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리 매연에 급식종사자 최소 60명 '폐암'…"후드만으로 역부족"

머니투데이 김성진 기자 2023.10.27 15:07
글자크기

단기간 대량 조리하는 급식실 특성상 후드만으로 공기 정화 한계
에어컨, 선풍기 바람에 방해 기류 생기기도
상부 흡입 급식실 전용 공기청정기 각광...유해물질 제거 성능 탁월

전남 영암군 소림학교 급식실에 설치된 원에이스의 급식실 전용 공기청정기 AZERO./사진제공=원에이스.전남 영암군 소림학교 급식실에 설치된 원에이스의 급식실 전용 공기청정기 AZERO./사진제공=원에이스.


수십, 수백명분 음식을 조리하며 발생한 수증기와 매연, 이른바 '조리흄(cooking fumes)'에 급식실 조리사들이 폐암을 겪는 사례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급식실마다 '캐노피 후드'가 있지만 환기 효과가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조리실 전용으로 개발된 공기청정기로 환기 효과를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7일 교육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실시한 '학교 급식 종사자 폐암 건강검진' 결과 14개 시·도에서 급식 종사자 31명이 폐암 확진을 받았다. 이 숫자와 별개로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폐암으로 산업재해를 신청한 종사자 29명을 더하면 폐암 환자는 60명에 이른다. 올초 발표에는 서울과 경기, 충북 지역 검진 결과가 빠져, 실제로 폐암에 걸린 급식 종사자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5년 동안 급식 종사자의 폐암 유병률은 10만명당 135.1명이다. 확진자의 평균 연령은 54.9세, 평균 종사 기간은 14.3년이었다. 국가 암 등록 통계상 연령대가 비슷한 50대 후반의 신규 암 발생률과 비교하면 급식 종사자의 폐암 발병 확률이 2.8배 높다.

급식 종사자가 폐암에 걸릴 확률이 더 큰 것은 '조리흄' 때문이다. 조리 과정에 발생하는 수증기, 매연을 뜻하는 말로 국제암연구소(IARC)는 조리흄을 1급 발암물질로 규정했다. 초미세분진 농도가 실내 공기질 권고량의 18배 수준인 데다 폐에 매우 유해한 휘발성유기화합물(VOCs)도 대량 함유하는데 열 때문에 공기 중 상승하려는 기질이 있어 급식 종사자의 호흡기 영역에서 확산한다는 위험이 있다.



직업환경연구원의 역학조사 결과 장조림을 조리할 때 독성 물질인 포름알데히드가 고용노동부 노출 기준의 58배에 달하는 최대 1만7600ppb 검출되고, 탕수육은 1급 발암물질 아크롤레인이 302ppb로 올라 단기 노출 한계치에 다다른다.

급식실마다 실내 공기를 빨아들이고 바깥의 깨끗한 공기를 들여오는 캐노피 후드가 있지만 짧은 시간에 음식을 대량으로 조리하는 급식실 특성상 단시간에 유증기를 배출하는 데 한계가 있어 유해물질이 급식실 등 실내로 전파되는 문제가 있다. 또 급식실은 내부가 매우 더워 에어컨, 선풍기 같은 냉방 기구를 가동하는 때가 많은데 그러면 실내에 방해 기류가 생기기 때문에 캐노피후드가 공기를 제대로 흡수하지 못해 유해물질이 실내에 정체하게 된다.

교육부 조사에서 환기 설비 개선 대상 학교는 전국 8274곳이지만 올해 안으로 개선이 예정된 곳은 1889곳뿐이다. 개선 속도도 느리지만 후드만으로는 환기 효과를 크게 높이기 어렵고 작업자의 호흡기 높이에 환기 장치를 추가로 들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내에서 급식실 전용으로 개발된 공기청정기는 중소기업 원에이스의 AZERO가 있다. 국가공인기관 KTL로부터 공식 인증을 받은 살균정화시스템으로 조리흄과 휘발성유기화합물을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다.

상부흡입, 하부토출형으로 작업자 호흡기 높이의 유해한 공기를 효과적으로 빨아들인다. 흡입부에 친유성(親油性) 필터로 조리흄을 1차로 제거하고 메인필터와 카본필터, 자외선 살균박스, 플라즈마 이오나이져로 포름알데히드, 폐렴균, 녹농균 등은 99.9%, 황색포도상구균은 99.7%, 미세먼지 입자는 99.6% 제거한다.

성능을 인정받은 덕에 AZERO는 해남 송지초등학교, 영암 소림학교, 서울 성북구청, 강남구청, 용산구청, 금천구청, 관악구청, 부산 사상구청, 전주 덕진구청, 제주의료원, 세아베스틸 군산공장 등 급식소에 설치돼 있다.

원에이스는 AZERO 개발에 5~6년을 투자했다. 유근호 대표는 조리실 중에도 튀기고, 굽는 작업이 많아 조리흄이 심하게 발생하는 중국집, 숯불구이집 등 현장 실사를 한 끝에 조리실 전용 공기청정기를 개발할 수 있었다고 설명한다. 유 대표는 "후드 개선만으로는 절대 조리흄, 매연, 세균을 안전한 수준으로 제거하지 못한다"며 "AZERO 같은 급식실 전용 제품으로 환기 효과를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