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좀 해본 사람들은 스마일게이트라는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다. 최근에는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로스트아크나 모바일RPG 에픽세븐 등으로 인지도가 꽤 높아졌다. 그런데 스마일게이트의 실제 덩치는 으레 생각하는 인지도에 비해 훨씬 크다.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은 1조5771억원으로 3N2K의 크래프톤(1조8540억원)보다 조금 적고 카카오게임즈(1조1477억원)보다 꽤 많은 수준이다. 실제 덩치보다 못한 인지도를 갖게 된 것은 권혁빈 스마일게이트 창업자의 '운둔형 경영'과 '100% 지본 독식 구조'의 영향이다.
크로스파이어 중국 서비스버전. /사진=유튜브 캡처
최근에는 로스트아크라는 새로운 먹거리가 스마일게이트의 한 축을 차지하고 있지만, 여전히 수익의 절반 가량은 크로스파이어가 책임지고 있다. 최근에는 메타버스 트랜드에 맞춰 VR(가상현실) 버전인 '크로스파이어: 시에라 스쿼드'를 냈는데 시장에서 또 한번 인기 몰이를 하고 있다. VR버전도 중국에서의 인기가 특히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는 거부한다" 권혁빈 창업자의 '나홀로' 경영
2015년 6월 4일 오전 서울 소월로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모바일게임 플랫폼 '스토브(STOVE)' 사업설명회. /사진=스마일게이트
이 스마일게이트홀딩스가 스마일게이트엔터테인먼트(100%), 스마일게이트RPG(100%) 등 주요 계열사 지분을 전부 가진, 권혁빈의 1인 경영체제가 현 스마일게이트의 지배구조다. 과거 일부 투자를 받고 지분을 내어준 전력이 있으나 수년 안에 모두 정리돼 다시 권 창업자의 개인 지분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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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다보니 상장을 통한 지분율 희석도 이뤄지지 않았다. 과거 오너십 중심 지배구조를 지닌 재벌기업들의 혁신 과제 중 하나는 '상장을 통한 계열사의 독립 경영체제 확립'이었다. 스마일게이트의 경영에는 권 창업자 외에는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지분 보유자가 전혀 없다. 다만 아직까지 스마일게이트가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거나, 큰 사고가 발생한 적이 없기에 지배구조 자체에 대한 비판에서는 자유로웠다.
'잠행 경영' 권혁빈 대신하는 '얼굴들'
2018년 9월 17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서울 호텔에서 열린 스마일게이트RPG의 PC온라인게임 '로스트아크(LOSTARK)' 미디어 쇼케이스에서 지원길 대표이사(가운데)를 비롯한 관계자들이 단상에 올라 박수를 치고 있다. 왼쪽부터 임종철 아트 디렉터, 조한욱 사업실장, 지 대표, 금강선 총괄 디렉터, 윤지훈 개발실장. /사진=뉴스1
권 창업자는 최근 부산에서 열린 지스타2023에도 홀로 방문해 스마일게이트 관계자들의 의전을 받으며 조용히 행사장을 둘러보다 떠났다. 부스를 찾은 이들을 위해 갑작스러운 요청을 받고 무대에 올라 질의응답을 이어간 김택진 엔씨소프트 창업자와 완연하게 대비됐다.
대신 권혁빈의 빈자리는 다른 얼굴들이 대신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 로스트아크를 만든 금강선 디렉터 등이다. 이 때문에 스마일게이트의 대표적 인물을 꼽으라면 '금강선'을 꼽는 이들은 있어도, '권혁빈'을 떠올리는 이들은 거의 없다. 넥슨에서 클로저스를 개발하고 현재 스마일게이트에서 아우터플레인을 만든 현문수 PD도 팬덤이 형성된 스타 개발자 중 하나다.
세기의 이혼소송, 권혁빈의 은둔 생활·잠행 경영 끝날까
/삽화=임종철 디자인기자
지난해 11월 이혼소송을 제기한 이씨는 스마일게이트홀딩스 지분의 절반(50%)에 대해 분할을 청구했다. 이씨는 스마일게이트 창업 초기에 자신이 대표이사를 지냈으며, 초기 자본금의 30%를 출자하는 등 기업가치 형성에 공동 기여했다는 취지의 소장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권 창업자는 이혼을 원하지 않는다며 가정을 지키겠다는 의사를 법원에 밝힌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법원에서 얼마나 많은 지분을 분할하라고 명령할지는 모르겠으나, 만약 이혼이 성립하고 지분을 나누는 경우라 하더라도 권혁빈 CVO의 지배력이 낮아질 가능성은 적을 것"이라면서도 "소수라 하더라도 제2의 지분보유자가 있는 경우 스마일게이트의 경영상황 등이 현재보다 더 투명하게 외부에 알려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