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허망하게 사라질 식당과 허무하게 없어질 일자리

머니투데이 세종=조규희 기자 2024.01.22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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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가 시행된 1일 서울의 한 식당가가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2021.11.1/사진=뉴스1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가 시행된 1일 서울의 한 식당가가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2021.11.1/사진=뉴스1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대표가 수사받는 동안 사실상 폐업인데, 결국 한 식구처럼 일하던 근로자들은 모두 실업자가 되는 것 아니냐. 처벌이 만능이 아니며 재해예방 준비할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

소규모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사업주의 말이다. 50인 미만 사업장의 중대재해처벌법 적용까지 일주일도 남지 않았다. 83만7000개 사업장이 대상이다. 제조업은 제조업대로, 건설업은 건설업대로 모든 현장이 초비상 상태다. 현실적 준비는 시작조차 못했는데 법적용은 이번 주말부터 시작되는 탓이다.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이 도리어 근로자의 생활을 급격하게 불안정하게 할 수 있다. 50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대표가 기획, 영업, 생산, 안전관리까지 1인다역을 수행한다. 이런 상태서 중대재해가 발생해 대표가 구속되면 사실상 그 사업장은 셧다운 상태가 된다. 근로자는 하루아침에 실업자로 내몰리고 생활 안정성에 심각한 타격을 입는다. 삶의 터전이 사라진 그들의 심리적 부담감은 감히 상상할 수 없으며 재취업 과정은 더욱 어려우리라 예상된다.

공장·시설을 갖춘 제조업뿐만 아니라 요식업, 농축산업, 서비스업도 법 적용 대상이 된다. 축사 개보수 과정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근로자도 가축도 갈 길을 잃는다. 가족의 외식을 담당해주던 식당도 폐업 종이민 출입문에 붙은 채 불꺼진 상태로 방치될 수 있다. 전체 적용 사업장의 68%에 해당하는 만큼 서민 생활에 직접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의미다.



치킨집, 카페, 편의점 등 일상 생활과 직결된 가게의 개업도 더뎌질 수 있다. 10만원 단위부터 1000만원단위까지 수리, 철거, 개·보수, 인테리어, 도색을 담당하는 이들이 소규모 건설업자들이다. 자영업자와 함께 공존하는 이들도 공사규모에 관계없이 법 적용 대상이 된다.

누구도 근로자의 안전 강화를 반대하지 않는다. 중대재해처벌법의 본래 목적도 '사고 예방'이다. 법의 취지대로 근로자를 보호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고 준비해야 하는 시간을 줘야한다. '그동안은 뭐했느냐'는 말로 비판만하기에는 근로자와 국민 피해가 너무 크다. 정부의 경제 단체도 늦었지만 전방위적 지원과 준비 대책을 마련했다. 오는 25일 국회 본회의가 예정돼 있다. 사실상 법안 유예의 마지막 기회다.

[기자수첩]허망하게 사라질 식당과 허무하게 없어질 일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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