60년 넘은 장수생막걸리도 수입산 재료가 들어가 있어 전통주가 아닙니다.



(서울=뉴스1) 권현진 기자 = 가수 그레이(왼쪽부터), 사이먼 도미닉(쌈디), 박재범, 로꼬, DJ 펌킨이 2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더현대서울에서 열린 원소주(WONSOJU) 팝업 스토어 오픈 행사에 참석해 건배를 하고 있다. 2022.2.25/뉴스1  (서울=뉴스1) 권현진 기자 = 가수 그레이(왼쪽부터), 사이먼 도미닉(쌈디), 박재범, 로꼬, DJ 펌킨이 2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더현대서울에서 열린 원소주(WONSOJU) 팝업 스토어 오픈 행사에 참석해 건배를 하고 있다. 2022.2.25/뉴스1
반대로 래퍼 박재범의 '원소주'는 전통주입니다. 박 씨가 농업회사법인 원스피리츠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농업법인을 만들었다고 미국 국적의 유명인의 이름을 건 술을 전통주로 분류하는게 맞느냐는 논란이 많았습니다.

전통주 분류가 의미있는 이유는 주세 50%를 감면받고 인터넷 판매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유로 대부분의 소규모 양조시설을 갖춘 사업장은 영농조합법인 형태를 취하고 있습니다.

논란이 된 전통주는 원소주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국내서 영어강사를 지낸 미국인이 뉴욕으로 돌아가 조선시대 방식으로 만든 '토끼소주'도 국내 농산물로 만들어 전통주 혜택을 받고 국내에서 판매됩니다.


유명인을 내세운 전통주는 계속 나옵니다. 가수 성시경이 자신의 이름을 걸고 '인공감미료 무첨가 12도 막걸리'를 올해 출시할 예정입니다. 제조업체는 물론 농업법인입니다.

연예인을 내세운 전통주에는 리스크가 있습니다. 대중에게 주목을 받는 연예인이다보니 논란에 휩싸이면 인기가 급락하는 경우입니다. 가수 임창정씨가 참여한 전통주 '소주 한잔'과 '미숫가루 꿀막걸리'가 그 예입니다. 임창정씨가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 발 주가폭락 사태에 연루된 후 관련 제품은 퇴출됐습니다.

'영탁막걸리'를 앞세워 인기몰이를 했던 예천양조는 광고계약 과정에서의 논란으로 자사 모델인 가수 영탁과 소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얼마전 재판부가 예천양조 백모 대표에게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혐의로 실형을 선고했습니다. 물론 백 대표도 항소를 결정했다고 합니다. 대표의 법정싸움에 막걸리 사업은 순탄치 않습니다. 연예인 유명세에 전통주 혜택을 받았다고 해서 다 잘 풀리는 것은 아닌가 봅니다.

최근 정부는 국무조정실 주도로 전통주 인정 범위를 확대하는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국내 농산물 일부를 관할지역 밖에서 가져왔다고 해서 전통주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게 이유입니다. 또 막걸리도 전통주 명칭을 사용할 수 있게 하는 방안과 지역맥주를 전통주에 포함시키는 방안도 관심거립니다. 모쪼록 소비자들이 전통주라고 인정할만한 술에 자격을 부여하는게 상식적일 듯 합니다. 정부의 합리적 판단을 기대해 봅니다.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열린 2023 대한민국 우리술 대축제를 찾은 관람객들이 전통주를 살펴보고 있다. 2023.11.24.[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열린 2023 대한민국 우리술 대축제를 찾은 관람객들이 전통주를 살펴보고 있다. 2023.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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