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애플·아마존 제친 K-슬립테크...'꿀잠 협업' 대기업들 줄섰다

머니투데이 류준영 기자 2023.11.2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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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홍준기 에이슬립 C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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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슬립 홍준기 CTO/사진=이기범 기자 에이슬립 홍준기 CTO/사진=이기범 기자


불면증을 달고사는 시대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수면장애로 병원을 찾은 환자가 약 109만8800여명. 2018년 85만5000여명에서 28.5% 급증했다. 이는 전 세계적 현상이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 '세계에서 가장 잠을 못 자는 나라'로 꼽혔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의 2021년 조사에서 일본인의 하루 평균 수면시간은 7시간 22분으로 조사 대상 33개국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1위(남아프리카공화국)와 약 2시간 정도 차이가 나는 데 이를 80년 생애로 계산하면 일본은 상대적으로 평균 2만9200시간(약 3년 4개월)을 뜬눈으로 보내 신체적, 정신적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진단이다.

한국수면산업협회 조사자료에 따르면 2011년 기준 약 4800억원이던 국내 수면시장이 지난해 3조원 규모로 성장했다. 상황이 이렇자 수면에 기꺼이 지갑을 여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수면(Sleep)과 기술(Technology)을 합친 '슬립테크'(SleepTech) 시장에 진출하는 기업도 덩달아 느는 추세다. 관련 기업 중 2020년 6월 설립된 에이슬립은 '수면진단'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가졌다.



에이슬립의 수면측정 앱(애플리케이션) '슬립루틴'은 스마트폰 마이크로 이용자가 취침 시 내는 숨소리를 기록한 뒤 인공지능(AI)으로 수면 상태를 측정한다. 회사 관계자는 슬립루틴은 뇌파, 혈중 산소량, 호흡, 심박수, 눈과 팔의 움직임 등을 추적해 수면 상태를 의료적으로 측정하는 수면다원검사에 가장 근접한 측정 결과를 낸다고 전했다.

에이슬립의 수면 분석 기술 앱 슬립루틴의 작동 개념도 에이슬립의 수면 분석 기술 앱 슬립루틴의 작동 개념도
이 기술 개발을 주도한 에이슬립 홍준기(29) CTO(최고기술책임자)를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가 만났다. 홍 CTO는 에이슬립 창업자인 이동현 대표의 실험실 선배다. 카이스트(KAIST) 네트웍·AI 실험실에서 만난 두 사람은 전기차 운행 데이터를 기반으로 배터리 수명이 어느 정도 남았는지 알려주고 폭발 위험이 없는지 체크하는 AI 솔루션을 개발하고 창업전선에 뛰어들었다. 에이슬립은 홍 CTO에게 두 번째 도전장이다.

이들이 두 번째 창업아이템으로 슬립테크을 택한 건 세계 최대 전자기술박람회(CES) 참가한 경험이 계기가 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와 과학기술사업화진흥원이 지원하는 '공공기술기반 시장연계 창업탐색 지원사업'을 통해 CES에 참가했던 홍 CTO는 "슬립테크는 3년 전 막 생기기 시작한 시장으로 우리가 잘할 수 있는 부분이 분명히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고 떠올렸다. 이후 해당 사업을 통해 사무실을 얻고, 시제품 개발비도 지원 받아 머릿 속 구상을 구체화했다.


에이슬립은 설립초기 분당서울대병원과 협업을 통해 방대한 수면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었고, 최근 '수면 단계 측정 정확도 검증 실험'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또 수면 기술에 대한 다양한 연구논문을 냈다는 사실 등이 외부로 알려지면서 분야와 업종이 각기 다른 기업들로부 터 러브콜을 받고 있다.

구글·애플·아마존 제친 K-슬립테크...'꿀잠 협업' 대기업들 줄섰다
홍 CTO에 따르면 분당서울대병원, 미국 스탠포드대학병원 수면센터 연구진과 함께 진행한 '수면 측정기기 정확도 비교 연구'에서 슬립루틴은 0.6863점을 받아 △애플 '애플워치 8'(0.491) △구글 '픽셀 워치'(0.5669) △아마존 '할로 라이즈'(0.6242) △삼성전자 '갤럭시워치5'(0.5761) 등 11종의 다른 수면진단 앱·기기 보다 월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측정값이 1에 가까울 수록 정확하다는 뜻이다.

또 지난 10월 브라질 리우에서 열린 세계수면학회에 참석, 이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홍 CTO는 이번 연구결과를 포함해 의학저널, 수면학회 등에 낸 논문을 모두 합치면 20개쯤 된다고 했다. 기술력을 검증 받은 후부턴 SK텔레콤, LG전자, 하나은행, 경동나비엔, 이브자리 등 다양한 기업과 기술 협업 계약을 맺고 PoC(기술검증)와 상용화를 진행 중이다.

슬립루틴의 기능을 경동나비엔의 숙면매트에 적용하면 사용자 수면단계에 따라 적절한 온도를 자동으로 조절해준다. 지난 7월엔 LG전자와 공동으로 모바일 앱 '꿀잠 온도'를 출시하고 베타테스트를 진행했다. 이는 사용자의 수면 단계에 따라 에어컨 온도를 자동으로 바꿔주는 서비스다.

해외 진출에도 시동을 걸고 있다. 최근 일본 소프트뱅크 계열사인 리얼라이즈 이노베이션과 업무협약을 맺었다. 에이슬립의 솔루션을 리얼라이즈가 일본 기업에 판매하는 내용이다. 홍 CTO는 "미국과 유럽, 일본을 주요 타깃으로 삼고 있고, CES에서 명함을 주고 받았던 기업들과도 구체적인 협업 계획을 주고 받고 있다"면서 "내년은 본격적인 해외진출의 원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에이슬립은 해외 수면시장을 적극 공략해 향후 4년 내 미국 증권시장인 나스닥에 상장한다는 목표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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