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질병관리청이 지난 8일 발표한 '2022 손상유형 및 원인 통계'에 따르면 의도적 손상(자해·자살·폭력·타살 등) 환자 가운데 자해·자살 환자의 비율은 2012년 2.2%에서 2022년 5.1%로 2.3배가량 증가했고, 그중에서도 10~20대의 비율이 2012년 30.8%에서 2022년 46.2%로 무려 15.4%P나 폭증했다. 이 수치는 23개 병원의 응급실에 내원한 손상 환자(19만3384명)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이들이 자해·자살을 시도한 이유는 2012년에는 가족·친구와의 갈등이 27.9%로 가장 많았으나, 2022년에는 정신과적 문제가 44.1%를 차지했다. 10~20대의 정신건강 관리에 도움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자해는 청소년기에 많이 나타나지만, 성인이 된 이후 처음 시도하는 경우도 적잖다. 해외 보고에 따르면 전체 인구의 14~20%가 평생 한 번 이상 자해를 시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뉴스1) 양혜림 디자이너 = 8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23개 병원 응급실에 내원한 환자를 분석한 결과, 10~20대 자해·자살 시도자의 비율은 2012년 30.8%에서 지난해 46.2%로 15.2%p 급증한 것으로 조사됐다.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비자살성 자해를 진단하는 세 가지 기준이 있다. 첫째, 지난 1년간 5일 이상 자기 신체에 대해 고의로 손상(자기 몸에 출혈·상처를 유발했거나 불로 지지기, 과도하게 문지르기 등)을 가한 경우다. 이런 자해는 경도 또는 중등도의 신체적 손상을 가하려는 의도가 목적으로, 자살 의도는 없다.
둘째, 다음 중 하나 이상의 기대감을 바탕으로 자해를 시도한 경우다. △부정적인 느낌·인지 상태로부터 안도감을 얻기 위해 △대인관계에서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긍정적인 기분 상태를 이끌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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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다음 중 최소한 한 가지와 연관된 고의적인 자해 행동을 시도한 경우다. 우울, 불안, 긴장, 분노, 일반화한 고통, 자기 비하, 대인관계의 어려움, 부정적인 느낌·생각 등이 자해 행위 직전에 나타났어야 한다. 이런 감정에 몰두하는 기간이 있고, 감정을 통제하기 어려워 자해 생각을 반복할 수 있다.
실제로 SNS 등 미디어 속 자해 콘텐츠가 청소년에게 자칫 '자해가 현실을 돌파할 수단'이라는 환상을 심어주고, 자해를 쉽게 여겨 실제 행동으로 옮기게 만든다는 사실이 연구를 통해 입증됐다. 지난 5월 서울아산병원 소아정신건강의학과 김효원·이태엽, 융합의학과 김남국 교수팀은 2018년 3월 청소년 대상의 방송 프로그램에서 자해를 다룬 콘텐츠가 방영된 후 청소년 사이에서 자해로 인한 응급실 방문이 유의미하게 늘었다고 밝힌 바 있다.
연구팀은 국가응급환자 진료정보망을 이용해 2015년 1월~2018년 12월 응급실을 방문한 환자 가운데 자해(자살 시도 및 비자살적 자해)로 인한 환자 11만5647명의 데이터를 수집해 분석했다. 자해 콘텐츠가 방영된 시점은 2018년 3월 말경으로, 당시 청소년을 주 시청층으로 하는 방송 프로그램에서 자해를 미화하고 정당화하는 내용이 소개돼 청소년 사이에서 화제를 모았다.
/자료=서울아산병원
연도별로도 차이가 두드러졌다. 연간 자해로 인한 응급실 방문자 수는 10~14세의 경우 2015년 인구 10만 명당 8.1명에서 2018년 31.1명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15~19세는 63.5명에서 119명으로, 20~24세는 75.7명에서 127.1명으로 늘었다. 자해 콘텐츠가 방영됐던 2018년에 들어 자해 시도가 확연히 증가한 것이다.
여성 청소년의 자해도 눈에 띄게 증가했다. 자해로 인해 응급실을 방문한 10~14세 청소년 가운데 여성은 2015년 46.6%를 차지했던 데 비해 자해 콘텐츠가 방영된 2018년에는 76.7%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15~19세에서는 여성 비율이 55.8%에서 67.8%로, 20~24세는 55.7%에서 61.9%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자해 방법으로는 신체 긋기로 인한 자해가 현저히 늘었으며, 약물로 인한 자해도 유의미하게 증가했다. 김효원 서울아산병원 소아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미디어 속 자해 콘텐츠는 청소년기 아이들에게 '자해는 해도 되는 것' 또는 '자해는 멋있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심리적 어려움을 해결하는 방법으로써 자해를 청소년들에게 알린 효과가 있다"며 "미디어에서 표현의 자유는 존중돼야 하지만 미디어가 청소년의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사회적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자해를 한 번 시도해본 사람은 더 큰 자극을 충족하기 위해 행위의 강도를 높이려는 경향을 보인다. 약물·도박에 중독되는 원리와 닮았다. 만약 자해를 반복하면 우울증, 양극성 장애 등 정신질환을 동반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를 통해 약물치료와 상담 치료를 적극적으로 받아야 한다. 치료를 통해 우울, 불안, 초조, 감정 기복 등 증상이 조절되면 스스로 힘든 감정을 인내해 자해도 줄어들 수 있다. 안 교수는 "자해와 자살 충동이 동반되거나 자해, 자살 시도가 구별되지 않은 경우, 자살을 시도하면서 자해한 경우 입원 치료가 필요하다"고 권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