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교수창업은 긍정적인 일이다. 특정기술을 가장 잘 이해하는 사람은 그 기술을 개발한 교수 자신이므로 스스로 그러한 연구성과에 기반한 사업을 시작하는 일은 일견 당연할 수 있다. 더구나 명망 높은 교수님은 기술에 대한 전문성뿐만 아니라 인지도, 네트워크 측면에서 유리하다. 하지만 이러한 교수창업이 성공하려면 일반적인 창업과 다르게 추가적으로 고려돼야 할 부분이 많다.
이런 자명한 사실을 누가 모를까 싶지만 상당수의 교수창업자가 회사를 대학원 연구실처럼 운영한다. 특히 가장 피해야 할 실수는 회사에서도 교수의 지위와 권한을 유지하는 것이다. 더 구체적으로는 본인은 파트타임 대표로 이름만 걸어놓고 실제 업무는 다른 실무자가 다 하는데도 지분은 교수 본인이 더 크게 가져가는 것이다. 혹은 대표자로 연구실 출신 제자를 앉혀놓고 실질적인 의사결정권은 교수가 갖고 지분도 교수가 대부분 가져가는 경우도 있다.
과제심사에서 실적을 위해 창업이 필요한 것이라면 권한과 지분구조를 마음대로 해도 된다. 하지만 회사가 정말 회사로서 기능하면서 지속가능하게 존속하고 사업적인 성과를 달성하기를 바란다면 무엇보다 구조부터 잘 짜여야 한다. 가장 기본적인 원칙은 풀타임 대표의 역할과 책임을 다할 수 있는 분이 대표자가 돼야 하고 그분이 회사의 지배주주여야 한다는 것이다.
꼭 교수 본인이 직접 대표를 하겠다면 결국에는 교수직을 내려놓고 사업에 집중할 각오까지 돼 있어야 한다. 제대로 된 구조는 그저 출발선일 따름이다. 출발한 이후에는 치열한 경쟁에서 이겨 사업에서 성과를 내야 한다. 경쟁자들은 경영진이 인생을 걸고 올인하는 반면 교수로서 연구하고 강의하고 남는 시간에 경영을 한다면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 교수가 대표도 하면서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사례도 있지 않냐고? 예외는 예외일 따름이다. 그 이면에는 무수한 실패사례가 존재한다.
이 시각 인기 뉴스
필자는 좋은 기술과 사람들이 있음에도 처음부터 성공할 수 없는 구조로 시작하는 안타까운 경우를 너무 많이 봐왔다. 특히 교수창업의 경우 이런 사례가 많다. 교수 본인이 사업가로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알고 무엇을 할 수 없는지 아는 것. 그것을 솔직히 인정하는 것. 그리고 그것이 지분과 직책 등의 회사구조에도 반영되는 것. 이것이 출발점이다. 이 출발점만 제대로 세팅돼도 다른 교수창업 회사 대부분보다 크게 앞서나가는 것이다. 다른 대부분의 교수창업과 달리 적어도 회사가 회사로서 작동할 수 있는 최소한의 준비는 됐기 때문이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