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브 모션의 엑소슈트 '세이프리프트' 홍보 이미지./사진=벌브모션 인스타그램 계정 갈무리
'추노' 부르는 허리 파괴 알바…미국도 '128억 달러 피해' 골머리미국 물류사업도 허리가 문제다. 미국 손해보험사 리버티뮤추얼은 지난 10월 발간한 산업현장안전지표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산업현장에서 발생한 10대 사고유형과 피해 규모를 집계했다. '5일 이상 일이 불가능할 정도의 중상으로 이어진 사고'를 기준으로 삼았는데, 지나치게 무거운 화물을 옮기려다 사고를 당한 경우가 가장 큰 피해를 초래했다. 치료비와 임금손실 등 피해 규모는 총 128억4000만 달러(약 17조원)에 달했다.
'아이언맨 슈트' 꿈꾸던 로봇 박사, 물류 근로자 위한 '엑소슈트' 개발벌브를 창업한 이그나시오 갈리아나 CEO는 스페인 마드리드 공과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한 뒤 코너 월쉬 하버드 교수팀과 함께 하버드 바이오디자인 랩을 시작했다. 가슴에는 영화 아이언맨의 슈트처럼 누구나 착용 가능한 첨단 웨어러블 로봇을 만들겠다는 꿈을 품었지만 사업은 현실. 장거리 행군, 환자 재활 등 특수한 목적을 위한 실용적 기기를 개발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벌브모션의 엑소슈트 '세이프리프트' 시연영상. /사진=벌브모션 유튜브 계정 영상 갈무리
그는 지난달 포브스 인터뷰에서 "근로자 신체에 가해지는 수만 파운드의 하중 때문에 부상이 나타나는 것"이라며 "(세이프리프트의) 원리는 자동차에 파워스티어링 옵션을 추가하면 운전이 쉬워지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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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어러블 로봇 개발에 '뉴발란스 디자이너' 부른 이유근로자들이 이용하려면 가볍고 편안해야 한다. 그래서 갈리아나 CEO와 월시 교수팀은 로봇공학자, 엔지니어들은 물론 스포츠웨어 뉴발란스 디자이너 출신 나탈리 다겐하르트 등 의류업 전문가들과 머리를 맞댔다. 사무실에 산업용 재봉틀을 들여 놓을 정도로 착용감을 중시했다고 한다.
미국 스타트업 벌브모션이 개발한 엑소슈트 '세이프리프트'를 입고 창고 작업을 하는 모습./ 벌브모션 인스타그램 계정 갈무리
벌브는 현재 월마트, 코스트코와 함께 미국 3대 유통체인으로 꼽히는 크로거를 비롯해 100년 넘는 역사를 가진 웨그먼스, 미국 전역에 2200개 넘는 지점을 보유한 유통체인 알버트슨 등 '큰손'들을 고객으로 보유하고 있다. 기기 1대당 월 350달러(46만원)부터 시작하는 이용료를 받는 구독형 사업인데, 이미 20개 이상의 고객사에서 1000대 이상의 기기를 주문했다고 한다. 이용료는 직원이 부상을 입었을 경우 드는 비용, 이에 대비하는 보험료 등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다.
벌브는 지난달 투자금 2000만 달러를 유치하는 데 성공, 총 투자금을 4000만 달러(525억원)까지 불리는 데 성공했다. 포브스는 벌브의 기업가치가 1억 달러 이상이라고 평가했다.
근로자-고용주 윈윈…"산업현장 게임 체인저"세이프리프트를 이용하면 근로자들은 허리 부상은 물론 피로를 덜 수 있고, 고용주는 작업 효율 상승과 함께 산업재해 처리 비용을 덜 수 있어 '윈윈'이라고 갈리아나 CEO는 설명했다. 그는 "고객사들은 세이프리프트 도입 6개월 만에 근로자들의 허리 부상이 65~85% 감소했다는 반응을 보였다"며 "제값을 하는 안전용품"이라고 말했다. 현장 생산성 역시 5~7% 증가했다고 한다.
이번 투자에 참여한 사파르 파트너스 공동창업자 아루나스 체소니스는 지난달 하버드 기술개발국 소식지 인터뷰에서 "산업현장 안전과 생산성을 재구축하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무스타파 하르카르 알버트슨 자동화부문 부사장은 같은 인터뷰에서 "세이프리프트는 우리 현장에서 '게임 체인저'"라며 "벌브와 파트너십을 더욱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벌브는 허리뿐 아니라 어깨, 무릎까지 실리는 하중을 줄여줄 수 있도록 개량품을 생산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갈리아나 CEO는 하버드 인터뷰에서 "전세계 근로자들이 더욱 안전하고 효율적인 산업현장에서 일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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