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자·심사자 경찰 입건…포스코 차기회장 심사 '시계제로'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최경민 기자 2024.01.12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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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자·심사자 경찰 입건…포스코 차기회장 심사 '시계제로'


포스코그룹의 지주회사인 포스코홀딩스가 지난해 해외 이사회를 열면서 비용을 불법 집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이와 관련된 업무상 배임 혐의로 입건된 인물은 16명이다. 최정우 회장을 비롯, 현재 포스코 차기 회장 후보 심사를 맡은 회장 후보 추천위원회(후추위) 위원들과 차기 회장 심사 대상으로 파악된 사내이사진들이 포함됐다. 재계에선 차기 회장 선출 과정의 공정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 수서경찰서는 최 회장 등 회사 관계자 16명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입건해 수사 중이다. 이들 중 일부 사외 이사는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도 함께 받고 있다.



최 회장을 포함한 포스코홀딩스는 이사회는 지난해 8월6일부터 12일까지 캐나다에서 이사회를 개최했다. 이 이사회 일정에 총 6억8000만원 가량 지출됐는데 이 비용 일부를 자회사 포스코와 포스칸이 나눠 집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분의 불법성 여부가 수사의 핵심으로 파악된다. 해당 비용은 사규에 따라 포스코홀딩스가 지출해야 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밖에 경찰은 해외 이사회에 참석한 현직 교수 출신 사외 이사들의 청탁금지법 위반 여부도 조사 중이다. 해당 사외 이사들이 고급 호텔에 묵고 호화 식사를 했다는 의혹이 있다.

경찰이 수사에 착수한 해당 사안은 이미 지난해 국정감사 도마에도 올랐다. 포스코홀딩스의 해외 이사회 일정 도중 최 회장과 사외이사들의 골프 외유 논란이 불거지면서 최 회장은 교육위 국정감사에 '부정청탁법 위한 관련 증인으로 채택됐다. 당시 최 회장은 유럽 출장을 이유로 국감장에 출석하지 않았다.



포스코 안팎에선 이번 수사 착수 시점이 후추위를 중심으로 한 포스코그룹 차기 회장 후보 심사 단계와 맞물렸다는데 주목한다. 후추위는 지금까지 5차 회의를 개최하고 그룹 내부후보군 7명의 롱리스트와 15명의 외부 후보군 평판조회 대상자를 선별했다. 최 회장은 내부 후보군에서 제외돼 차기 회장 도전이 무산된 상태다.

포스코는 내부 후보군 7명의 명단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그룹 안팎에선 정기섭 포스코홀딩스 대표이사 사장과 김지용 포스코홀딩스 미래기술연구원장 사장, 유병옥 포스코홀딩스 친환경미래소재총괄 부사장 등 사내이사 3명이 명단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포스코그룹 차기 회장 후보군 중 일부가 이번이 경찰에 입건된 사내이사진인 셈이다. 이들 내부 후보를 심사하는 후추위 위원들도 입건 대상이다. 후추위는 포스코홀딩스 사외이사 7명으로 구성됐는데 이들은 모두 최 회장의 재임 기간에 새로 선임됐거나 재선임된 인물들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차기 회장 후보와 이들을 심사하는 심사진이 경찰의 수사를 받게 된 것"이라며 "차기 회장 선출 과정의 공정성 문제가 부각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포스코홀딩스의 최대주주인 국민연금도 차기 회장 선출 과정의 공정성 문제를 제기했다. 김태현 국민연금 이사장은 "포스코홀딩스 대표선임은 내외부인 차별없는 공평한 기회가 부여되어야 하며, 공정하고 투명한 기준과 절차에 따라 공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최 회장이 선임한 사외이사 위주로 구성한 후추위가 공정한 회장 후보자 심사를 할 수 있겠냐는 취지의 발언이었다. 회장 선출 공정성 관련, 일각에선 회장 후보 선정 전에 사외이사 대다수가 순차적으로 교체된 KT와 비슷한 일이 포스코에서도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번 경찰 수사에 대해 포스코그룹은 일단 캐나다 이사회 개최는 현지 사업장 방문을 통해 이사진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취지였다는 입장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를 제외하면 매년 정기적으로 해외 사업장에서 이사회를 열었으며 사외 이사에게는 정관과 사규에 따라 업무 수행에 필요한 경비를 지급했다는 것.

포스코그룹 관계자는 "현재 수사가 진행중인 사안이어서 이에 대한 구체적 언급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앞으로 수사 진행 상황을 지켜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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