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뉴스1) 박정호 기자 = 인천국제공항 전망대에서 바라본 계류장에서 착륙한 아시아나항공 항공기가 대기 중인 대한항공 항공기 앞을 지나고 있다. 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17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 노동조합은 전날부터 대한항공과의 기업결합에 반대하는 서명운동을 개시했다. 노조는 화물 사업 매각과 슬롯(SLOT, 시간당 항공기 이착륙 허용 능력) 반납이 현실화될 경우 대한항공과의 인수합병(M&A)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노조가 가장 문제삼고 있는 화물사업부 매각은 EU에서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는 내용이다. EU는 대한항공에 아시아나항공 통합을 위해 50여가지를 보완하도록 요구했고, 그중 하나가 화물사업부 매각이다. 이에 대한항공은 지난 주 에어프레미아·티웨이항공·이스타항공·에어인천 등 4곳의 LCC 업체들에게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인수를 위한 인수의향서(LOI)를 제출받았다.
EU에서 승인이 나지 않으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은 불가능해진다. 화물사업부를 매각하고 EU의 승인을 받는다 하더라도 심사 중인 미국·일본 당국이 어떤 결론을 내놓을지도 알 수 없다. 미국 법무부는 반도체 등 핵심 상품의 화물 운송을 한 회사가 담당할 경우 발생할 공급망 탄력성 문제를 지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매각이 필요하다. 여기에 뉴욕과 시애틀, 샌프란시스코, 로스앤젤레스와 호놀룰루 등 알짜 노선을 내줄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일본에는 나고야 슬롯을 내줄 수 있다는 관측이다.
EU 당국의 승인을 놓고 잡음이 계속 커지자 합병이 불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NH투자증권은 지난 10일 대한항공의 목표주가를 14% 낮추며 아시아나항공 합병 관련 불확실성을 언급했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아시아나항공 인수 승인 결정 지연도 불확실성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여전히 EU, 미국 등의 주요 경쟁당국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11월 중으로 예상되는 EU의 승인 여부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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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화물사업부를 떼고 여러 노선을 내주게 되면 메가 캐리어 등 합병 초기 고려했던 시너지가 사실상 사라질 수 있다"며 "EU심사를 어떻게 넘긴다고 해도 추후 미국과 일본 당국이 다른 요구를 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대한항공은 이달 말까지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에 아시아나 합병과 관련한 시정조치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지난 6월 외신 인터뷰에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을 위해 100% 올인하고 있다"며 어떤 출혈도 감수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대한항공 관계자도 "경쟁당국과 협의를 진행 중"이라며 "원만하게 시정조치 협의를 완료하고, 최종 승인을 확보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