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이번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배틀그라운드는 원작과 전혀 다른 게임이다. 크래프톤의 IP(지식재산권)를 이용했다는 점만 남고, 대인사격 요소가 빠졌다. 차량을 타고 이동하고, 과녁에 사격하는 '바이애슬론' 수준이다. '무늬만 배그'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배틀그라운드 아시안게임 버전. /사진=펍지 모바일 이스포츠 코리아 유튜브 캡처
아시안게임 배그에서 대인사격이 빠진 이유는 명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가 대인사격 배제를 지시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국가간 친선을 도모하는 아시안게임에서 캐릭터끼리 사격을 한다면, 화합을 저해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지난해 12월 11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파퀴아오 VS D.K.Yoo(유대경) 스페셜 매치'에 앞서 김민욱과 마르커스 데이비슨(미국)의 코메인 경기에서 김민욱이 상대에게 안면에 공격을 허용하고 있다. /사진=뉴스1
심지어 이번 대회에서 e스포츠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리그오브레전드(LoL)나 도타2 같은 경우도 기본적으로 상대방의 캐릭터를 '죽이는' 게임이다. 총만 쓰지 않을 뿐 타격이나 마법으로 한 게임 안에서도 수차례씩 상대방을 죽이고 유리한 입장을 차지하는 게 룰이다. 그런데 왜 유독 배그에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걸까.
케케묵은 '게임의 폭력 유발' 논란
PUBG:배틀그라운드 브랜드필름. /사진=배그 브랜드필름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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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논란은 1970년대 미국에서 처음 시작됐다. 이후 미국에서는 연관성이 없는 것으로 종결됐으나, 뒤늦게 일본과 한국, 중국 등에서 논란이 새로 일어나고 있다.
이 같은 인식은 사회 곳곳에서 나타난다. 최근 신림역 흉기난동 사건의 범인 조선에 대해서도 검찰은 "게임 중독 상태에서 칼부림을 했다"는 공식 브리핑을 해 지탄을 받았다. 게임에 '절어서' 현실과 구분을 못한다는, 망상에 가까운 이러한 인식을 개인적인 견해로 가질 수는 있다. 그런데 수사당국이나 정부가 이 같은 인식에 기반해 정책을 입안하고 시행하고 범행 동기로 지목하는 건 또 다른 문제다.
한국보다 심한 중국의 '게임 선입견'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23일 오후 중국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제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 개회식에서 개막선언을 하고 있다. /사진=항저우(중국)=뉴스1
중국 당국은 대놓고 "게임이 폭력 유발 등 각종 사회적 문제를 양산한다"는 입장을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총을 쏘는 배틀그라운드의 핵심 요소들이 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의 허들을 통과할 가능성은 애초부터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한 업계 관계자는 "e스포츠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첫 해인지라 크래프톤에서도 조직위원회의 입장에 최대한 맞춰 종목을 유지하는 쪽으로 정리했을 것"이라며 "게임에 대한 후진적인 인식 때문에 배그의 오리지널리티가 사라진 것은 아쉽지만, 장기적으로 중국 정부가 이러한 입장을 고수한다면 한국 등 외국 게임업체들에게 반사이익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있다"고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