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 충족하니 또다른 조건이"…중처법 이대로 50인미만 적용?

머니투데이 세종=조규희 기자 2024.01.02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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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가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여야 2+2 합의체 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3.12.26/사진=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가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여야 2+2 합의체 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3.12.26/사진=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50인 미만 사업장의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 적용이 이달 27일로 다가왔다. 정부 여당은 적용 유예를 위한 개정안을 만들고 예산 등 각종 대책을 마련했지만 국회 논의는 제자리걸음이다.

2일 중처법 유예 관련 논의 등을 하기 위해 국회에서 열린 예정이었던 '여야 2+2 협의체'가 취소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피습에 따른 여파지만 여야가 민생법안을 신속히 처리하자는 차원에서 지난달 12일 만남을 시작한 이후 이뤄진 세 차례 협상에서 합의에 이른 법안은 한 건도 없다.



특히 이달 50인 미만 사업장 적용을 앞두고 중처법 유예가 가장 시급한 의제다. 여당과 정부는 야당의 유예 선결 조건을 충족하기 위한 결과물을 만들어냈으나 야당의 반대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민주당은 중처법 유예 조건으로 △정부 공식 사과 △관련 예산 확보 및 지원 대책 △관련 단체 약속 이행 등을 요구했다.

정부와 여당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당정 협의체를 열고 1조5000억원 규모의 예산을 투입해 중소기업의 중대재해 감축과 안전·보건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지원책을 발표했다. 올해부터 관계부처·공공기관 및 협·단체 등이 참여하는 민관합동 추진단을 구성해 50인 미만 사업장 83만7000개 전체에 '산업안전 대진단'을 실시하기로 했다.



또 기획재정부는 예산과 총괄 컨트롤타워 역할을, 고용부는 안전관리자 육성과 컨설팅을, 산업통상자원부와 중소기업벤처부는 산업단지와 하도급 업체 등 지원 대상으로 정했다. 야당이 요구하는 '예산 확보와 지원 대책'의 일환이면서 범 정부 차원의 지원대책이다.

이정식 고용부노동부 장관은 당정협의회에서 "지난 3년간 정부는 50인 미만 기업들의 안전보건 관리체계 구축 지원에 전력을 다해왔지만 2024년 1월27일 50인 미만 기업에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충분하지 못했다는 점 인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사실상 사과했다. 앞선 정부 비상경제장·차관회의에서도 그동안 준비 미흡에 대한 사과 발언이 있었다. 야당의 조건인 '정부의 공식 사과'를 충족한 셈이다.

83만여 중소기업을 대표하는 중소기업중앙회도 지난달 당정 협의회 참석 직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중처법 2년 유예 이후 추가 연장 요청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야당이 요구했던 '관련단체의 약속 이행'에 해당한다.


하지만 야당은 기존 조건에 새로운 조건을 추가할 뿐 협의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 이개호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달 28일 "첫째, 지난 2년 유예기간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은 정부가 공식적으로 사과를 하고 고의적으로 해태한 것이 있는지 조사를 해서 있다면 관련자를 문책해야하며 둘째, 만약 법을 2년 동안 유예한다면 정부는 산업안전보건청 설립 등을 포함해서 향후 2년 간 산업현장 안전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과 재정지원 방안을 가져와야한다"며 "셋째, 2년 후에는 중대재해처벌법을 모든 기업에 적용하겠다는 경제단체의 확실한 약속을 가져와야 한다"고 말했다.

협상의 여지는 남긴 셈이지만 정부와 여당 입장에서는 갈수록 요구안만 늘어날 뿐 야당의 진정성에 의구심만 커지고 있다. 오는 9일이 현재까지 국회가 합의한 마지막 본회인 점을 감안하면 야당의 추가 요구를 맞추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 관계자는 "정부 지원책을 마련한 만큼 여야의 협의가 이뤄지길 기대할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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