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신' 논란→진흙탕 싸움 번졌다…대표까지 등판, 카카오에 무슨 일이

머니투데이 최우영 기자 2023.12.04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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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판교의 카카오 아지트. /사진=뉴시스경기 판교의 카카오 아지트. /사진=뉴시스


카카오 (39,800원 ▼750 -1.85%) 경영지원총괄을 맡은 김정호 브라이언임팩트 이사장의 욕설 논란에서 시작된 카카오 내부 폭로전이 진흙탕 싸움으로 번졌다. 김정호 이사장의 소셜미디어 폭로 이후 김 이사장을 옹호하는 여론이 우세했으나 욕설을 직접 들은 임원이 내부망에 김 이사장을 반박하는 글을 올리면서 진실게임 양상이 됐다. 이어 카카오 내부망에는 김 이사장을 비판하는 윤리위원의 글이 올라오고, 직장인 익명 앱 블라인드에는 재무라인의 비위를 폭로하는 추가 제보가 올라오면서 혼전에 빠졌다.

김정호 이사장의 폭로, 자산개발실의 반격
김 이사장은 머니투데이 보도로 '개X신' 욕설 논란이 알려진 지난달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사건의 전말을 밝혔다. 제주도 ESG센터 건립 과정에서 내부 조직을 활용하자는 의견을 냈더니 담당 임원이 뚜렷한 근거 없이 "원래 업체가 정해져 있다"는 말만 앵무새처럼 반복하기에 이를 질책하는 과정에서 화가 나 말실수를 했다는 것이었다. 김 이사장은 특정 부서의 초고가 골프장 회원권 보유현황 등까지 언급하며 순식간에 여론을 자신의 편으로 돌려 세웠다.



이에 현장에서 욕설을 들었던 '문제의 임원' 오지훈 자산개발실장이 다음날 내부망에 반박글을 올렸다. 오 실장은 "김 이사장이 카카오 공동체 내부에 설계를 진행할 팀(카카오스페이스)이 있는데 왜 외주를 주느냐 문제제기를 했는데, 해당회사는 설계 기능이 충분하지 않고, 공정거래법상 일감몰아주기에 해당될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답변했더니 돌아오는 질책에서 '개X신' 발언이 나왔다"면서 "그 발언은 격앙된 감정에서의 실수라고 믿고 싶지만 28일 (김 이사장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의 내용은 실수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전했다.

오 실장은 "김 이사장의 말처럼 '업체가 그냥 정해져있었다'고 말한 바 없으며 결재·합의를 받았느냐는 질문에도 '투자거버넌스총괄, 대표이사의 결재가 진행된 사안'이라고 답했다. 사실과 전혀 다른 내용이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돼 심각한 정신적 충격과 자괴감에 빠져 고통 받고 있다. 몇주 전 수술을 받아 쇠약해진 제 모친은 어디서 어떻게 내용을 전달 받으셨는지 충격을 받고 쓰러지셨다"고 덧붙였다.



"김정호가 잘못했다" vs "재무·투자 라인 원래 문제 많다"
김정호 브라이언임팩트 이사장. /사진=브라이언임팩트김정호 브라이언임팩트 이사장. /사진=브라이언임팩트
오 실장의 반박글이 올라온 직후 김모 카카오 상임윤리위원회 윤리위원은 "김 이사장의 행동은 카카오의 철학 중 '100대0의 원칙'을 어긴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원칙은 '카카오 내부에서는 모든 정보를 공유하고(100%) 외부로는 절대적으로 보안을 유지하자(0%)'는 뜻이다.

김 위원은 "김 이사장이 느낀 회사의 비위 사항에 함께 분노하지만, SNS가 아니라 아지트를 통해서 크루들에게 먼저 공유했어야 맞다"며 "김 이사장 역할의 무게 때문에 사용된 단어(개X신)에 더 신경이 쓰인다"고 말했다. 또 "회의실 안에 있던 분들이 피해자로 한정될것이 아니라 그 목소리를 들은 모든이가, 글로 받아들인 우리 모두가 피해자"라며 "회의실의 언행이든, SNS를 통한 여론 형성이든 부적절하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김 이사장은 '셀프 징계'를 요청했다고 지난 3일 밝혔다.

재무부서에 대한 추가 폭로는 연이어 나온다. 한 직원은 "투자본부의 한 조직에서 사실상 '팀원 없는 팀장' 4명이 동시에 임명된 적이 있다. 팀장이 되면 월 100만원 이상 급여가 늘어나고 법인카드가 나온다"고 재무라인의 행태를 폭로했다. 또 다른 직원은 2021년 카카오가 라이브커머스 '그립'을 인수하던 과정에 대해 "특정 부문장의 아내가 재직하는 회사를 동종업계에서 이해할 수 없을 정도의 높은 가격에 인수하고, 인수 후 시너지를 핑계로 광고집행 등 음으로 양으로 지원하더라"는 제보를 내놨다.


진흙탕 싸움…교통정리 할 대표는 '댓글 차단' 투자부문장은 '구치소'
홍은택 카카오 대표.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홍은택 카카오 대표.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이처럼 카카오의 내홍이 깊어지는 가운데 홍은택 대표가 지난달 30일 전 직원을 대상으로 입장을 밝혔다. 홍 대표는 "최근 직원들로부터 나온 건설비리 관련 제보 및 김 이사장이 소셜미디어에서 제기한 의혹에 대해 조사단을 꾸려 감사에 착수하겠다"며 "김 이사장의 욕설 논란은 외부 법무법인에 조사를 의뢰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형식이 문제가 됐다. 홍 대표가 그동안 공지 글을 쓰던 '내부망'이 아닌 '외부망'에 처음으로 글을 등록한 데 대해 카카오 직원들은 의도가 있다고 보고 있다. 내부망에 글을 올리면 '싫어요'가 눌리거나, 댓글이 달릴 수 있지만 해당 외부망의 글에는 댓글조차 달 수 없어서다. 한 직원은 "홍 대표가 공지 말미에 '감사나 조사결과를 예단해서 얘기하지 말라'고 덧붙인 데 대해 내부 여론이 매우 안 좋다"고 전했다.

한편 홍 대표와 함께 최근의 내홍에 대해 입장을 낼만한 재무투자라인의 의사결정권자인 배재현 카카오 CIO(투자총괄대표)는 SM(에스엠 (69,800원 ▼200 -0.29%))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의 시세조종 혐의로 지난 10월 구속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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