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팀' KCC의 '화룡점정'은 라건아, 그가 살아나자 팀도 6연승 질주... 감독도 "믿고 의지했다" 극찬

스타뉴스 창원=양정웅 기자 2023.12.25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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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C 라건아. /사진=KBL KCC 라건아. /사진=KBL


예년만큼 많은 시간을 출전하지는 못하고 있다. 그러나 코트 위에 나올 때만큼은 여전히 위력을 뽐내고 있다. '국가대표 센터' 라건아(34·부산 KCC 이지스)가 올 시즌 최고의 경기를 선보였다.

KCC는 24일 창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3~2024 정관장 프로농구 3라운드 창원 LG 세이커스와 원정경기에서 95-91로 승리했다. 6연승을 질주 중인 KCC는 시즌 전적 12승 9패를 기록, 4위 수원 KT 소닉붐과 1.5경기 차 5위가 됐다.



이날 KCC 승리의 1등 공신은 단연 라건아였다. 이 경기에서 베스트5에 포함된 그는 33분45초를 뛰면서 31득점 15리바운드를 기록했다. 득점은 양 팀 통틀어 최다 기록이었고, 리바운드 역시 팀 내에서 가장 많았다. 출전 시간과 득점은 올 시즌 개인 최고였다.

경기 내내 라건아는 골밑에서 위력적인 면모를 보였다. 이 부문에서 정평이 난 아셈 마레이(LG)와 매치업에서도 전혀 밀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1쿼터 초반 최준용의 패스를 받아 마레이를 제치고 덩크를 꽂아넣는 모습은 백미였다. 2쿼터 알리제 존슨이 마레이를 막는 데 있어 어려움을 겪자 KCC는 다시 라건아를 투입하면서 경기에 안정감을 불어넣었다.



4쿼터 들어 LG가 추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는 상황에서 라건아는 막판 결정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상대 견제를 뚫고 원핸드 덩크를 넣는가 하면, 페인트존 득점에 이어 추가 자유투까지 성공하며 격차를 벌렸다. 이러다 보니 LG도 라건아의 활약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말았다.

KCC 라건아. /사진=KBL KCC 라건아. /사진=KBL
이날 활약은 전창진 KCC 감독의 농구관과 딱 맞는 모습이었다. 이날 경기 전 전 감독은 "3점슛도 오케이인데"라고 하면서도 "2점 플레이 선호하는 감독이다"고 말했다. 이어 "라건아도 밖에 나가서 3점슛 쏘는 게 없지 않나. 몸이 좋아지니 인사이드에서 싸워주길 내가 요구하고 있다"고 하며 "힘들 때 (라)건아가 열심히 해줘서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전했다. 전 감독은 그러면서 "건아가 박스 안 득점이나 수비, 리바운드가 되면서 연승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승리 후에도 전 감독은 "라건아가 최근 컨디션이 좋아서 믿고 의지했다. 오늘도 기대 이상으로 공수에서 완벽히 잘해주지 않았나"라고 칭찬했다. 그는 "나이 먹어서 옛날 농구한다고 하지만 그래도 포스트 득점, 박스 안의 득점, 2점 플레이를 고집한다. 그런 게 잘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라건아는 "좋은 경기였다"고 만족하면서도 "턴오버가 5개였는데 좀 더 신경 쓸 필요가 있다"며 보완점도 언급했다. 그러면서 "더블팀 들어왔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 지 개선해야 할 것 같다"고 해결 방안도 언급했다.

내년이면 35세가 되는 라건아는 나이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여기에 시즌 시작 전 2022 항저우 아시안 게임에도 차출되면서 체력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마침 1라운드에서는 존슨이 맹활약하면서 라건아의 출전 시간은 줄어들었다. 올해 그의 평균 출전 시간은 24일 기준 17분 25초. 하지만 최근 6경기 중 4경기에서는 20분 이상 플레이하며 활약했다.

2022 항저우 아시안 게임에 출전한 라건아(왼쪽). 2022 항저우 아시안 게임에 출전한 라건아(왼쪽).
이에 대해 라건아는 "(몸 상태는) 굉장히 좋다"고 단언했다. 그는 "비시즌 노력을 해서 지금 상태를 발휘할 수 있었다"며 "몸무게를 감량해서 무릎에 무리가는 걸 덜하게 했다"고 설명했다. "국가대표를 다녀와서 힘든 부분이 있었다"고 고백한 그는 "시간 지나다보니 몸 상태 올라왔다"고 하며 "알리제(존슨)의 체력 부담을 덜어줘야 했는데 제때 맞춰 몸 상태가 올라왔다"고 말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KCC는 화려한 선수진을 구성했다. 지난해 허웅과 이승현, 올 시즌 최준용을 과감하게 영입했고, 기존의 라건아와 올해 11월 상무 농구단에서 전역한 송교창까지 에이스들이 총집합했다. MVP 출신만 3명(국내선수 송교창, 최준용 / 외국선수 라건아)이라는 엄청난 조합이었다. 이에 KCC는 올 시즌 강력한 우승 후보로 떠올랐다. 그러나 기나긴 원정 6연전 속에 한때 4연패(11월 7일 정관장전~11월 14일 DB전)에 빠지는 등 KCC는 어려움을 겪었다. 5할 승률도 거두지 못하면서 하위권으로 추락했다. 수비의 조직력이 헐거웠고 순간적으로 집중력이 저하되는 일도 잦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다르다. KCC는 3라운드 들어 6경기를 모두 승리하며 연승 행진을 달리고 있다. 수비에서는 아쉬운 모습이 나올 때가 있지만 라건아와 허웅이 살아난 공격만큼은 위력적이다. 어떤 점이 달라졌을까. 라건아는 "우선 선수들이 경기를 치르면서 서로의 장점과 단점을 파악하고 있다. 또한 선수들이 경기장 밖에서도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낸다"며 커뮤니케이션 속 합이 맞아가고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이어 라건아는 "팀 수비가 좋아졌다"면서 "오늘도 스위치 후에 뚫렸던 상황이 있었는데 최준용이 받아줬다"고 했다. 이 부분에 대해 라건아는 "특별히 훈련을 했다기 보다, 수비는 선수가 노력해야 막을 수 있다. 다들 수비할 때 뭉쳐서 노력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라건아는 이날 KCC와 LG의 선수 한 명씩을 언급했다. 바로 마레이와 최준용이었다. 이날 매치업 상대였던 마레이에 대해서는 "마레이와 매치되는 건 항상 즐겁다. 플레이스타일이 유사한데 확실한 강점 지닌 선수다"며 "마레이는 워낙 이타적인 선수여서 본받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최준용에 대해서는 "절친이다. 내가 KCC가 있어 최준용이 온 것 같다"고 말했다. "언론에 비춰지는 모습과 실제는 다르다"고 한 라건아는 "최준용은 슈퍼스타임에도 이기적인 면모가 없다. 기록 신경쓰지 않고 벤치에서 팀원 위해 응원해준다. 좋은 형제이자 친구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KCC 라건아(오른쪽). /사진=KBL KCC 라건아(오른쪽). /사진=K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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