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서울의 봄' 무대인사/사진= 유동주 기자
7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서울의 봄' 상영이 끝난 뒤 뜨는 마지막 화면엔 분명히 이 영화가 '픽션'이라고 명시돼있다. 감독은 물론이고 제작사·배급사 모두 그렇게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영화는 다큐멘터리 기법으로 12·12 혹은 '유사사건'을 둘러 싼 일련의 에피소드를 시간 순서대로 편집하고 시간과 장소를 실제와 유사하게 해 관객에게 마치 실제 역사적 사건을 그대로 중계하는 것처럼 보여준다.
물론 관객들의 재미를 위한 퍼포먼스로 보는게 맞겠지만 웃자는 농담에 진지하게 반론을 펴볼 수도 있다. 관객 대다수는 12·12 전후 사정을 잘 알지 못한다. 50대 이상도 1990년대 문민정부가 들어선 뒤 폭발적으로 쏟아졌던 관련 언론보도와 책을 통해 상세한 내용을 읽었을 뿐이다. 불과 44년 전의 현대사지만 그 맥락을 아는 관객들이 생각보다 많지 않은게 현실이다. 특히 MZ세대는 더 그렇다.
'명성황후'가 대표적인 사례다. 드라마·뮤지컬로 흥행했던 '명성황후'는 역사적 사실과는 거리가 있는게 사실이다. 하지만 드라마나 뮤지컬의 힘으로 역사 속 '민비'가 '명성황후'로 격상됐고, 이제 '민비'로 부르면 '멸칭'으로 오해받는 이상한 상황이 됐다. '서울의 봄'에서도 '명성황후'의 오류가 반복될 가능성이 커졌다.
'서울의 봄' 무대인사에서 배우들이 사과하는 상황이 불편한 이유다. 제작사·배급사도 '실제 역사'가 아니라고 선을 그은 상황에서 배우들이 오해를 살만한 행동을 할 필요가 있을까. 이미 소송이 두려워 '전두환'을 '전두광'으로 바꾸면서 허구라고 적시한 영화다. 역사에서 모티브를 가져 온 영화는 정치적 논란에 빠질 수 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실제 역사와 비슷한 느낌을 주면서 영상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선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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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