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임한 하버드대 총장 "내 성격과 지능을 의심…살해 위협도"

머니투데이 뉴욕=박준식 특파원 2024.01.05 0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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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임한 하버드대 총장 "내 성격과 지능을 의심…살해 위협도"


반유대주의자로 몰려 사임한 것으로 알려진 클로딘 게이 전 하버드대 총장이 미국사회에서 논란이 가열되자 "학교에서 일어난 일은 나보다 더 크다"며 소회를 밝혔다.

4일(현지시간) 클로딘 게이 전 총장은 "지난 몇 주간 나와 내 직업적 삶을 바쳐온 기관 모두 공격을 받았고 내 성격과 지능이 의심을 받았다"며 "반유대주의에 맞서 싸우겠다는 나의 헌신에 의문이 제기한 이들로부터 내 받은편지함은 살해 위협을 포함한 독설로 넘쳐났다"고 고백했다. 자신이 부당한 압력에 스스로를 희생해 논란을 종결시키려 한 것이라는 설명을 한 것으로 보인다.



게이 전 총장은 실제로 "내가 스스로 사임함으로써 선동가들이 하버드 정신을 훼손하려는 캠페인 때문에 무기력해진 총장직을 되살리고 싶었다"며 "창립 이래 하버드는 우수성과 개방성, 독립성, 진실성으로 활력을 얻었지만 최근에는 그렇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임 성명서에는 넣지 않았던 경고를 날렸다. 게이 전 총장은 "나를 반대하는 캠페인은 하나 이상의 대학과 그들 지도자에 관한 것으로 미국 사회의 기둥에 대한 대중의 믿음을 무너뜨리기 위한 더 광범위한 전쟁에서 이뤄진 일개 전투에 불과했다"며 "이런 종류의 (부당한 압력과 같은) 캠페인은 교육과 전문성에 대한 공격으로 시작되는 경우가 많은데 왜냐하면 그것은 커뮤니티가 선전을 간파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도구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자신의 사임을 이끈 최종적인 압력이 논문 표절의혹까지 이뤄졌던 것을 반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게이 전 총장은 "이런 캠페인은 여기서 끝나지 않고 공중 보건 기관부터 언론사까지 모든 유형의 신뢰할 수 있는 기관을 통해 합법성을 훼손하고 지도자의 신뢰도를 훼손하려는 조직적인 시도로서 희생양을 만들 것"이라며 "우리 제도에 대해 냉소주의를 조장하는 기회주의자들은 단 한 번의 승리나 쓰러진 지도자를 통해서도 만족하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게이 전 총장은 자신이 반유대주의자로 몰린 것에 대해서도 사임 후 유감을 표명하며 확실히 반박했다. 그는 "네 맞습니다. 내가 실수했다"며 "10월 7일의 잔혹 행위(하마스 테러)에 대한 나의 초기 대응은 선한 양심을 가진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는 사실을 더 강력하게 말했어야 한다"고 후회했다. 이어 "하마스는 유대 국가를 근절하려는 테러 조직이고, 지난달 국회 청문회에서 나는 잘 만들어진 함정에 빠졌다"며 "나는 유대인 학살을 요구하는 것은 혐오스럽고 용납할 수 없는 일이며 그런 종류의 증오로부터 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해 내가 사용할 수 있는 모든 도구를 사용할 것이라는 점을 명확하게 표현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표절논란에 대해서도 악의적인 침소봉대란 사실을 지적했다. 게이 전 총장은 "나는 내 연구 결과를 허위로 표현한 적이 없으며, 다른 사람의 연구에 대한 공로를 주장한 적도 없다"며 "더욱이 인용 오류로 인해 근본적인 진실이 가려져서는 안 되며, 나는 내 작업과 그것이 해당 분야에 미치는 영향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동료 심사를 거친 내 글을 강압적으로 조사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정치에서 소수 공직의 중요성에 초점을 맞춘 내 학문의 본질에 대해 언급한 사람은 거의 없다"며 "내 연구는 역사적으로 소외된 공동체가 권력의 전당에서 의미 있는 목소리를 얻을 때 이전에는 많은 사람들이 장벽만 보았던 문이 열린다는 신호임을 보여주는 구체적인 증거를 정리한 것이고 이는 결과적으로 우리의 민주주의를 강화한다"고 변호했다.

게이 전 총장은 자신을 탄압한 이들이 인종적 차별까지 서슴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는 "나를 축출하기 위해 끈질기게 캠페인을 벌였던 사람들은 종종 합리적인 주장이 아닌 거짓말과 인신공격을 퍼부었다"며 "그들은 흑인의 재능과 기질에 대한 인종적 고정관념을 재활용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나는 유서 깊은 기관(하버드)을 이끌도록 선택된 흑인 여성이면서 동시에 다양성을 제도적 강점과 역동성의 원천으로 보는 사람. 양자 과학의 최전선부터 오랫동안 무시되어 온 아시아계 미국인의 역사까지 포괄하는 현대 커리큘럼을 옹호한 사람"이라며 "아이티 이민자의 딸이 이 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에 뭔가 기여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게이 전 총장은 마지막으로 자신이 부당한 압력에 굴복한 것이 아니라 하버드의 재건을 위해 사임한 것이라는 명분을 강조했다. 그는 "많은 논란 속에서 진실이 얼마나 빨리 피해를 입을 수 있는지를 알았으니, 나는 좀 더 폭넓은 주의를 촉구하고 싶다"며 "긴장된 순간에 우리 모두는 우리 문화에서 아무리 잘 조직된 목소리라도 가장 시끄럽고 극단적인 목소리에 대해서만큼은 그 어느 때보다 회의적이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미국 대학의 캠퍼스는 대리전과 정치적 거세의 공간이 아닌 학생들이 함께 배우고 공유하고 성장할 수 있는 공간으로 남아야 한다"며 "대학은 어떤 세력이 반대하더라도 용기와 이성이 단결하여 진실을 전할 수 있는 독립적인 장소로 남아야 한다"고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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