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건설시장 침체 속 질주하는 '건설기계'...이유는?

머니투데이 김도현 기자 2023.10.02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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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건설시장 침체 속 질주하는 '건설기계'...이유는?


부동산 시황이 부진하면 건설업계도 침체를 겪는다.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올 들어 전국적으로 하루 평균 1.5개 건설사가 폐업했다. 중국은 더욱 심각하다. 부동산 과잉공급 여파로 건설뿐 아니라 국가 경제 전반이 흔들린다. 한국·중국의 건설경기 부양에 힘입어 성장해 온 국내 주요 건설기계·장비 업체 사정은 정반대다. 공략 대상 지역을 다변화한데다 광산투자 수요가 겹치며 호황을 거듭한다.

2일 금감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주요 건설기계·장비업체는 올 상반기 괄목할만한 성적을 거뒀다. 두산밥캣은 5조722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8362억원의 영업이익을 실현했다. HD현대인프라코어는 상반기 매출액 2조6018억원, 영업이익 3146억원을 달성했다. HD현대건설기계도 매출 2조504억원, 영업이익 1766억원 등을 나타냈다. HD현대·두산그룹의 전체 영업이익 가운데 절반 이상이 건설기계·장비 사업에서 나올 정도로 내부 위상이 높아졌다.



두산밥캣은 미국 시장이 근간이었지만 HD현대인프라코어와 HD현대건설기계는 한국·중국이 핵심 시장이었다. 한강의 기적으로 대표되는 한국의 경제개발에 이어 1990년대부터 이어져온 중국의 대규모 인프라 투자 덕분에 안정적인 수익성을 자랑할 수 있었다. 양국 건설·부동산 시장이 어려운 가운데 이들이 높은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신시장 개척 덕분이다.

HD현대인프라코어는 올 초 신규 브랜드 '디벨론(DEVELON)'을 론칭하고 글로벌 마케팅 활동을 강화했다. HD현대건설기계는 국제사회에서 인지도가 높은 '현대(Hyundai)' 브랜드를 강화하며 한식구가 된 디벨론의 시장 안착을 도우며 세계 무대를 공략했다. 한국·중국 의존이 컸던 이들은 이를 바탕으로 북·남미, 중동, 아프리카 지역에서 판매량을 늘렸다. 북미를 거점으로 둔 두산밥캣은 미국내 수요 확대에 대응하며 동시에 신시장 공략에도 적극적이었다. 올 상반기 매출이 유럽·중동·아프리카 지역에서만 전년대비 15% 증가했다. 동아시아를 포함한 남미·오세아니아 지역 매출도 14% 확대됐다.



광산투자가 활발해졌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각국의 친환경 규제가 강화되면서 전기차 수요가 늘었고 배터리 시장도 급성장했다. 배터리를 구성하는 데 필수적인 리튬·니켈·코발트·망간 등의 수요가 크게 늘면서 전 세계적으로 관련 광산 프로젝트가 붐을 이루고 있다. 해당 광산이 북미·남미·아프리카 등에 분포한다는 점에서 국내 주요 건설기계·장비 기업의 판매가 대거 늘었다 여기에 사우디 네옴시티와 같은 대규모 토목 수요와 원예·정원용 소형장비에 대한 선호 현상이 겹쳐 수익성이 개선됐다.

한 건설기계 업체 관계자는 "선제적인 신시장 개척과 각 시장에 걸맞은 신제품 개발로 안정적인 실적을 올릴 수 있었다"면서 "강화되는 환경규제에 대응하고 미래 신시장 개척을 위한 연구개발(R&D) 투자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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