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보드게임카페는 분위기가 단연 달라졌다. 낮에는 과거처럼 캐쥬얼게임을 즐기는 이들이 종종 있지만, 밤이 되면 도박장으로 변하는 곳들이 많다. 카운터에서 도박에 사용할 베팅 칩을 나눠주고, 알록달록한 보드게임 카드 대신 화투장과 포커 카드를 내준다. 어둑한 조명 아래서 술을 마셔가며 얼마를 베팅하든지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
/삽화=임종철 디자인기자
이 역시 형법상 도박개장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 보드게임카페에 들어오는 이들에게 '사용료'를 받기 때문이다. 최대 5년의 징역형이나 최대 3000만원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또 징역형을 받아도 최대 1000만원의 벌금이 병행 부과되고, 범죄수익금을 몰수 당할 수 있다.
가뜩이나 힘들던 보드게임장, 코로나19에 좌절
2020년 2월 17일 오전 서울 관악구 신림동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코로나19 감염안전진료부스에서 의료진이 소독을 하고 있다. 양지병원 감염안전진료부스는 의사와 환자가 분리돼 감염 위험도를 낮추고 안전하게 검체를 채취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사진=김창현 기자 chmt@
보드게임장 역시 다른 오프라인 시설과 마찬가지로 다중이용시설로 분류됐고, 집합금지명령 또는 영업제한명령의 대상이 됐다. 수익이 악화되는 상황을 견디다 못한 일부 업주들은 자연스레 음지로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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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이 끊임 없이 드나드는 음식점이나 주점 등과 달리, 보드게임장을 가장한 도박장은 한번 들어간 손님이 웬만하면 나오지 않는 게 특징이다. 손님을 받은 뒤 문을 걸어잠그고 밤새 영업하는 식으로 방역수칙을 위반해도, 단속을 피하기 쉬웠다. 코로나가 한창이던 2019년 8월 31일 서울 길동의 한 보드게임장에서는 23명이 적발됐다. 단속된 시각은 새벽 4시23분이었다.
보드게임의 중심, 카페에서 가족으로
/삽화=임종철 디자인기자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2 대한민국게임백서'에 따르면, 2020년 하반기부터 2021년 하반기까지 테이블 보드게임 산업 매출은 전 세계적으로 20~30% 가량 늘어났다. 과거에는 여러 사람이 몰려 카페에서 즐기는 형태가 많았지만, 다양한 야외 레저 활동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테이블 보드게임이 '가족 놀이'의 대안으로 각광 받은 것이다.
국내에서도 재택수업과 재택근무 등으로 가족용 게임 수요가 크게 늘면서, 테이블 보드게임 입문자들이 속속 늘었다. 2021년 11월 서울 보드게임페스타에는 거리두기에 따른 입장제한에도 불구, 이틀간 4000여명이 찾아와 약 2억2000만원 규모의 게임을 구매했다. 국내 최대 보드게임 유통사인 코리아보드게임즈는 2021년 540억원 가량의 매출을 달성해 업계 최초로 500억 선을 돌파했다.
가족용 보드게임, 중장년층까지 확대
지난해 11우러 13일 서울 강남구 SETEC(세텍)에서 열린 보드게임페스타를 찾은 관람객이 보드게임 체험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해외 퍼블리셔들은 신제품 출시에 앞서 테이블토피아, 테이블탑시뮬레이터, 보드게임 아레나 등 디지털 플랫폼에 '맛뵈기 게임'을 구현해놓은 뒤 홍보하는 게 일반화됐다. 디지털 보드게임이 실제 제품 판매에 악영향을 줄 것이란 예측은 실제로는 맞아떨어지지 않았다.
테이블 보드게임 시장의 성장세는 향후 몇 년간 이어질 전망이다. 팬데믹 당시 늘어난 유저, 최근 신비아파트 등 다채로운 IP(지식재산권)와의 협업으로 창출되는 새로운 시장, 재개되는 오프라인 이벤트 등 긍정적인 요소들이 남아있어서다.
또 국내에서 주로 30~50대 여성들로 구성돼 학교와 학원에서 활동 중인 '보드게임 지도사'들의 활동 분야는 시간이 지날수록 60대 이상을 대상으로 확장될 전망이다. 이를 통해 중장년층과 실버 세대를 위한 보드게임 역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