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태현, 유쾌함과 친근함의 인간화

머니투데이 조성경(칼럼니스트) ize 기자 2023.11.25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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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tvN사진=tvN


마흔이 넘으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이 있다. 요즘은 워낙에 다들 열심히 관리하고 가꾸는 추세라 마흔을 기점으로 이야기하는 게 맞지 않을 수는 있지만, 이 말의 취지에는 대개들 수긍한다.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다르게 늙어간다는 사실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연예계에서도 마찬가지다. 물론 예쁨과 잘생김을 타고난 배우들이 즐비한 연예계에는 세월의 무게도 이겨내는 놀라운 DNA의 소유자들이 많다. 게다가 선천적으로 타고났으면서 정글 같은 이 업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무던히 가꾸고 꾸준히 관리하니 세월도 한참 동안은 그들을 비켜 가곤 한다. 그러나 제아무리 탁월한 DNA라도 그 사람이 뿜어내는 성정(性情)이나 기운이 밑받침되지 않는다면 그 매력을 다 발하지 못한다는 걸 익히 봐왔다.



그런 면에서 얼마 전 인기리에 종영한 ‘무빙’에 이어 현재는 ‘어쩌다 사장3’(연출 유호진)로 팬들 앞에 나서고 있는 차태현을 보면 새삼 참 잘 살았나 보다 하며 감탄하게 된다. 어느덧 마흔 중반도 훌쩍 뛰어넘은 아재가 되었으면서도 여전히 소년 같은 특유의 매력이 놀라워서 그렇다. 그에게서 세월의 흔적을 찾기 어렵다고 한다면 거짓말이겠지만, 데뷔 시절 앳된 얼굴에서 느껴지던 그의 해사한 기운만큼은 한결같아서 하는 말이다.

차태현은 우리나라 연예계에서 내로라하는 호감 배우다. 동안 배우라 부를 수 있는 사람은 많아도, 호감 배우라고 칭할 수 있는 사람은 손으로 꼽을 정도로 드문데 차태현이 이에 해당한다. ‘엽기적인 그녀’(2001)로 대한민국을 강타했을 때부터 지금껏 톱스타인 동시에 줄곧 친구 같고 이웃 같은 편안한 매력으로 팬들에게 다가가며 호감을 키웠다.



사진='어쩌다사장3' 방송 영상 캡처사진='어쩌다사장3' 방송 영상 캡처
또 호감이 호감을 부르면서 그에게 들어오는 캐스팅 제의 중 대부분이 선하고 유쾌한 캐릭터다 보니 휴먼코미디 장르가 그의 주특기가 됐다. 설사 장르가 다르더라도 차태현의 착한 ‘멍뭉미’가 작품을 지배할 만큼 고유의 존재감이 있어서 ‘차태현 장르’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이번 ‘어쩌다 사장3’에서 방문한 미국 캘리포니아 마리나 시티에서 만난 여러 사람들이 ‘과속스캔들’(2008) 속 차태현의 모습을 오래도록 기억하는 것만 해도 그렇다.

더욱이 차태현에게 호감이 높은 건 팬들만이 아니다. 제작진이나 동료 선후배 배우들도 차태현에게 무한 호감을 보인다. 그가 등장한 수많은 특별출연이나 다양한 예능 나들이를 통해서 이러한 사실을 알 수 있다. 제작진과 동료들이 차태현에게 느끼는 호감이 그를 향한 러브콜로 이어지고, 차태현 역시 이에 부응하는 것이다.


지금의 ‘어쩌다 사장’ 시리즈가 이어질 수 있었던 것도 차태현이 구심점이 됐다. ‘1박2일’시즌3(2013)로 유호진 PD와 맺은 인연이 ‘최고의 한방’(2017), ‘거기가 어딘데??’(2018), ‘서울촌놈’(2020)에 이어 이번 ‘어쩌다 사장’ 시즌3에 이르렀다. 조인성과의 인연은 그보다 훨씬 더 거슬러 올라가 이제 20년지기가 되는 사이다.

차태현은 인터뷰를 해도 늘 남달랐다. 인터뷰에는 소소하더라도 그만의 진짜 이야기가 고스란히 묻어 나왔다. 인간미가 느껴지는 그의 이야기가 기자나 작가의 손을 거쳐 팬들에게 순도 높은 호감도로 다가갈 수 있게 됐다.

사진='콩콩팥팥' 방송 영상 캡처사진='콩콩팥팥' 방송 영상 캡처
차태현이 자신을 찾는 사람들을 은근히 살피는 모습도 확인할 수 있었다. 한창 비슷한 배역이나 비슷한 장르를 거듭할 때 “기회가 되면 변신하고 싶다”면서도 캐스팅 제의가 들어오는 캐릭터가 대부분 비슷하다고 말하면서 “예전부터 100% 마음에 드는 작품을 기다리는 편은 아니었다. 너무 내 마음에 100% 되는 걸 고르는 것도 너무 내 생각만 하는 거라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고 밝힌 바 있다. 시나리오가 아닌 다른 요소가 작품을 결정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털어놓은 것이다.

스타에게 치명적인 흥행과 인기를 따지기보다 주변 사람들을 생각하는 그의 인간적인 면모를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아직도 어린 아이의 장난기를 머금은 듯한 미소가 매력적인 차태현에게 그런 어른스러운 면모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그를 향한 호감도는 더욱 수직상승하게 된다.

어차피 흥행 여부는 알 수 없는 ‘신의 영역’이어서 그랬을 수도 있다. ‘신과 함께-죄와 벌’(2017)과 ‘무빙’까지 꾸준히 메가 히트작들에 이름을 올리면서 조급함을 덜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차태현의 존재감이 달라진 것도 아니다. 그러니 그저 변함없고 한결같음이 놀랍고 대단하다 감탄하게 될 뿐이다.

이처럼 차태현이 팬부터 동료 배우 할 것 없이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얻은 배우가 될 수 있었던 이유를 단순히 타고난 호감형 동안 덕분이라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처음에는 얼굴이 8할을 차지했을지 몰라도 첫인상이 바뀔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흘렀다. 1995년 KBS 슈퍼탤런트로 선발돼 데뷔한 이래 30년 가까운 세월 동안 보여준 그의 태도가 지금의 그를 만들었다. 그 세월이 지금 차태현의 얼굴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쩌다 사장’에서 차태현을 보며 마음이 편안해지는 사람들이 많다. 어떤 이에게는 친한 친구 같고, 어떤 이에게는 편한 옆집 이웃 같다. 누구보다 따뜻한 마음으로 잘 살아온 차태현의 세월이 여전히 소년 같은 천진한 미소로 증명되는 것 같아 보는 이들의 마음도 훈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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