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EU 첫 접촉…"수입 늘려줄게"vs"멀어질 준비 해야"

머니투데이 베이징(중국)=우경희 특파원 2023.09.26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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돔브로우스키스 방중 "EU-中 심각한 정치경제적 역풍 맞고 있다"

(상하이 로이터=뉴스1) 김기성 기자 = 지난 23일 발디스 돔브로우스키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수석 부집행위원장이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 중 사진 촬영을 위해 자세를 잡고 있다. 2023.9.25.  ⓒ 로이터=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상하이 로이터=뉴스1) 김기성 기자 = 지난 23일 발디스 돔브로우스키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수석 부집행위원장이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 중 사진 촬영을 위해 자세를 잡고 있다. 2023.9.25. ⓒ 로이터=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EU(유럽연합)가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수입통제 가능성을 시사한 가운데 중국과 EU 간 첫 고위급 경제회담이 중국에서 열렸다. 첫 회의인 만큼 평행선을 그리며 상대 입장을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양측이 전기차 문제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기로 한 것으로 알려져 이후 동향에 관심이 쏠린다.

허리펑 중국 부총리와 발디스 돔브로우스키스 유럽연합(EU) 경제·통상 담당 수석 집행부위원장은 25일 베이징 시내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제 10차 고위급 경제무역 대화를 공동 주재했다.



이번 회의는 EU가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무역규제 가능성을 시사한 이후 처음 진행된 중-EU 간 고위급 경제회의인 데다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대면형식으로 진행돼 눈길을 끌었다.

중국 현지 언론에 따르면 양측은 25일 늦게 기자회견을 열고 "수출통제 문제 논의를 위한 대화 메커니즘을 구축하기로 했다"며 "양측이 거시경제, 무역 및 투자, 산업 및 금융망, 금융협력 등 네 개 주제에 대해 심층적이고 솔직하며 생산적인 회담을 가졌다"고 밝혔다.



또 "거시정책 조율 강화, WTO(세계무역기구) 중심의 다자무역 체제 공동 수호, 일방주의와 보호주의 반대, 산업 및 공급망 안정 공동 수호 등 6개 분야에서 일련의 새로운 성과와 공감대에 도달했다"고 덧붙였다.

EU는 지난 14일 중국의 급증하는 전기차 시장 점유율을 경계하기 위해 중국산 전기차 보조금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중국은 노골적 보호주의라고 비판하면서도 대화채널을 만들 것을 종용했다. EU와 중국 간 무역전쟁이 시작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5일 회의에서 중국은 EU의 전기차 규제 조사에 대해 다시 한 번 강한 우려와 불만을 표명했다"며 "중국 측은 중국이 EU로부터의 수입을 확대할 의향이 있으며 EU가 수출제한을 시행하지 않기를 바란다는 뜻을 전했다"고 밝혔다.


중국은 양측이 대화를 시작했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했다. 중국상공회의소 EU 사무총장 팡둥쿠이는 환구시보에 "이번 직접 회담을 통해 확인된 양측의 신뢰는 중국과 EU 간 비즈니스에 대한 신뢰도를 높여줄 것"이라며 "무역협력을 늘리고 상호 적자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국현대국제관계연구소 천펑잉 연구위원은 인민일보 영문판 글로벌타임스에 "대면회담은 긍정적인 일이며 구체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며 "중국과 미국 관리들 간에도 유사한 회담을 통해 경제와 금융 실무그룹이 설립돼 있다"고 전했다.

중국은 일단 긍정적 반응 일색이지만 EU의 입장과는 온도차가 크다. 기자회견을 통해 원론적 언급에 그친 돔브로우스키스 부위원장의 속내는 회의와 별도로 진행된 중국 칭화대 연설에서 확인이 가능하다.

돔브로우스키스 부위원장은 같은 날 칭화대를 찾아 연설했는데 "EU와 중국이 심각한 정치적 경제적 역풍에 직면해 있으며 이로 인해 우리가 멀어질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무역전쟁 발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힌 셈이다.

전선을 넓힐 여지도 남겼다. 그는 "영토보전은 항상 중국의 국제 외교에서 핵심 원칙이었는데, 이걸 노골적으로 위반한 러시아를 옹호하는 중국의 입장을 이해할 수 없다"며 "친러시아인 중국의 모호한 입장은 유럽 소비자들에게 평판리스크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의 경제와 무역상 불공정, 반간첩법 개정 등이 양 관계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 전기차에 대한 규제가 단순히 중국 정부와 보조금 다툼이 아닌 EU와 중국 간 정치적 어젠다임을 강조한 거다. 규제를 위한 명분 쌓기이며 양측 갈등 전선이 확대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양측 입장은 일단 평행선을 그리고 있지만 채널이 열린 만큼 대화는 지속적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돔브로우스키스에 이어 카드리 심슨 EU 에너지담당 집행위원이 내주 중국을 방문한다. 조셉 보렐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도 내달 중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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