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이드 3주 만에 찾아온 통증, '포스트 이정후'는 왜 참고 뛰었나 "응원해주는 팬들이 보였다" [인터뷰]

스타뉴스 김동윤 기자 2023.12.05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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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이주형이 지난 3일 서울특별시 강서구 마곡동의 한 카페에서 열린 2023 히어로즈 자선 행사에서 사진 촬영에 응하고 있다. /사진=김동윤 기자키움 이주형이 지난 3일 서울특별시 강서구 마곡동의 한 카페에서 열린 2023 히어로즈 자선 행사에서 사진 촬영에 응하고 있다. /사진=김동윤 기자


이주형. /사진=키움 히어로즈이주형. /사진=키움 히어로즈
매일 경기에 나설 수 있어 기뻤던 이주형(22·키움 히어로즈)에게 통증은 불쑥 찾아왔다. LG 트윈스서 트레이드된 지 약 3주 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하지만 3년간 1군 14경기 19타석을 나서는 데 그쳤던 유망주에게 모처럼 찾아온 기회가 절실했다. 구단은 그 간절함에 지명타자 자리를 적절히 섞어가며 배려했고 이는 최고의 결과를 낳았다.

이주형은 지난 3일 서울특별시 강서구 마곡동의 한 카페에서 열린 2023 히어로즈 자선 행사에서 "응원해 주시는 팬분들이 보였다. 나 역시 많은 팬들 앞에서 주전으로 경기에 나서는 것이 처음이었고, 대부분의 선수는 어느 정도 부상을 안고 뛰기 때문에 계속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고 2023시즌 맹활약의 뒷이야기를 전했다.



지난 7월 29일은 이주형에게 인생의 전환점이 된 날이었다. 이주형은 김동규(19·LG 2023년 2R), 2024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과 함께 최원태(26)의 반대급부로 키움에 트레이드됐다. 송수초(해운대리틀)-센텀중-경남고를 졸업한 이주형이 2020년 2차 2라운드 전체 13순위로 LG에 지명된 지 3년 만의 일이었다.

시즌 막판 8경기는 지명타자로 나설 정도로 허벅지가 좋지 않았다. 하지만 이주형이 키움에서 뛴 51경기 227타석은 그 어느 때와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이었다. 간신히 찾아온 기회를 또 놓칠까 불안했던 마음을 진정시켜 줬고, 다음 시즌을 위해 보완해야 할 점도 찾았다. 무엇보다 1군에 있어 메이저리그 진출을 앞둔 선배 이정후(25)와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이주형은 "(이)정후 선배님이 시즌 막판 1군에 올라오셔서 벤치에서 많은 응원을 해주셨다. 그러면서 타석에서의 접근법, 투수를 상대하는 마음가짐 등을 알려주셨다. 그걸 경기에서 실제로 써봤을 때 좋은 결과로 이어지니까 야구 잘하는 사람은 생각이나 접근 방식이 남다르다는 것을 느끼면서 이걸 토대로 나만의 것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정후(왼쪽)가 이주형에게 타격에 대해 알려주고 있다. 이정후(왼쪽)가 이주형에게 타격에 대해 알려주고 있다.
부상을 안고 뛰었음에도 이주형은 키움에서 51경기 동안 타율 0.330(200타수 66안타) 6홈런 34타점 30득점 3도루, 출루율 0.396 장타율 0.515 OPS 0.911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팀 내 타율 2위, 홈런-타점-장타율 각각 1위로 이정후의 부상 공백을 완벽하게 메운 모습이었다. 이주형이 올해 2월 제대한 군필 유망주였기에 키움은 포스트 이정후를 얻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경기에 대한 이적생의 열망은 예상 밖의 긍정적인 시너지 효과를 불러왔다. 키움 관계자에 따르면 간절한 이주형의 모습에 어린 선수들도 자극받았고, 선수 본인이 느끼기에도 빠르게 히어로즈에 녹아들 수 있는 이유가 됐다. 이주형은 "팀에 합류한 초반에는 스스로 너무 급했다. 그래서 선구안도 안 좋았고 삼진도 많았다"면서 "하지만 결과가 운 좋게 따라와 줬다.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면 비난받고 더 눈치를 보면서 적응도 힘들었을 텐데 다행이었다. 또 팀에 동기들도 많고 다들 옆에서 많이 챙겨줘서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다"고 활짝 웃었다.


이미 빠른 배트스피드에서 비롯된 호쾌한 장타로 어느 정도 자신이 어떤 선수인지 보여준 이주형이지만, 그는 "올해 팬들에게 내가 가진 걸 보여드리지 못한 게 많다"며 또 다른 모습을 예고했다.

현재 회복 훈련을 진행 중인 이주형은 낫는 대로 체력 보강에 초점을 맞추면서 기술 훈련을 병행할 생각이다. 이주형은 "올해는 허벅지가 좋지 않아 도루나 수비에서 적극적인 플레이를 하지 못했다. 더 잘할 수 있는데 부상 탓에 그러지 못해 웨이트 트레이닝과 몸 관리 필요성을 느꼈다"며 "내년에는 3할 타율-두 자릿수 홈런-20도루를 모두 해보고 싶다. 올해 보여드리지 못한 눈야구와 공격적인 플레이를 하면서 144경기를 뛰고 싶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이주형(왼쪽에서 3번째)이 홈런을 치고 더그아웃에서 들어온 뒤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 /사진=키움 히어로즈이주형(왼쪽에서 3번째)이 홈런을 치고 더그아웃에서 들어온 뒤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 /사진=키움 히어로즈
이주형. /사진=키움 히어로즈이주형. /사진=키움 히어로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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