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드 지운 '크러시'...맥주 점유율 5% 탈환 시동

머니투데이 지영호 기자 2023.11.12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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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칠성음료가 이번주부터 출시하는 신제품 맥주 '크러시', 기존 '클라우드' 브랜드를 이어받았지만 왼쪽 상단에 작게 표기하는 방식을 채택했다./사진=롯데칠성음료롯데칠성음료가 이번주부터 출시하는 신제품 맥주 '크러시', 기존 '클라우드' 브랜드를 이어받았지만 왼쪽 상단에 작게 표기하는 방식을 채택했다./사진=롯데칠성음료


국내 맥주시장에서 부진한 실적을 이어오던 롯데칠성 (129,600원 ▼600 -0.46%)음료(옛 롯데주류)가 이달 중순부터 판매를 시작하는 '크러시(Krush)'를 통해 5% 점유율 회복에 나설지 주목된다. 소주 '처음처럼' 브랜드를 희석시키고 제로소주를 부각시켜 성공한 '새로'처럼 맥주 '클라우드(Kloud)'를 드러내지 않은 채 별도 브랜드로 소비자에게 다가가겠다는 전략이다.

12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크러시는 롯데칠성음료의 맥주 브랜드 클라우드의 업그레이드 버전이지만 출시부터 클라우드의 색깔을 완전히 지웠다. 진한 갈색 병 색깔을 투명병으로 교체하고 맥주병의 특징인 어깨선을 없앤 '숄더리스' 병을 적용했다.



청량함을 강조하기 위해 겉면에는 빙산을 모티프로 한 디자인을 적용했고, 알코올 도수도 종전 5도에서 4.5도로 낮췄다. 저 알코올 도수 트랜드를 반영한 결정이다.

때문에 클라우드의 이미지는 찾아보기 어렵다. 전면 래핑 상단에 작게 클라우드라는 영문명이 클라우드 제품이라는 점을 드러내는 거의 유일한 흔적이다. 그동안 클라우드는 물을 타지 않은 풍부한 거품을 강조하며 무거운 이미지를 구축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크러시는 클라우드 오리지날처럼 올몰트(보리맥아 100%) 맥주를 유지했다. 크러시를 클라우드 오리지날의 리뉴얼 제품으로 보는 이유다.

처음처럼 뺀 새로 전략, 크러시에 적용
좌측 상단에 '처음처럼'을 표기한 출시 초기 새로(좌측)와 이를 뺀 새로(우측)./사진=뉴시스좌측 상단에 '처음처럼'을 표기한 출시 초기 새로(좌측)와 이를 뺀 새로(우측)./사진=뉴시스
롯데칠성음료가 클라우드 후속 제품을 차별화된 브랜드로 포지셔닝하는 배경에는 최근 성공을 거둔 '새로' 영향이 크다. 하이트진로의 진로 시리즈나 참이슬에 비해 저조한 성적을 내는 처음처럼이 새로의 히트로 전기를 맞은 점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이다.


새로는 과당을 사용하지 않은 무가당 소주 콘셉트에 영양성분을 표시하는 등 파격적인 제품표시와 함께 투명병, 구미호 카툰, 도자기 곡선의 세로 홈 등 신선한 디자인으로 코로나19 이후 주류업계 최대 성공작이란 평가를 받고있다. 지난해 9월 출시 후 1년만에 누적판매액 1000억원을 넘어섰다.

새로는 처음 출시했을 때 처음처럼 브랜드를 활용한 전략을 세웠다가 최소한으로 표시하는 전략을 썼다. 현재 크러시가 클라우드 브랜드를 작게 표시하는 것과 같은 방식이었다. 때문에 제품명은 '처음처럼 새로'를 유지했다가 지난달 '새로'로 변경하며 독자 브랜드로 탈바꿈시켰다.

아메리칸라거 대신 또다시 올몰트 선택
클라우드 지운 '크러시'...맥주 점유율 5% 탈환 시동
국내 맥주 시장은 발효 방법에 따라 맥아 발효 후 하단에 가라앉는 효모를 사용하는 라거 맥주가 장악하고 있다. 라거 맥주는 맥아 함량에 따라 혼합(아메리칸라거), 올몰트, 발포주 등으로 나뉘는데 음식과 곁들여 먹는 반주 문화와 소주 등과 섞어먹는 폭탄주 문화로 인해 아메리칸 라거를 주력시장으로 본다. 맥아 비율을 70% 전후로 책정하고 나머지를 쌀, 옥수수, 전분 등으로 채운다.

롯데칠성음료는 '아메리칸라거+올몰트+발포주'로 구성된 경쟁사의 맥주 라인업과 달리 클라우드를 앞세운 올몰트 브랜드를 주력으로 삼고 있다. 반면 오비맥주는 아메리칸라거인 '카스', '한맥'을 주력으로 올몰트 '오비라거', 발포주 필굿으로 시장을 공략한다. 하이트진로 (20,350원 ▼50 -0.25%)의 경우 아메리칸라거 '테라', 올몰트 '켈리', 발포주 '필라이트'로 라인업을 갖췄다.

롯데칠성음료가 올몰트라거에 집중하는 배경은 카스와 테라가 경쟁하는 아메리칸라거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서다. 업계 1~2위가 주력시장으로 삼고 있는 분야에서 자리를 잡으려면 마케팅 비용 등 막대한 출혈을 감수해야 한다. 이보다는 2014년 출시 직후 올몰트 열풍을 불러온 클라우드의 명성을 되찾는 것이 더 유리하다는 판단이 섰던 것으로 보인다.

5% 점유율 회복...두자릿수 목표

클라우드 지운 '크러시'...맥주 점유율 5% 탈환 시동
롯데칠성음료가 클라우드를 출시했을 당시 시장 점유율은 10%를 넘어섰지만 현재는 3%대까지 주저앉았다. 클라우드 이후 히트작이 나오지 않은 것이 근본적인 이유다. 2017년 아메리칸라거 '피츠'를 내놨지만 변변치 않은 성적을 내다 지난해 결국 판매를 중단했다.

최근 롯데칠성음료의 맥주사업 성적은 관계사인 롯데아사히주류에도 못미친다. 롯데아사히는 최근 풍성한 거품이 특징인 아사히 수퍼드라이 생맥주 캔의 인기로 2019년 일본제품 불매운동 여파를 완전히 지워버렸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9월 기준 아사히 맥주의 소매점 매출은 340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638% 올랐다.

국내 맥주시장에서 소매점 매출 기준 브랜드 점유율은 오비맥주의 카스가 39.0%로 압도적 1위다. 뒤를 이어 하이트진로 테라가 10.5%, 롯데아사히주류 아사히가 7.8%, 하이트진로 켈리가 6.3%, 하이트진로 필라이트가 5.6%다. 롯데칠성음료 클라우드는 3.8%로 6위에 머물러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크러시를 통해 5% 점유율 회복을 1차 목표로 삼고 있다. 크러시가 클라우드의 리뉴얼 제품이지만 새로운 브랜드로 각인시켜 새로의 소주시장 안착을 재현하겠다는 것이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새로가 MZ세대를 시작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인기를 끈 것 처럼 크러시도 같은 타깃고객을 상대로 마케팅을 펼칠 계획"이라며 "기존 맥주시장 플레이어가 강력하지만 1차적으로 5%, 궁극적으로 두자릿수 점유율을 회복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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