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 여수공장 전경/사진제공=한국산업기술진흥원
탄소중심 경제를 벗어나기 위해 주요 국가들은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 확대뿐만 아니라 자동차(운송부문) 시장 전동화와 폐플라스틱과 폐배터리를 재사용·재활용하는 순환경제 조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환작업은 기업별 강점 분야에서 탄소중립 경제로의 전환과 그를 위한 기술혁신을 필수적으로 요구한다.
전기차 보급 이끄는 인프라, 양방향 충·방전 서비스현대기아차그룹은 올해 11월 '산업융합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전기차를 활용한 양방향 충·방전 서비스' 실증사업 문을 열었다. 양방향 충·방전 서비스는 전기가격이 쌀 때 전기차를 충전하고 비쌀 때 차량의 여유전력을 △계통(V2G) △가정(V2H) △건물(V2B)에 공급하는 기술이다.
전문가들은 "전기 관련법령이나 시스템 개정이 국내 전기차 수요 증가의 마중물이 될 수 있다"며 "전기차 보급의 확대는 탄소배출이 불가피한 내연기관 시대를 마감하고 탄소중립 시대로 나아가는 데 있어 불쏘시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친환경차 시장 전환은 세계적으로 거스를 수는 없는 대세인 만큼 그에 발맞춘 제도개선이 뒤따라와야한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리포트링커'에 따르면 전 세계 전기차 시장은 연 평균 21.6% 이상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9월 기준 글로벌 시장에서 친환경차 966만대가 팔렸다.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는 올해를 유럽의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량이 전체 시장의 50% 이하로 떨어지는 원년으로 예측하기도 했다. 보스컨컨설팅그룹과 딜로이트는 2030년이면 전기차가 세계시장에서 3100만~3900만대 팔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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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쓰레기를 다시 '신의 선물'로…플라스틱 순환경제 조성을
대전 SK이노베이션 환경과학기술원에서 플라스틱 재활용 원료가 전시돼 있다. /대전=이기범 기자 leekb@
플라스틱 순환경제 모델 중 '도시유전'이라 불리는 폐플라스틱 재활용 산업은 비닐같은 폐플라스틱에서 석유류를 뽑아내는 산업이다. 자원절약과 지속성장성을 추구하는 순환경제 '미래 먹거리'의 한 영역이 될 것으로 주목받는다.
세계 폐플라스틱 재활용 시장은 지난해 454억 달러(약 58조 1200억원)에서 2027년 638억 달러(81조 6800억원) 규모로 40.5%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매년 7.4% 이상 성장세를 보인다는 것으로 2050년엔 600조원 규모 시장이 열린다.
정부·국회 차원의 법령 정비와 업계 대응도 본격화되고 있다. 석유정제 공정에는 원래 '원유'만 들어갈 수 있지만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같은 친환경 정제원료를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제를 해소했다. 법상으로 새롭게 '친환경 정제원료'의 정의를 신설하고 석유정제원료로 친환경 정제원료를 혼합한 석유를 생산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석유사업법 개정안'이 지난달 23일 국회를 통과하면서, 폐플라스틱 자원이 재활용될 수 있게 됐다.
HD현대오일뱅크·SK지오센트릭·GS칼텍스·HD현대케미칼 등 국내 석유화학업계도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를 석유화학 정제공정의 원료로 사용하기 위한 산업융합 규제샌드박스 실증 특례를 각각 신청했다. 이들은 실증과정에서 중소업체 등으로부터 구매한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를 원유와 섞어 석유화학·정제공정에 투입, 플라스틱을 만드는데 필요한 납사(나프타)는 물론 휘발유 등 연료유도 생산할 예정이다. 업계는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모델이 기존 공정대비 비용 절감이라는 경제적 유인 외에도 토양·해양 오염 방지에도 유의미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기차에서 나온 사용 후 배터리 ESS로 탈바꿈…온실가스 저감은 덤
경기 시흥 한국환경공단 수도권 미래폐자원 거점수거센터 전기차에서 나온 사용 후 배터리가 보관돼있다. /시흥(경기)=이기범 기자 leekb@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은 천연자원 소모와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 배출까지 줄일 수 있어 성장성이 기대된다. 세계시장 기준 2030년 6조원 규모로 예상되는 폐배터리 시장은 2050년 600조원까지 100배 커질 전망이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폐배터리를 재사용해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 가능한 ESS를 만드는 순환경제 모델이 주목받고 있다.
