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분수령'…30일 이사회 화물사업 매각 논의

머니투데이 정한결 기자 2023.10.30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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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분수령'…30일 이사회 화물사업 매각 논의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이 오는 30일 열리는 양사 이사회에서 분수령을 맞는다. 아시아나항공 이사회의 화물사업 분할매각 통과 여부에 따라 3년간 이어온 양사의 인수합병 향방도 결정된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30일 임시 이사회를 개최해 대한항공이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에 제출할 기업결합 시정조치안에 대한 동의 여부를 결정한다. 대한항공은 같은 날 오전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을 분할 매각하는 대신 인수자가 아시아나항공의 고용을 유지하도록 협조하는 방안과 EU 집행위에 제출할 시정조치안도 확정한다.



아시아나항공 이사회가 분할 매각을 거부할 경우 합병은 사실상 불발된다. EU 집행위는 그동안 양사 합병에 대해 "한국과 유럽 전체의 화물 운송 부문에서도 경쟁 제한 우려가 있다"며 반대해왔다. 양사의 국제선 화물시장 합산 점유율은 지난해 기준 64.8%에 달한다. 국적사로만 한정하면 95%다.

글로벌 화물 시장에서도 양사의 비중은 크다. IATA(국제항공운송협회) 등에 따르면 대한항공의 지난해 글로벌 화물 공급량은 95억1800만CTK(킬로미터톤)으로, 전 세계 5위를 차지했다. CTK는 수송된 화물의 톤수에 비행거리를 곱한 값으로 화물의 수송량을 나타내는 단위다. 1위와 2위는 각각 페덱스와 UPS 등 물류전문기업, 3·4위는 카타르·에미레이트항공이다. 아시아나항공은 39억9400만CTK로 20위를 기록했다. 양사 합산시 에미레이트항공을 꺾고 여객 항공사 중 1위인 카타르항공과 경쟁할 수 있는 수준이 된다.



유럽에 이어 미국도 반도체 등 전략자원을 운송하는 항공화물 사업이 독과점이 될 경우 안보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며 반대 의사를 밝혀온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양사의 합병은 미국과 EU, 일본 반독점당국의 심사를 남겨뒀지만, 한 곳이라도 거부할 경우 즉각 무산된다.

아시아나항공의 주채권자인 산업은행도 3조6000억원대의 공적자금을 회수하려면 합병이 필요하며, 합병을 위해서는 분할 매각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강석훈 산은 회장은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매출의 20%를 차지하는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매각시 이사회 배임이 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배임 이슈가 적다"며 "아시아나항공 이사회가 합리적인 결정을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아시아나항공 이사회가 결국 화물사업 분할 매각을 찬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합병 불발시 아시아나항공의 독자생존을 보장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상반기 2000억원대의 영업이익을 거뒀지만, 당기순손실은 600억원을 기록했다. 12조원 수준의 부채에 이자 비용만 2000억원대가 나오면서 버는 족족 이자를 갚는데 그쳤다. 산은 역시 합병 불발시 추가 지원은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아시아나항공 이사회가 분할 매각을 승인해도 합병에 대한 리스크는 여전하다. 화물사업을 매각한들 EU 집행위의 합병 승인을 보장하기 어려운 데다가, 비교적 잠잠한 미국과 일본의 반독점당국도 다른 안건으로 제동을 걸 가능성이 남아 있다. 코로나19로 고점을 찍었던 화물사업의 업황이 최근 들어 악화하면서 국내에서 선뜻 나서는 인수자도 없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화물 사업이 코로나 때 반짝했다고 해도 수익은 꾸준히 나는 사업"이라며 "(분할 매각)가결이든 부결이든 후폭풍이 어마어마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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