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업계 '오매불망', 美 비트코인 현물ETF… 연내 결론 물건너가

머니투데이 정혜윤 기자 2023.10.02 0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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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분기 전망(가상자산)-②비트코인 신뢰도 상승 기대... 기초자산 가격 상승은 별개

편집자주 미국 국채금리가 또 한 차례 급등하면서 세계 금융시장의 긴축 발작 우려가 커지고 있다. 9월 미국 연준은 금리를 동결했지만 향후 금리인하 가능성을 차단하며 '고금리 장기화'를 시사했다. 이에 한국 코스피는 2500선이 무너졌고 신흥국의 주식, 채권, 환율이 모두 급락하는 '트리플 약세'가 다시 시작되고 있다. 뚜렷한 돌파구를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가상자산 투자의 방향키를 잡기 위한 전략을 고민해본다.

/사진=업비트 투자자보호센터 '비트코인 현물 ETF 맥락잡기'./사진=업비트 투자자보호센터 '비트코인 현물 ETF 맥락잡기'.


미국 비트코인 현물 ETF(상장지수펀드) 상장 심사가 내년 1월로 미뤄졌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내년을 기점으로 ETF 승인 심사를 최종 결정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투자자들의 기대감도 한풀 꺾였다.

가상자산 업계에선 내년 이후 비트코인 현물 ETF 출시가 결정되면 디지털 자산의 혁신과 투자자 보호 균형이 강화될 수 있을지 주목했다.



2일 코인텔레그래프 등 외신에 따르면 SEC는 지난달 26일 서면을 통해 아크인베스트먼트 12셰어즈가 신청한 비트코인 현물 ETF 심사 마감일을 내년 1월10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SEC는 "승인 여부를 고려할 충분한 시간이 더 필요해 아크 인베스트의 신청을 보류했다"고 밝혔다.

한편 미국 일부 하원 의원들이 게리 겐슬러 SEC 의장에게 "현물 ETF는 아예 승인할 생각이 없다"고 지적하면서 즉각 승인을 촉구했다.



SEC가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을 또 한번 미루면서 업계에선 주요 자산운용사의 현물 ETF 상장 승인 신청이 줄줄이 내년 이후로 미뤄질 것으로 예측했다.

내년 3월 중순 이후 최종 승인 여부 결정날 듯
업비트 투자자보호센터에 따르면 이달 중순부터 블랙록을 비롯해 주요 비트코인 현물 ETF 신청건에 대한 SEC 두번째 승인기한이 다가온다. SEC의 이번 결정으로 블랙록 승인 기한도 연장될 수 있다는 분석이 있다.

최종 승인 기한이 가장 빠른 비트코인 현물 ETF는 이번에 승인 기한이 연기된 아크21 쉐어즈 ETF였다. 만약 내년 1월에도 신청이 거부되면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여부는 내년 3월 중순을 고비로 판명될 것으로 보인다.


아크인베스트 이외 블랙록, 발키리, 피델리티, 위즈덤트리, 반에크, 인베스코 등이 신청한 비트코인 현물 ETF 최종 승인기한이 내년 3월 중순이다. 통상적으로 SEC는 240일 내 결정했고 SEC 별도 거절 의견이 없으면 ETF는 자동 승인되는 구조다.

SEC 입장은? 현물 ETF 승인 고민
비트코인.비트코인.


미국에서는 비트코인 선물 ETF 중심으로 상장돼 있다. 2021년 10월 비트코인 선물 ETF인 BITO가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됐다. 2배 레버리지와 하락에 베팅하는 숏 상품들도 상장돼 있다.

BITO는 시카고상업거래소(CME)의 비트코인 선물 계약상품을 추종한다. 비트코인 선물은 2017년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승인으로 이미 규제 테두리 안에 있었다. 또 현물 대비 SEC가 우려했단 가격 조작이나 변동성 위험 등이 낮아 비트코인 선물 ETF가 먼저 출시될 수 있었다.

하지만 SEC는 투자자 보호가 미흡하다는 이유로 비트코인 현물 ETF 출시를 계속 거부하고 있다. 그간 그레이스케일, 아크인베스트먼트 등 자산운용사들이 비트코인 현물 ETF 출시에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지난 6월15일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SEC에 사업설명서를 제출하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윤창배 업비트 투자자보호센터 애널리스트는 "미국의 디지털 자산 규제 강화 기조 속에 블랙록의 비트코인 현물 ETF 신청은 규제 당국이 요구하는 수준을 충족할 수 있고, 제도권의 본격적인 디지털 자산 진입을 위한 토대가 어느정도 마련됐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라고 봤다.

또 지난 8월 미국 법원이 SEC가 그레이스케일의 비트코인 현물 ETF로의 전환 신청을 거부한 것이 불합리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법원 판결로 SEC는 2021년 그레이스케일이 제출한 비트코인 현물 ETF 신청을 재검토해야 한다. 법원 판결로 비트코인 현물 ETF를 신청한 주요 자산운용사에 일부 우호적인 분위기가 조성됐다.

비트코인 현물 ETF 출시 의미?
/사진=업비트 투자자보호센터 '비트코인 현물 ETF 맥락잡기'/사진=업비트 투자자보호센터 '비트코인 현물 ETF 맥락잡기'
윤 애널리스트는 "비트코인 현물 ETF 출시는 곧 디지털자산의 정당성과 지속가능성 강화로 이어진다"고 정의했다. 즉 비트코인 자체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진단 얘기다.



블랙록을 비롯해 프랭클린 템플턴, 피델리티 등 더욱 많은 전통금융기관의 유입으로 이어질 수 있다. 글로벌 ETF 시장은 현재 약 10조달러(1경3527조원) 규모로 성장했고 1만1000여개의 ETF 상품이 상장돼 있다. 글로벌 ETF 시장에서 미국은 약 70% 수준의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한다. 블랙록의 분기별 ETF 자금유입만 봐도 올해 1분기 220억달러(약 28조원) 수준이다.

그 과정에서 디지털 자산 전반의 모니터링, 리스크 관리 강화 등이 나타나 투자자 보호 토대가 한층 성숙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물론 모든 ETF 출시가 기초자산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진 않는다. 2003년 금 현물 ETF 출시 후 금 시장에 풍부한 유동성이 공급되며 시장 활성화로 이어졌다. 반면 구리는 ETF 수급과 별개로 원자재 시장 수요에 따른 가격 변동성이 더 크게 나타났다.



윤 애널리스트는 "비트코인 현물 ETF 출시와 맞물려 비트코인 동반 수요 확대가 중요하다"며 "비트코인 현물 ETF로 디지털 자산의 혁신과 투자자 보호 균형이 강화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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