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전문의약품 '광고의 자유' 허(許)하라

머니투데이 박정렬 기자 2024.01.18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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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서 처방받는 약을 '제대로' 아는 사람이 드물다. 착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약은 영양제·건강기능식품과는 다르다. 예컨대 혈관 건강에 오메가3가 좋다는 건 알아도 고혈압 약의 성분이 몸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는 아는 사람은 드물다. 무지는 공포를 낳기도 한다. 병원에 가는 대신 인터넷에서 '좋은 영양제'를 찾거나 약국에서 파는 일반의약품을 먹으며 건강을 관리하다 병을 키우는 사례가 적잖다.

일반인이 약을 잘 모르는 이유 중 하나는 엄격한 '광고 제한' 때문이다. 약사법 제68조 제6항에 따르면 전문의약품은 백신을 제외하면 의학·약학 전문가를 대상으로 하는 의약전문매체나 학술지에만 광고를 할 수 있다. 대중에게 친숙한 TV나 신문에 전문의약품에 관한 정보가 제대로 실리지 못하는 이유다. 제약사가 홈페이지 등에 자사의 전문의약품 정보를 소개하는 것도 불법이다.



물론 의약품 광고는 신중해야 한다. 자칫 과대·허위 광고하거나 약물에 대해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그렇지만 애초 정보 접근을 제한하는 것이 과연 국민과 환자 안전에 도움일지는 의문이 든다. 감추는 것보다 정확히 알리는 게 무분별한 루머와 쓸데없는 공포를 없애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걸 코로나19(COVID-19)를 거치며 모두 깨닫지 않았는가.

건강기능식품과 일반의약품·백신 광고는 넘치는데 정작 내가 처방받은 약은 전문의약품이라 정보 접근이 어려운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 인터넷으로 검색하면 일반인도 보는 의학 전문지에만 "의사·약사 대상"이라며 정보 전달을 허용하는 것도 모순이다. 한 글로벌 제약사 관계자는 "해외에서는 환자가 이해하기 쉽게 다양한 경로를 통해 의약품에 관해 설명하는데 한국은 언론에게조차 원활한 정보 공유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의료는 특성상 전문가 집단과 환자 간 정보 불균형이 심한 분야다. 특히 '3분 진료'가 일상인 우리나라에서 환자가 의사·약사에게 전문의약품 정보를 충분히 듣는 건 어려울 수밖에 없다. 전문의약품은 의사의 처방전에 따라 약사가 조제·판매하지만, 효과와 부작용을 경험하는 건 이걸 복용하는 국민이다. 무방비 상태로 '잘 모르는 약'을 먹으라고 하는 것보다 필수적인 정보는 허가한 범위 내에서 '친절하게' 알릴 수 있게 법과 제도를 손봐야 할 때다.

[기자수첩] 전문의약품 '광고의 자유' 허(許)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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