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볼빙 잔액 '7.6조'…2개월 연속 공시 이래 최대치

머니투데이 황예림 기자 2023.10.23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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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카드사의 리볼빙 잔액이 한달 새 1300억원가량 늘면서 또다시 공시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일부 카드사에선 평균 리볼빙 금리가 0.4%포인트(p) 넘게 올랐는데도 잔액 증가세가 이어졌다. 리볼빙은 대표적인 생계형 대출성 상품으로 꼽혀 서민의 채무 부담이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23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9개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BC·우리·하나·NH농협카드)의 리볼빙 잔액은 7조6126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달 7조4864억원보다 1262억원(1.69%) 늘었다. 리볼빙은 카드 대금의 일부를 먼저 결제하고 나머지는 나중에 갚을 수 있게 한 서비스다.



9월 리볼빙 잔액은 2021년 11월 공시를 시작한 후 집계된 최고 금액이다. 앞서 8월에도 리볼빙 잔액이 공시 이래 최대였는데 2개월째 고점을 찍고 있다.

회사별로는 BC카드를 제외한 모든 카드사에서 리볼빙 잔액 증가세가 나타났다. 특히 상위 카드사로 분류되는 KB국민카드가 3.82%로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하위 카드사인 우리카드(2.12%)도 증가폭이 컸다. 현대카드(1.73%), NH농협카드(1.79%) 역시 평균보다 증가율이 높았다.



저축은행·대부업체가 업황 악화로 대출을 축소하면서 비교적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리볼빙으로 수요가 몰리는 것으로 보인다. 저축은행의 올해 상반기 중금리 대출 규모는 3조343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6조1317억원) 대비 반토막 났다. 지난 8월 기준 69개 대부업체의 신규 대출 규모도 950억원으로, 지난해 8월 3066억 대비 69.02% 급감했다.

일부 카드사에선 리볼빙 금리가 전달 대비 상승했음에도 잔액이 늘어났다. 하나카드는 700점 이하 회원에게 적용하는 평균 금리가 전달과 비교해 0.46%p, 롯데카드는 0.11%p, KB국민카드는 0.1%p 높아졌다. 9개 카드사의 지난달말 리볼빙 평균 금리는 15.30~17.88%, 신용점수 700점 이하 회원에게 적용한 평균 금리는 16.62~19.28%로 집계됐다.

금리가 오르는 상황에서도 리볼빙 잔액이 최대를 기록해 가계의 빚 부담이 늘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리볼빙은 카드론 등 다른 대출에 비해 금액이 크지 않지만 금리가 높아 한 번 연체하면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위험이 있다. 리볼빙을 이용하는 사람은 대부분 신용점수가 낮은 취약 채무자여서 빚을 갚을 여력도 부족하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사와 고객군이 겹치는 2금융권에서 대출을 줄이면서 자발적으로 카드사를 찾는 회원이 늘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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