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만 마시면 '발그레', 가슴 답답…"이런 사람에 술 권했다간 큰일"

머니투데이 박정렬 기자 2024.01.18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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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만 마시면 '발그레', 가슴 답답…"이런 사람에 술 권했다간 큰일"


하루 평균 알코올 섭취량이 30g(주종과 관계없이 약 4잔) 이상 과음하는 사람은 알코올 대사 능력이 낮을수록 심방세동 위험이 높다는 사실이 대규모 연구를 통해 확인됐다.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오세일 교수와 박찬순 임상강사 연구팀은 2006~2010년 영국 바이오뱅크 코호트에 등록된 40여만명을 대상으로 알코올 대사 능력 및 일평균 음주량에 따른 심방세동 발생 위험을 분석한 결과를 18일 발표했다.

심방세동은 심장이 불규칙하게 수축하는 부정맥의 일종으로 뇌졸중, 치매, 심부전의 주요 위험인자다. 고령화에 따라 세계적으로 발병률이 증가하고 있다.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답답하고 심한 경우 어지러움과 호흡곤란을 동반한다. 흡연·비만·운동 부족 등으로 인해 발병 위험이 커지는데 지금까지 '술'과 심방세동의 상관관계는 명확히 알려진 바 없었다.



일평균 음주량과 알코올 대사능력에 따른 심방세동 발생 위험을 비교한 표. 과음하면서 알코올 대사능력이 '낮음' 그룹이 심방세동 발생 위험도가 1로 가장 높다./사진= 서울대병원일평균 음주량과 알코올 대사능력에 따른 심방세동 발생 위험을 비교한 표. 과음하면서 알코올 대사능력이 '낮음' 그룹이 심방세동 발생 위험도가 1로 가장 높다./사진= 서울대병원
이에 연구팀은 사람마다 유전적으로 다른 '알코올 대사 능력'이 실제 음주량에 따른 심방세동 발생 위험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가설을 세우고 연구를 설계했다. 먼저 심방세동 병력이 없는 39만9329명을 일평균 알코올 섭취량에 따라 ▲비음주자(0g) ▲경-중등도 음주자(<30g, 약 4잔 미만) ▲과음자(≥30g, 약 4잔 이상)로 구분했다. 보통 알코올 대사 능력이 떨어지면 음주 시 얼굴이 빨개지는데, 연구팀은 이를 정량적으로 표현한 '다유전자 위험점수'를 기준으로 각 그룹을 대사능력 낮음, 보통, 높음으로 다시 구분한 후 약 12년간 추적 관찰하며 심방세동 발생 위험을 분석했다.

그 결과, 알코올 대사 능력에 따라 음주량과 심방세동 발생 위험 사이의 연관성은 차이를 보였다. 하루 음주량이 4잔 이상인 과음자는 알코올 대사 능력이 높을수록 심방세동 위험이 감소했지만, 경-중등도 음주자와 비음주자에서는 이 같은 양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심방세동 발생 위험은 '알코올 대사 능력 낮은 과음자' 그룹이 가장 컸다.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오세일 교수(사진 왼쪽)과 박찬순 임상강사.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오세일 교수(사진 왼쪽)과 박찬순 임상강사.
다만 알코올 대사 능력과 관계없이 음주량과 심방세동 위험은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있었다. 일평균 알코올 8g(주종과 관계없이 약 1잔)을 더 섭취할 때마다 심방세동 위험도는 1%씩 증가했다. 연구팀은 "알코올 대사 능력은 동일한 음주량에서 심방세동에 더 취약한 사람을 식별하는 데 도움이 된다"며 "진료 현장에서 금주를 적극적으로 권고하는 근거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세일 교수는 "이번 연구는 음주량과 유전적 소인이 심방세동에 미치는 복합적인 관계를 분석한 최초의 대규모 연구"라며 "사람마다 동일하게 술을 마셔도 심방세동 위험은 다르므로 알코올 대사 능력이 낮아 심방세동에 취약한 사람은 반드시 금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BMC 메디신'(BMC Medicine)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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