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정기 주주총회에서 전자투표제를 도입하는 기업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전자투표제는 주주들이 주총장을 직접 방문하지 않아도 PC, 모바일 등을 활용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방식이다. 시공간의 제약이 없다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간편하게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어 주주행동주의의 확산을 돕고 있다. 특히 지난 수년간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각 기업은 전자투표제를 자발적으로 채택했다. 전자투표제 실시 기업의 경우 감사 등의 선임 시 주총 결의요건을 완화하도록 상법이 개정된 것도 주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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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초 남양유업 (509,000원 ▲9,000 +1.80%) 주총에서 행동주의 펀드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이 일부 승리한 것이 그 사례다. 당시 남양유업 오너 일가 지분율은 53.08%에 달했지만, 소액주주의 지지를 얻은 차파트너스(지분율 3.07%)가 추천한 감사가 이사회에 입성에 성공했다.
소액주주들의 목소리를 모아 지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플랫폼도 등장했다. 소액주주 결집 플랫폼 '액트(Act)'다. 이상목 액트 창립자가 소액주주 대표를 맡았던 DB하이텍 (41,600원 ▲1,550 +3.87%) 등 다수 종목에 대한 안건을 소액주주들이 직접 논의하고 투표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 대표는 "20%의 의견이 모아졌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그 서면을 다 모아서 주총장에 들어가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며 "우리나라 주주운동의 맹점이었던 부분을 해소할 수 있는 역할을 하고자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액주주들이 5분이면 자신의 의견을 간편하게 표현할 수 있다 보니 많이 사용해주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뭉치기만 하면 소액주주들도 충분히 목소리를 내고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길 바란다. 액트가 그 과정을 돕겠다"고 언급했다.
상폐위기 대유사태, 앤디포스 경영권 매각 압박하는 주주연대대표의 배임 혐의로 주식이 휴지 조각이 될 위기에 처한 코스닥 업체 대유의 소액주주들이 결집, 의결권을 모아 3개월만에 2대주주 자리에 올랐다. 이들이 구성한 소액주주연대는 주주총회에서 이사진 선임을 비롯한 경영진 구성에 본격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한편, 회사와 별개로 상장폐지를 막기 위한 행동에 직접 나서고 있다. 최대주주를 추월하는 지분을 확보하기 위한 의결권 취합도 계속 진행중이다.
◆ 상폐 위기 놓이자…의결권 모아 3개월만에 2대주주에 오른 소액주주 연대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김 전 대표는 지난 4월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에서 수사를 받다가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후 대유주가는 폭락했고, 한국거래소의 거래정지(4월26일) 조치가 이뤄졌다. 이후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에 올랐고, 지난 8월1일 기업심사위원회가 상장폐지를 결정했다. 8월29일 코스닥시장위원회에서도 같은 결과를 받아 든 대유는 9월19일 이의신청서를 제출했다.
소액주주들은 상장폐지를 막기 위해 지난 6월13일 주주연대를 발족하고 꾸준히 개인 투자자들에게 의결권을 위임받았다. 주총에서 기존 경영진을 모두 해임하고 지분매각을 요구해 경영을 정상화 하겠다는 목적이었다. 580여명의 주주들이 모였고, 지난 9월 주총 전까지 13.05%의 지분을 모아 회사의 2대주주로 올라섰다.
당시 주총에선 회사가 내세운 이사진이 선임됐고 주주연대가 추천한 이사후보들은 모두 선임되지 못했다. 주주연대는 회사측 후보들이 상폐 사태에 책임이 있거나, 기존 임원진들이 선택한 후보라고 주장했으나 의결권 차이를 넘어서진 못했다. 결과적으로 정치훈 대유 상무가 신임 대표로 선임됐고, 그를 포함한 5명의 이사가 선임돼 새 이사회를 구성했다. 새로 선임된 사외이사는 코스닥협회로부터 후보자 추천을 받아 내부 검토를 거쳤다는 설명이다.
이사회 진입은 실패했으나 주주연대의 힘이 떨어진 건 아니다. 일단 대유의 2대주주에 오르면서 조광ILI와의 지분율 차이를 꽤 좁힌 상태다. 소액주주 행동주의 플랫폼인 액트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대유 주주연대의 보유 지분은 15.45%로 주총 전보다 2.4%포인트 늘었다. 6.7% 의결권만 더 모으면 조광ILI의 지분율(22.1%)을 넘어선다.
주주연대가 경영권 분쟁 당사자로 서면서 대유와 계열사들의 지배구조에도 변동 가능성이 생겼다. 김 전 대표는 2020년 밸브사업체 조광ILI (732원 ▼14 -1.88%),특수비료업체 대유 (2,300원 ▼35 -1.50%), 모바일기기용 테이프 업체 앤디포스 (4,170원 ▲15 +0.36%) 등을 차례대로 사들였다. 김 전 대표(28.3%)→조광ILI(22.1%)→대유(22.47%)→앤디포스로 이어지는 지배구조(계열사 등 특수관계인 포함)가 형성돼 있다.
◆ 대유, 재무개선 위해 자회사 앤디포스 매각하나
대유가 보유한 코스닥 상장사 앤디포스 지분도 관심을 끈다. 앤디포스는 모바일 기기용 양면 테이프 및 윈도우 필름 생산업체다. 다른 부품, 모듈 업체를 통해 휴대폰 생산업체로 납품되는데 삼성전자와 애플이 최종 수요처다. 올해 상반기 말 자산총계 1589억원, 자본총계 1372억원이다. 지난해 896억원 매출(연결기준)에 13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앤디포스의 시가총액은 850억원 가량인데 기술력과 업력을 반영한 기업가치가 낮지 않다는 게 투자은행(IB) 업계의 판단이다.
관련 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상장폐지 대상에서 벗어난 앤디포스. 대유가 보유하고 있는 지분을 매각하면 적잖은 현금이 유입된다. 이는 대유 뿐 아니라 조광ILI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앤디포스 지분매각 자금이 유입되고 신규자금 투자를 해 줄 주주가 영입되면 상장폐지를 방어하는 데 보탬이 된다. 장기적으로 보면 '김 전 대표→조광ILI→대유→앤디포스'로 연결되는 순환고리가 끊어질 수도 있다.
이와 관련해 대유 관계자는 "주주연대 측에서 앤디포스 경영권 매각을 요구한 적은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한편 대유의 상장폐지 이의신청을 받은 한국거래소는 지난달 23일 코스닥시장위원회를 열고 심의를 열었으나 결론을 내지 못하고 다음 회의에서 재논의(속개)하기로 했다. 상장폐지를 의결하거나 개선기간을 부여해 생존 기회를 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