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고부자들의 머릿속 궁금하면...이것 놓치지 마라

머니투데이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 2024.01.04 09:52
글자크기

[오동희의 思見]

국내 최고부자들의 머릿속 궁금하면...이것 놓치지 마라


올해도 어김없이 연말과 연초 대한민국 재계를 대표하는 기업 최고경영자(총수)들이 신년사를 발표했다. 재계 뿐만 아니라 정치권과 각종 단체에서 쏟아지는 신년사를 보면서 이제는 식상해 그냥 지나가는 경향도 많지만 특히 재계의 신년사는 그 속 단어 한자 한자가 가지는 의미는 적지 않다.

재계 총수의 신년사 작성 업무에 관여하고 있는 4대 그룹의 한 임원은 "회장님이 생각하는 메시지를 비서팀에 전달하면 초안이 작성되고 이 초안을 기초로 해서 다시 회장님께서 고치기를 수없이 반복해 만들어지는 게 신년사"라고 했다. 그만큼 올 한해 핵심적 가치로 무엇을 담을 것인가를 누르고 다지고, 다듬은 내용이라는 얘기다. 그리고 신년사를 직접 쓰지 않고 밑에 맡기는 총수는 없다고 하는 만큼 그들의 머리 속 생각들을 들어볼 수 있는 좋은 재료다.



제한된 메시지 공간에 많은 의미를 담으려다보니 구체적이기보다는 추상적이기 쉬운 게 신년사다. 그래서 그 핵심 키워드가 담고 있는 의미를 잘 찾아야 한다.

올해 신년사에도 재계 총수들은 그 어느때보다도 변화와 혁신을 강조했다. 최태원 SK 회장은 느슨해진 거문고의 줄을 다시 풀어 팽팽하게 고쳐 맨다는 뜻의 '해현경장(解弦更張)'의 고사를 인용해 에너지와 기후위기의 변화 상황에서 혁신의 목소리를 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 회장도 '한결 같고 끊임 없는 변화'를, 신동빈 롯데 회장은 '지속적 도전과 혁신'을, 김승연 한화 회장은 '끊임없이 도전하고, 스스로 혁신하는 그레이트 챌린저'를, 권오갑 HD현대 회장은 '국가대표 기업으로서 상상하지 못할 변화'를 주문했다.

올해를 위기의 시기로 진단하고 이를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는 주문도 이어졌다. 허태수 GS 회장은 올해가 침체의 시작이라며 '미래 큰 걸음 디딜 기회의 시기'라고 진단했고, 3연임에 나서지 않은 최정우 포스코 회장도 올해를 '미래로 가는 기회의 원년'이라고 강조했다.

업계 최고의 고객가치를 만들어 경쟁자가 없는 온리원(Only One)을 추구하자는 목소리도 많았다. 구광모 LG 회장은 '대체 불가능한온리원 고객가치'를 창출해 생활문화의 대명사가 되자고 했고,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도 "우리가 1위가 맞냐"는 자문과 함께 신세계만이 제공할 수 있는 고객가치 실현을 통한 성장을 주문했다.


재계 총수들이 강조한 새해 키워드는 '도전, 혁신, 변화'라는 어찌보면 추상적인 듯보이지만 그 내용을 하나하나 들여다보면서 그 총수가 어떤 생각으로 이 단어를 썼을까를 생각해보면 새로운 시각과 세상이 열린다. 그들이 꾹꾹 눌러담은 말들이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더 강조하고 싶었던 말들은 명확한 명사를 가져다가 썼다.

그것은 수소, AI(인공지능), SMR(소형원자로), 전기차, 미래항공모빌리티, 로보틱스, 올레드TV, 이차전지 소재, 수소환원제철, 가상발전소,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 산업바이오 등이다. 올 한해 국내 대기업들은 이 분야에 집중하겠다는 뜻이다.

또 이들의 말속에는 올 한해도 쉽지 않는 한해가 될 것임을 암시하는 내용들이 있다. 위기의 시작이라든지, 3중고(고금리, 고물가, 저성장) 도래라든지 하는 말에 혹자는 "언제 위기가 아니었던 적이 있느냐'고 반문하기도 한다. 재계 총수들이 위기론을 내세우며 항상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한다.

하지만 위기상황에서 한국 경제의 성장을 가장 원하는 사람들도 이들이다. 좋든 싫든 이들이 대한민국 경제계를 이끌어 가는 리더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들이 기업을 잘 이끌어 그 열매를 우리 사회가 공유하는 편이, 이들이 망해서 그 고통을 함께 나누는 것보다는 훨씬 낫지 않겠나. 이들을 응원하고 함께 성장을 도모해야 하는 이유다.

올해 신년사에서 아쉬운 점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올해도 신년사를 내놓지 않았다는 점이다. 한국 재계 1위 기업인 삼성 최고경영자의 '침묵의 시간'이 긴 것은 어느 모로 보나 좋지 않다. 이 회장은 아직 자신과 관련된 삼성물산 합병 재판의 1심 선고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어떤 메시지도 오해의 소지를 불러일으킬 것을 우려해 '침묵'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유추컨데 이 회장은 앞서 여러 투자 발표 등을 통해 '파운드리 사업 경쟁력 강화'와 '바이오헬스 사업의 1위 달성' 등 신사업 경쟁력 강화와 기존 메모리 사업의 초격차 유지라는 사업목표 달성에 올해도 힘쓸 것으로 보인다. 또 우리사회와 함께 가는 '동행'의 사회공헌 목표를 달성해 나가는 데도 총력을 경주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기업 총수들은 올 한해도 움츠리지 말고 무소의 뿔처럼 당당하게 미래를 향해 나아가기를 바란다.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