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급순위 16위' 태영건설 워크아웃 개시…동의율 75% 넘겼다

머니투데이 이용안 기자, 권화순 기자 2024.01.11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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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급순위 16위' 태영건설 워크아웃 개시…동의율 75% 넘겼다


도급순위 16위 태영건설의 기업구조개선작업(워크아웃)이 우여곡절 끝에 개시된다. 건설사 워크아웃은 도급순위 30위 기준 쌍용건설(2013년) 워크아웃 이후 10년여 만이다. 부동산PF 위기의 상징인 태영건설 워크아웃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PF 구조조정의 연착륙 기대감도 높아질 전망이다.

11일 채권단에 따르면 이날 오후 늦게 태영건설 주 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이 진행한 제1차 채권단 협의회(서면 진행)에서 태영건설 워크아웃 동의율이 75%를 넘겼다. 태영건설은 지난달 28일 워크아웃을 신청했으며, 신용공여액 기준 채권단의 75% 이상 찬성을 얻어야 워크아웃 절차를 시작할 수 있는데 충분히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태영건설 채권자는 총 609곳이며 신용공여액 기준으로 33%는 은행이다. 공공기관인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건설공제조합 등이 40% 수준의 채권자인 만큼 워크아웃 개시를 위한 찬성비율 확보에는 큰 어려움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도급순위 16위' 태영건설 워크아웃 개시…동의율 75% 넘겼다
태영건설은 지난해 12월말 만기도래하는 채무를 상환하지 못해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한국신용평가의 보고서에 따르면 올 1분기에 만기가 도래하는 PF 보증 규모만 4361억원에 달한다. 총 부채 규모도 상당하다. 금융권 직접 채무만 1조3000억원에 달하고 프로젝트파이낸싱(PF) 보증채무 규모는 9조5044억원에 달한다. 태영건설의 부채비율은 258%, 자기자본 대비 PF 보증 비중은 374%로 극심한 자금난에 채권단에 SOS를 쳤다.



워크아웃이 개시됨에 따라 금융채권은 앞으로 최대 4개월간 행사가 유예된다. 3~4개월 간의 실사를 거쳐 정상화를 위한 기업개선계획이 나온다. 기업개선계획에는 △PF사업장 처리방안 △재무구조 개선방안 △유동성 조달 방안 등이 담긴다. 특히 채무조정이 동반될 것으로 전망되는데 원리금 감면과 상환유예 뿐 아니라 필요시 출자전환도 이뤄질 수 있다. 태영 측은 이미 태영건설 경영권을 포기하는데 동의하는 자구안을 제출했다.

태영 측은 매출액이 연간 3조원 이상이고 수주잔액이 12조원에 달하는 만큼 일시적인 유동성 문제만 해결되면 정상화가 가능할 것으로 자신했다. 태영인더스트리와 에코비트, 블루원 매각 및 평택싸이로 지분담보 등으로 실사 기간 동안 부족한 자금을 해결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만약 그래도 유동성이 부족하면 오너 일가가 보유한 TY홀딩스 지분과 TY홀딩스가 보유한 SBS 지분도 담보로 내놓기로 했다.

다만 채권단은 워크아웃 개시는 "구조조정의 시작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실사 과정에서 태영건설의 우발채무가 추가로 발견될 수 있다. 태영 측의 자구안이 약속대로 이행되는 것도 중요하다. 약속한 자구안이 단 하나라도 지켜지지 않으면 워크아웃이 진행되기 어렵다는 점도 채권단은 분명히 했다.


한 채권단 관계자는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은 부동산 PF 구조조정의 시작이 될 수 있다"며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이 성공적으로 진행된다면 부동산 PF 시장도 질서있는 구조조정을 통해 연착륙이 가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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