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3~1945년 미국 제32대 대통령을 역임한 프랭클린 델러노 루스벨트.
미국 시민 사이에서 '미국 역사상 위대한 대통령' 가운데 한 명으로 평가받는 미국 32대 대통령 프랭클린 델러노 루스벨트(1882~1945년, 이하 루스벨트)의 어록이다.
그는 뉴욕주 상원의원(1911~1913년), 해군 차관보(1913~1920년), 제44대 뉴욕 주지사(1929~1933년)로 자리를 굳혀오다 1933~1945년, 12년간 미국 제32대 대통령으로 우뚝 섰다.
그는 보수적인 재정 정책도 밀어붙이면서 강경파로부터 환영받았다. 그가 추진해 1933년 3월 통과한 경제법은 공무원의 월급을 줄이고, 퇴역 군인에게 지급되는 연금의 40%를 삭감해 연방 정기 예산에서 수입과 지출의 균형을 맞추자는 내용이 골자다. 이 법으로 미국은 1년에 5억 달러를 아낄 수 있었다.
동맥 중에서도 가느다란 뇌혈관 터져 사망그의 권력은 고혈압 앞에서 멈춰 섰다. 현대 의학에서 만 18세 이상의 성인에서 수축기 혈압이 140㎜Hg 이상이거나 이완기 혈압이 90㎜Hg 이상이면 고혈압으로 진단받는다. 그런데 1937년 미국 경제가 불황에 빠진 당시 루스벨트의 수축기 혈압은 160㎜Hg를 넘어섰다. 1941년 일본 함재기(함정에서 운용하는 항공기) 400여 대가 미국 태평양 함대 기지가 있는 진주만을 기습 공격한 당시엔 그의 수축기와 이완기 혈압이 각각 188㎜Hg와 105㎜Hg로 치솟았다.
그의 혈압은 멈추지 않았다. 1945년 '얄타 회담' 직전엔 최고(수축기) 혈압이 200㎜Hg를 오르내려 중증 고혈압 상태로 치닫는다. 얄타 회담은 제2차 세계대전 기간에 유럽 대륙에서 벌어진 나치 독일과의 전쟁이 연합국의 승리로 임박한 시점인 1945년 2월 4~11일, 흑해 연안 크림반도에 있는 휴양도시 얄타에 연합국 소속 미국·영국·소련의 수뇌부인 루스벨트와 윈스턴 처칠, 이오시프 스탈린이 모여 전쟁 후의 세계 질서를 논의한 회담을 말한다. 처칠은 루스벨트와 뜻을 같이해 실질적으로는 미국과 소련의 담판 회담 성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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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세계의 판을 뒤흔들 만한 굵직한 사건에 나라의 수장으로 큰 스트레스에 시달릴 때마다 루스벨트의 혈압은 치솟았다. 혈압이 높은 상태로 수년간 지속하는 탓에 혈액의 '펌프'인 심장이 정상일 리 없었다. 그는 1944년엔 심장 기능이 떨어지는 심부전으로 숨이 차기 시작했고, 1945년엔 협심증(심장 혈관이 좁아진 질환)으로 인한 흉통까지 호소했다.
불행하게도 당시엔 고혈압의 위험성·치료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없었다. 2차 세계대전이라는 전대미문의 대재앙을 온몸으로 맞서며 받아야 했던 엄청난 스트레스, 이 때문에 줄곧 피운 담배, 과로는 루스벨트의 혈관을 수축해 혈압을 더 올렸고, 그의 최고 혈압은 무려 300㎜Hg까지 치솟았다. 혈압이 너무 높아 혈관이 더는 버틸 수가 없었고, 우리 몸의 동맥 가운데 가장 약한 뇌동맥이 터졌다. '고혈압성 뇌출혈'이 발병한 것이다.
1941년 진주만 습격 사건 후 루스벨트가 제2차 세계대전 선전포고 명령에 서명하고 있다.
이런저런 이유로 뇌출혈이 생기면 머리에 피가 가득 차지만 뇌세포에는 피를 공급하지 못한다. 홍수가 나면 어디든 물이 넘쳐나지만, 정작 마실 물이 없는 상황처럼 된 것이다. 결국 1945년 대통령 재임 기간에 루스벨트는 뇌출혈로 사망했다. 히틀러라는 악(惡)으로부터 세상을 지켜낸 거장을 무너뜨린 건 그의 머릿속 가느다란 뇌혈관이었던 셈이다.
그에게 뇌출혈을 일으킨 고혈압은 △고혈압 가족력 △음주 △흡연 △고령 △운동 부족 △비만 △짜게 먹는 식습관 △스트레스 등의 환경적·심리적 요인이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의학적으로 '정상 혈압'은 수축기에 120㎜Hg 미만이면서 이완기에 80㎜Hg 미만일 때를 가리킨다. 대한고혈압학회에 따르면 정상 혈압은 심뇌혈관 질환의 발병 위험이 가장 낮은 '최적의 혈압'이다.
고혈압 환자는 싱겁게 먹는 습관과 규칙적인 운동을 병행하면서 혈압약을 처방받아 먹어야 한다. 혈압약은 단순히 혈압을 낮추는 것에 그치는 게 아닌, 고혈압으로 인한 합병증을 예방하는 게 목적이다. 고혈압의 대표적인 합병증이 심뇌혈관 질환이다. 실제로 고혈압 환자가 혈압약을 복용해 수축기 혈압을 10㎜Hg만 낮춰도 뇌졸중 발병 위험은 27%, 관상동맥 질환 발병 위험은 17%, 심부전 발병 위험은 28% 감소하고 사망 위험도 13%나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자료=서울대병원·서울아산병원 건강 정보.
참고 서적=『히틀러의 주치의들』(드러커마인드 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