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테마 없는 테마주 일상화 주의보

머니투데이 서진욱 기자 2023.08.23 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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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에 테마주 투자 광풍이 불어닥쳤다. 초전도체에 이어 신소재 '맥신'(MXene) 테마주가 등장했다. 맥신 관련주로 분류된 상장사들은 지난 17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맥신의 대량생산 방법과 관련한 논문을 발표한 직후 일제히 급등했다. 해당 논문을 호재로 인식한 개인투자자들이 경쟁적으로 맥신 관련주 투자에 나선 결과다. 진위 공방에 휩싸인 초전도체 테마주와 매우 유사한 투자 쏠림 현상이 발생했다.

정작 맥신 테마주로 불리는 기업들의 주력 사업은 맥신과 관련이 없다. 맥신 관련 특허 신청, 사업권 보유, 사외이사 재직 등 이유로 테마주로 묶였으나 맥신과 직접적으로 연관됐다고 보기 힘들다. KIST 논문에 기반한 맥신의 대량생산 상용화 시도가 실제로 이뤄진 것도 아니다. 이번 연구는 맥신의 표면 분자 분포를 예측하는 방법을 개발한 내용이다. 대량생산이라는 성과로 이어지려면 추가적인 연구와 상용화 기술 개발이 이뤄져야 한다. 휴비스는 전날 맥신 특허 보유설에 "언론에서 소개된 KIST 연구와는 연관성이 없다. 특허 관련 생산시설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억지로 엮은 테마주는 급등 이후 급락하기 마련이다. 전날 증시에서 맥신 테마주 상당수가 하한가로 추락했다. 불과 3거래일 만에 맥신 테마주에서 투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3주 동안 이어졌던 초전도체 테마주보다 훨씬 더 빨리 급락 사태를 맞았다. 애초 연관성이 떨어지는 기업들이 별다른 근거 없이 맥신 테마주로 묶였을 때부터 예견된 일이었다. 그럴싸한 포장을 씌운 '묻지마 투자'에 가까웠다.

증시에서 테마주 급등락 현상은 빈번하게 발생한다. 최근 테마주 광풍은 증시의 조정 국면이 길어지면서 단기 시세차익을 노리는 개인투자자들이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테마주 이슈가 소진되는 주기는 점점 더 짧아지고 있다. 초전도체, 맥신 등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면 이해하기 어려운 기술이 등장하는 사례도 많다. 개인투자자들의 투자 손실 위험이 높아질 수밖에 없어 테마주 투자에 대한 경계가 필요한 시점이다. '꿈의 신소재'로 불리는 맥신을 내세운 테마주의 결말은 '일장춘몽'에 그쳤다는 사실을 되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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