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0만개 팔린 국민세럼"…히잡 쓴 여성들 韓화장품에 '푹'[르포]

머니투데이 자카르타(인도네시아)=조한송 기자 2023.09.20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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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K-뷰티, 성공 방정식이 변했다 ③

편집자주 한국 수출을 이끌 K-뷰티의 산업 구조가 변하고 있다. 과거에는 화장품 대기업의 고급 브랜드가 수출의 첨병 역할을 했다면, 한국 ODM의 높은 제조경쟁력과 톡톡 튀는 인디브랜드의 마케팅 아이디어가 만나 전세계 젊은 소비자들을 동시공략한다. 코로나19(COVID-19) 기간동안 전세계적인 온라인 마케팅·구매가 활발해지면서 한국 화장품의 기술력과 참신함을 빠르게 인정받은 덕분이다. 전세계를 새롭게 두드리고 있는 K-뷰티의 현 상황과 발전 가능성을 짚어본다.

코스맥스 인도네시아 마케팅 사무소 및 R&I 센터를 방문해 직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기셀라아나스타샤 슈리안토(오른쪽에서 두번째)의 모습/사진=조한송 기자코스맥스 인도네시아 마케팅 사무소 및 R&I 센터를 방문해 직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기셀라아나스타샤 슈리안토(오른쪽에서 두번째)의 모습/사진=조한송 기자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소재 코스맥스 마케팅사무소 및 R&I센터. 50여명의 제품 및 부자재 연구원들과 마케팅, 상품 기획 인력이 근무하는 곳이다. 14일(현지시간) 오후 방문한 센터에서는 히잡을 두른 현지 직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며 제품을 연구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날 오후에는 SNS 팔로워 3900만을 보유한 현지 인플루언서 기셀라 아나스타샤 슈리안토(Gisella Anastasia·사진)가 코스맥스 사무실을 방문했다. 기셀라는 이날 코스맥스 연구원들과 함께 제품 관련 의견을 나누고 SNS에 올릴 영상을 촬영했다. 기셀라는 코스맥스와 함께 본인이 론칭한 화장품 브랜드인 '마담 기에(Madam Gie)'의 스킨케어 일부 라인을 생산중이다.

이날 머니투데이와 만난 기셀라는 "신제품 기획을 위한 사전 조사 과정에서 고객들이 한국 스킨케어에 관한 신뢰도가 높다는걸 알게 돼 코스맥스와 함께하게 됐다"며 "최근 코스맥스에서 생산한 선크림은 올인원으로 스킨케어 기능까지도 가능해 만족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인도네시아는 총 인구수 약 2억 8000만 명의 세계 4위 인구 대국이다. 이중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자)로 불리는 밀레니얼과 Z세대가 50% 이상이다. 인도네시아는 내수 시장이 크고 e커머스 성장 속도가 빨라 동남아 지역 내에서도 가장 높은 성장 잠재력을 가진 시장으로 주목받는다.

최근 인도네시아 화장품 시장은 급성장중이다. 시장조사기관에 따르면 현재 인도네시아 화장품 시장 규모는 약 11조원으로 2030년까지 연평균 5~6% 성장이 예상된다. 정민경 코스맥스인도네시아 법인장은 "이전과 달리 화장품 브랜드의 옥외광고나 유튜브 광고가 많아졌다"며 "제품 카테고리도 다양해졌다는 점이 이전과는 큰 차이"라고 설명했다.



코스맥스 인도네시아 연구원들이 제품 개발에 몰두하는 모습/사진=조한송 기자코스맥스 인도네시아 연구원들이 제품 개발에 몰두하는 모습/사진=조한송 기자
코스맥스인도네시아는 2011년 법인 설립 이후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구사하며 인도네시아 대표 화장품 ODM(제조자개발생산)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인도네시아 현지 H&B(헬스앤뷰티) 스토어인 소시올라에서도 코스맥스에서 탄생한 현지 브랜드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2016년 2월 MUI(무이) 할랄 인증을 취득한 후 전 제품을 할랄 제품으로 생산하는 등 현지 시장에 맞는 제품 생산에 매진한 결과다. 정 법인장은 "할랄 인증은 무슬림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쓸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며 "2026년 화장품 산업에 할랄 인증이 의무화되면 이미 시스템을 갖춘 코스맥스에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도네시아 뷰티 시장도 국내와 같이 온라인을 중심으로 인디브랜드들이 급성장하고 있다. 현지 대학생들의 졸업 후 진로 희망 1순위가 창업이다보니 화장품 관련 신생 브랜드도 우후죽순으로 생겨난다. 코스맥스와 함께 성장한 기업중 대표적인 곳이 현지 브랜드인 '썸띵(somethinc)'이다. 2017년 말 론칭한 썸띵은 이제 인도네시아 대표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대표 제품은 세럼이다. 현지에 세럼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을무렵 썸띵은 코스맥스와 함께 2가지 종류의 세럼을 만들어 팔기 시작했다. 현재까지 총 13개 종류의 세럼을 출시했는데 누적 판매량 1400만개에 달하는 국민세럼이 됐다. 코스맥스는 기초부터 색조라인까지 썸띵 제품의 90%를 생산하고 있다.

이밖에 덥고 습한 날씨탓에 윤기나는 화장을 선호하지 않는 현지 시장에 맞게 매트한 타입의 쿠션과 립제품을 출시해 유행시킨 것도 코스맥스의 공이 컸다. 이제는 인도네시아 H&B 스토어에서 쿠션 제품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인도네시아에서 생산되는 쿠션의 90%는 코스맥스에서 탄생한다.


인디브랜드들의 성장으로 코스맥스 인도네시아 법인의 매출은 고속 성장중이다. 매출은 2021년 392억원에서 2022년 674억원으로 증가했고 올해 목표는 현지 기준으로 1조 루피아, 우리돈으로 약 860억원이다.

2018년 말부터는 현지 브랜드들의 안정적인 성장을 위해 창투사에 고객사들의 투자 유치를 주선해주는 업무도 진행해왔다. 올해부터는 현지 브랜드 인큐베이팅 차원에서 직접 투자도 검토중이다. 현지 고객사들과의 동반 성장을 위해 인도네시아 화장품 시장 산업 전반을 키우고 있는 셈이다.

코스맥스인도네시아는 늘어나는 고객사 발주 물량 등을 고려해 최근 현지에 2만평 규모의 신공장 부지를 확보했다. 정 법인장은 "2027년~2030년 입주를 목표로 신공장 조성을 추진중"이라며 "고객사, 부자재업체 등과 함께 입주해 현지 뷰티 클러스터를 조성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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