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초고난도' 워크아웃.."돈 부족하면 SBS 담보 잡힐판"

머니투데이 권화순 기자, 이용안 기자 2024.01.12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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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건설 채권단-60곳 PF 사업장 대주단 별도로 구조조정.. 총 61개 정상화계획 나와야

역대급 '초고난도' 워크아웃.."돈 부족하면 SBS 담보 잡힐판"


태영건설의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이 개시됐지만 앞으로 험로가 예고된다. 과거에 구조조정했던 대우조선해양이나 한진해운 등 국가기간산업과 달리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을 끼고 있는 건설사 구조조정은 한층 복잡하기 때문이다. 당장 은행 위주의 태영건설 채권단과 별개로 총 60곳 PF사업장별로 대주단을 따로 구성해야 한다. 정상화 계획도 61개가 나와야 하는데 채권단과 대주단 사이에 신규자금 투입을 놓고도 갈등이 예상된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태영건설 워크아웃 개시에 따라 앞으로 3~4개월간 정상화 계획을 수립하기 위한 실사가 진행된다. 실사는 태영건설 본체 뿐 아니라 태영건설이 관여된 60개의 PF 사업장별로도 진행된다. 엄격하고 신속한 실사를 위해 2개의 회계법인이 선정된다. 실사결과를 바탕으로 PF사업장별 처리방안과 처리방안에 따른 소요자금 등이 확정되는 수순으로 전개된다.



워크아웃은 2012년 만든 건설사 워크아웃 양해각서(MOU) 가이드라인에 따라 진행될 예정이다. 이를 위해 태영건설 채권단과 60곳 PF 대주단이 각각 꾸려진다. 태영건설이 금융회사에 직접 빌린 돈 1조3000억원은 채권은행 위주로 상환유예 등이 곧바로 진행되지만 약 9조원에 달하는 PF보증의 경우 대주단 논의를 통해 별도의 대책이 나와야 한다.

가이드라인에 따라 태영건설 채권단은 워크아웃 개시 시점까지 발생한 부족자금과 워크아웃 이후 PF 사업장 이외의 사유로 발생한 부족자금을 지원할 수 있다. PF 대주단은 PF 사업장별 처리방안에 따라 사업완료까지 필요한 소요자금을 지원해야 한다. 자금부족 원인이 PF사업장 때문인지, 다른 원인인지 불분명한 경우 채권단과 대주단이 50%씩 부담한 뒤에 회계법인 등의 실사를 거쳐 원인을 규명해 사후 정산하게 된다.



워크아웃 과정에서 태영건설에 신규자금이 투입될 경우 지주사 TY홀딩스의 오너 지분이나 SBS 지분이 담보로 잡힐 수 있다. 태영 측은 "4가지 자구안으로 충분하다고 보지만 유동성이 부족하면 필요시 TY홀딩스 지분과 SBS지분을 담보로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TY홀딩스 지분은 윤세영 창업회장 등 오너일가 보유분이 33%로, 이 지분을 채권단이 담보로 잡으면 유사시에 경영권도 흔들릴 수 있다.

역대급 '초고난도' 워크아웃.."돈 부족하면 SBS 담보 잡힐판"
이와 별도로 시장의 관심은 PF 사업장 구조조정 방안에 쏠리고 있다. 태영건설이 공사 중인 사업장은 총 140개에 달하고 이 가운데 SOC(사회간접자본) 등 금융권 채무가 없는 사업장을 빼면 60곳에 이른다. 60곳 중 착공 이후인 본PF 단계의 사업장이 42곳이고 토지만 확보한 브릿지론 단계는 18곳이다.

본PF 사업장의 경우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나 주택금융공사 등의 보증을 끼고 있는 만큼 최대한 공사를 진행하고 분양을 완료하는 수순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사업 초기 단계인 브릿지론 사업장은 사업성 판단에 따라 시공사가 교체되거나 경공매를 통해 사업이 정리될 수 있다. 자산관리공사(캠코)의 1조원대 정상화 펀드로 재구조화가 될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본PF에서는 분양권자 등이 있기 때문에 공공기관이 미분양을 매입해서라도 사업 정상화가 진행될 가능성이 높지만 그 전 단계라면 정리 대상이 될 수 있다"며 "이렇게 되면 대출을 해 준 2금융권 금융회사가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태영건설 브릿지론의 경우 캐피탈사와 증권사, 태영건설(시행) 등이 주로 후순위로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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