정부 역시 폐배터리 ESS 사업모델 중요성을 인식하면서 제도개선에 속도를 냈다. 올해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상 폐배터리에 대한 '안전성 검증 제도'가 마련됐고 '전기사업법'상 '사용 후 배터리를 활용한 ESS에 대한 사용 전 검사에 적용될 안전기준' 역시 신설됐다. 이런 규제개선을 통해 향후 대규모 사용 후 배터리 재사용 시장이 개화될 뿐만 아니라 배터리 폐기물 배출감소와 자원 선순환 효과도 기대된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과 현대차 컨소시엄은 부산 에코델타 스마트시티 내 자가소비용 태양광발전설비에 사용 후 배터리를 재사용한 ESS를 연결한 실증 사업을 진행 중이다. 현대차는 또 태양광발전설비 연계 사업으로 ESS의 전력저장장치(컨테이너)로서의 성능도 2년간 실증해 왔다. 컨테이너를 제작해 태양광 발전 설비의 전력저장장치로 활용하면서 현장의 전력 수요상황에 따라 필요한 계통으로 방전시킬 수 있도록 만드는 과제다.
최근에는 '전기생활용품안전법'·'전기사업법'상 규제 해소로 사용 후 배터리를 전기버스 업체에 대여한 뒤 전기버스에서 쓰고나온 배터리를 활용해 ESS를 만드는 사업모델도 있다. 기술 공급자인 ㈜피엠그로우와 수요처인 선진버스가 이 사업모델에 대한 실증 특례를 신청했다. 이 사업모델은 주행거리가 긴 운송사업 특성상 잦은 교체가 필요한 렌탈 서비스 업종에 적합하다.
수소경제 인프라 여는 트램·열차·충전소 기술…샌드박스에서 열린다
수소전기열차 /사진제공=한국산업기술진흥원
정부는 올해 5월 '수소안전관리 로드맵 2.0'을 발표하고 관련 안전기준 수립과 규제 혁신을 위해 다양한 수소 활용 사업에 대한 실증과제를 추진하고 있다.
현대로템은 기존 전기트램에 수소연료전지·배터리팩·수소연료탱크 및 에너지관리시스템을 탑재한 '상용화급 수소전기트램 제작 및 주행시험' 규제샌드박스 과제의 실증을 진행 중이다. 수소전기트램은 미세먼지·유해가스 등이 발생하지 않아 친환경적이고 지하철처럼 대량 수송이 가능하며 지하 구간 굴착 같은 고비용 공사도 필요하지 않다.
수소충전소 관련 실증과제들도 진행형이다. (재)창원산업진흥원은 '수소차·수소열차·수소건설기계 등 수소모빌리티 통합형 수소충전소 구축·운영 실증' 과제를, ㈜우진기전은 수소(연료전지) 열차 개발을 위한 수소충전소 구축·운영 실증을 진행 중이다.
현재는 '수소열차용 내압용기 및 연료장치' 규격이 없고 '고압가스 안전관리법 시행규칙'상 수소충전소는 수소 자동차만 충전 가능하다. 수소전기트램을 포함한 타 건설기계류 등은 충전을 할 수 없는 상태다. 정부도 글로벌 수소 모빌리티 시장의 잠재력을 염두에 두고 수소 사업모델 규제샌드박스 실증과제를 추진한다.
민병주 KIAT 원장은 "산업융합 규제샌드박스는 지난 5년간 △매출 4327억원 △투자유치 1조500억원 △신규 고용 1142명 등 성과를 창출해 신시장 가능성을 높였다"며 "앞으로도 탄소중립시대 신산업들이 신속하게 사업화 및 법령 개정에 박차를 가하도록 실증 사업비 지원, 투자유치 설명회(IR) 및 법령정비 대응반(TF) 개최 등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