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사업보국의 소명

머니투데이 임동욱 기자 2023.08.18 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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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인에게 주어진 사업보국의 소명을 되새기겠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광복절 특별사면 명단에 기업인들이 대거 포함된 것에 대해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내놓은 논평이다.

'사업보국(事業保國)'은 사업을 통해 나라를 이롭게 한다는 의미로, 기업경영을 통해 국가와 우리 사회에 기여하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 기업의 사명에 대한 많은 철학적 사유도 여기서 출발한다.



삼성을 세운 이병철 창업회장은 평소 '사업보국'을 강조했다. 그의 저서 '호암자전'에 따르면, 해방 직후 삼성의 본거지였던 대구는 당시 공산당 세력이 가장 강한 곳이었고, 극심한 혼란 속에서 정치와 경제는 갈피를 잡지 못했다. 심한 물자 부족으로 국민생활은 빈궁했다. 이 회장은 "민생과 경제와 정치는 삼위일체(三位一體)의 것이어서 서로 적절하게 보완 결합돼야 국가·사회의 발전이 비로소 약속된다"며 "사람에게는 각각 능력과 장점이 있는데, 그것을 최대한으로 발휘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것이 국가와 사회에 대한 봉사이자 책임"이라고 했다. 이같은 철학 속에서 이 회장은 '사업'을 평생의 소명으로 삼았다.

'사업보국'의 개념은 진화했다. 삼성 2대 회장이 된 이건희 회장은 1987년 12월 취임사를 통해 사업보국의 실천을 약속했다. 30년 전부터 그는 기업의 '1차적 책임' 이상을 바라봤다. 기업이 사회적 요구에 관심을 갖고 사회와 더불어 발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그는 이를 기업의 '보이지 않는 책임'이라고 했다. 기업이 사회 공헌에 충실하면 이익은 저절로 따르게 돼 있다는 이 회장의 철학은 시대를 앞섰다.



최근 사업보국은 더욱 '업그레이드'된 개념이 됐다. 삼성의 3대 선장인 이재용 회장은 지난해 취임 직후 임직원들에게 "삼성은 사회와 함께해야 하고, 나아가 인류의 난제를 해결하는 데도 기여해야 한다"며 보다 확장된 차원의 사업보국을 강조했다.

대한상공회의소와 SK그룹을 이끄는 최태원 회장도 지난해 신년사에서 '신(新)사업보국'을 제시했다. 과거에는 많은 이윤을 창출하고 일자리를 만들고 세금을 많이 내는 것이 '사업보국'이었지만, 이제 시대가 달라진 만큼 기업의 역할도 변해야 한다는 것. 최 회장은 "기업경영의 전 과정을 사회 눈높이에 맞추는 일이 중요하다"며 "저출산, 기후변화 같은 과제 속에서 새로운 성장의 기회를 만들어 내는 것이 기업의 새로운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전경련은 오는 22일 임시총회를 열어 산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을 흡수·통합하고, 조직의 명칭을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로 바꾸는 안건을 의결한다. 이로써 전경련은 초대 회장이던 이병철 회장이 62년 전 골랐던 이름표를 다시 달게 됐다.


현재 전경련의 최대 숙원사업은 삼성·SK를 포함한 4대 그룹의 복귀다. 기업들은 정경유착으로 폐문 위기까지 몰렸던 전경련이 얼마나 달라질 수 있을지 주목한다. 전경련 스스로 밝힌대로 '사업보국'에 대한 성찰, 즉 기업의 역할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실천 노력만이 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사진=임동욱. /사진=임동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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