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우준상 강북삼성병원 신경과 교수/사진=이창섭 기자
이 환자가 앓은 병은 '기면병'이다. 낮에도 졸음이 쏟아지는 병으로 흔히 알려졌다. 선우준상 강북삼성병원 신경과 교수는 "기면병 환자의 고통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크다"며 "삶의 질이 저하되고 동반되는 우울감과 스트레스가 심하다"고 설명했다.
선우 교수는 수면의학에서 가장 유명한 저널인 '슬립'(Sleep)에 2016년부터 2020년까지 RBD 관련 연구 3편을 잇달아 실었다. 그는 "RBD 연구에서 기능적 연결성 분석을 시도한 최초의 논문이었다"며 "해외 연구자 그룹과 학술 연구를 진행하는 등 RBD 연구에서는 어느 정도 인정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기면병에 걸리면 낮에도 졸리다. 단순히 식후 찾아오는 춘곤증과 비교할 순 없다. 일상 업무에 영향을 줄 정도로 졸음이 심하다. 주로 중·고등학생, 10대 때 발생한다. 앞선 A씨 사례처럼 의식은 뚜렷하지만 순간적으로 온몸의 힘이 빠지는 '탈력발작'도 대표적 증상이다. 이는 갑자기 화를 내거나 크게 웃는 등 순간적인 감정의 기복이 있을 때 유발된다.
하지만, 너무 졸려서 오는 사람의 절반 이상은 기면병이 아니라고 선우 교수는 강조했다. 그는 "학원을 늦게까지 다니는 등 잠을 4~5시간밖에 못 자서 만성 수면부족인 사람이 대부분이다"며 "그러면 낮에 졸린 게 당연하다. 충분한 수면 시간을 보장하면 낫는다"고 말했다.
선우준상 강북삼성병원 신경과 교수/사진=이창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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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우 교수는 "수면다원검사를 했더니 수면에 문제가 없고, 잠자는 시간도 하루에 6~7시간 충분히 확보되는데도 졸린다면 그걸 '과다수면장애'라고 한다"며 "그때부터는 뇌 질환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기면병은 과다수면장애의 한 종류다.
기면병 확진을 받으려면 '다중수면잠복기' 검사를 거쳐야 한다. 낮잠을 5번 재우는 검사다. 5번 낮잠에서 △잠드는 시간이 평균 8분 이내 △잠들자마자 렘수면이 시작되는 '입면기 렘수면'이 2번 이상 관측되면 기면병으로 진단된다.
선우 교수는 "다중수면잠복기 검사를 이해도 없이 시행해선 안 된다"며 "잘못된 검사로 오진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의 검사의 퀄리티 컨트롤이 기면병 진단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가령, 새벽 4시에 잠들고 낮 12시에 깨는 고등학생이라면 이 검사에서 기면병으로 잘못 진단받을 가능성이 크다. 정작 이 학생은 수면 사이클이 뒤로 크게 밀린 '일주기리듬 수면장애'에 해당하는데도 말이다.
증상이 있음에도 기면병 확진을 못 받는 환자도 있다. 다중수면잠복기 결과가 2가지 진단 기준을 만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선우 교수는 "기면병과 똑같은 고통을 겪는 환자인데,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진단을 붙일 수 없다"며 "그렇다고 증상 조절을 위한 약물 치료를 안 할 순 없으니, 이런 환자는 결국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본인 부담으로 약값을 부담한다"고 했다.
선우 교수는 지난해 3월 강북삼성병원에 왔다. 이곳의 수면다원검사실을 도맡아 운영하고 있다. "강북삼성병원이 수면질환의 진단과 치료뿐 아니라 학문적으로도 유명한 병원으로 만드는 게 포부이다"고 그는 밝혔다.
장기적으론 수면의학 연구 발전에 기여하는 게 목표다. 그는 "수면의학이 계속 확장해가고, 커가는 분야라 임상적으로 새롭고 의미 있는 연구 업적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임상 연구 등을 통해 수면질환의 새로운 바이오마커를 찾거나, 약물 등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해내고 싶다"고 덧붙였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했다. 동 대학교 병원에서 인턴과 신경과 전공의를 수료했다. 2014년 서울대학교병원 신경과 전임의, 2016년 순천향대학교 서울병원 신경과 조교수, 2019년 서울대학교병원 신경외과 진료조교수를 거쳐 현재 강북삼성병원 신경과 임상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2016년 제141회 미국신경과학회 학술대회 Travel Award, 2020년 제15회 대한수면학회 정기학술대회 최우수논문상을 포함해 다양한 수상 경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